대학생 사목의 부재를 꼬집기에 앞서 가장 시급히 논의돼야 할 부분은 대학생 사목이 필요하느냐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일선 사목자나 교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대학생 사목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대학생 사목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을 해가면「대학생 사목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만 매달려 있지「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생 사목에 대한 문제는 교회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왔고 또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검토해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몇몇 교구에서는 바람직한 대학생 사목을 펼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지만 전체적인 대학생 사목의 수준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그 단적인 예로 대학생 수에 비해 관련 사목자의 부족과 이들을 위한 교회의 예산 배정, 기타 관심도 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며 동시에 개신교나 불교, 기타 종교 등에 비교해 봤을 때도 대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낮다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서울대교구가 가톨릭대학생연합회를 위해 지원하는 금액이 연간 7천5백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기타 많은 지방 교구에서는 연간 예산이 몇 백만 원에서 몇 십만 원, 심지어 예산 지원이 없는 교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학생 사목의 불모지에서 이 시대의 징표를 가장 뜨겁게 읽어낼 수 있는 교회의 선진 학생 지식인이라고 일컬어지는 가톨릭대학생들을 비롯, 전체 약 2백만 명에 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사목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와 노력들이 필요한 것일까?
우선 일선 대학생 사목 관계자들은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들 대학생들을 위한 사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담위원회를 설치해 주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교회 내 최고 기관에서 대학생들을 위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 나갈 때 각 교구에서는 물론 단위 본당과 학교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심과 눈을 새롭게 뜨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주교회의에서는 이들을 전담할 책임자 즉 위원장 주교를 임명함으로써 전체 교회 차원의 관심을 쏟도록 하고 각 교구별로는 대학생 사목부 설치와 함께 전담 신부와 지도신부를 병존시켜 실질적인 대학생 사목을 전개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대학생 사목을 위한 특수본당 설치와 대학생 사목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대학생 사목 중점 본당 지정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대학생 사목을 담당하기 위한 특수본당에 대해서는 속지적 본당사목구 제도 하에서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역을 완전히 벗어난 개념이 아닌, 속지적, 속인적 사목을 병용한 특수본당의 설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일선 사목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다가오는 21세기는 사회변동의 여러 양상들이 절대적 공간의 개념을 상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속지적 본당사목구의 형태가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도시교회로의 급속한 변모와 냉담자 행불자와 같은 비활동성 신자 인구의 증가, 본당사목구를 넘어서는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 등으로 초본당적 특성을 갖는 본당의 설립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학생 사목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본당의 설립도 적극적인 사목의 한 방법으로 그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서울지역과 각 대도시에 밀집해 있는 대학에 소속본당을 떠나 온 지방 학생들이 찾아오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고 볼 때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지방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소속본당과는 행정적, 교적상 신자로 파악될 뿐이지 본당과는 아무런 유대를 갖지 못한 채 도회지 본당사목의 울타리를 맴도는 결과를 초래, 결국은 냉담을 하고 만다는 지적이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바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행 대학생 사목의 대상이 어느 규모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학생 사목을 취재하기 위해 만났던 많은 관계자들과 실제 대학생들조차 막연하게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약 1백만 명에 달하고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수가 약 2백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전국의 대학 수는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2백97개, 대학생 수는 1백93만1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학생 사목의 대상이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생 사목의 현주소를 찾아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 내기란 분명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 사목의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겉돌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며 지금 당장, 이들을 위한 전문조사가 시행돼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생들을 위해서는 그들의 관심 분야를 찾아가는 사목 패튼, 즉, 대학생들을 비롯한 청년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잡지를 발행하거나 PC통신을 활용한 홈페이지 개설 등도 추진, 대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냉담자 증가와 신자 증가율 둔화라는 위기를 고민해 오다 최근 시대에 맞는 전략과 목표를 세워 전교에 나섬으로써 그러한 위기를 극복해낸 성과를 맛보듯이 대학생 사목도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서강대 교목처장 변희선 신부
“기초자료 조사부터 하자”
『지금과 같은 관심과 지원을 두고 대학생들을 위한 사목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옳은 지적입니다』
서강대학교 교목처장을 맡고 있는 변희선 신부는 현재 대학생 사목이 존재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뭔가 있긴 한데 턱 없이 부족한, 그래서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대답 한다.
동시에 변 신부는 대학생 사목을 위한 기초자료조차 파악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고 전국의 대학생 수가 1백만 명이 되는지 2백만 명이 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처지를 맞고 있다며 대학생 사목에 관심이 있다면 이들을 위한 기초자료조사부터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 신부의 이런 바탕위에서『주교회의 차원의 대학생 사목위원회 설치, 전국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인준, 대학생 사목을 지원하기 위한 2차헌금, 대학생 사목을 위한 특수본당 설치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대학생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고 대학시절을 복음화의 기초로 닦는 기간으로 활용토록 하기 위해서는 말로만이 아닌 이런 구체적인 움직임들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변희선 신부의 지적이다.
가톨릭계 대학 중에서는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 대학생 사목을 펼치고 있는 서강대에서 교목처장을 맡고 있는 변희선 신부는 이와 함께 서울지역 대학 중 지방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음을 지적, 이들을 위해서라도『대학이 밀집돼 있는 지역을 선정, 특수본당의 설치 등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만 봐도 지방출신 대학생의 수가 4~5만 명 정도에 달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행정 서류상 본당에 소속돼 있을 뿐 실제 본당과는 거리가 먼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다』는 말로 대학생 사목의 긴급성을 지적한 변 신부는『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후회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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