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성사의 필요성교리에 대하여 <교리서>가 특히 개별 성사들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때 개별 성사의 효과교리에서처럼 그리스도인의 지속적이면서 실존적인 성장과 성숙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상당히 인간학적인 사고의 결과를 수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 받은 후의 삶에 관하여 말하는 바가 전반적으로 악을 대항한 투쟁을 권하고 있지만 비도덕적인 죄뿐만이 아니라 반문화적이고 반구속적인 삶의 방식을 분별하면서 성장하는 것을 말하지 않기에 해당자로 하여금 전망이나 열정 그리고 책임의식보다는 소극적이고 제도적이며 통제받는 것 같은 순응주의에 빠지게 할 위험도 있다. (4) 성사 거행자 교리(유효성 및 효율성 교리)에 대하여 <교리서>가 성사의 효율성과 연관된 성사 교리를 말할 때 전통에 충실하고 또 그 충실성이 성사의 유효성과 효율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기에 좋게 이해되긴 하지만 성사의 집전자와 배령자를 상당히 구분해서 강조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 간의 성직자 중심(우선)주의의 계층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자칫 전례(성사)의 거행에 관해서 이미 언급한 내용들 즉 성사들은 세례를 통한 일반 사제직과 서품으로 인한 직무 사제직으로 구성된 사제 공동체이자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그 머리와 결합되어 있는 공동체 전체에 의해 거행되는 것임을 교회헌장 10, 34항과 사제직무 교령 2항을 참조하면서 밝힘으로써 온 회중이 전례의 집전자이자 전례의 거행자라고 규정한 내용 및 심지어 세례의 경우 긴급한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까지도, 세례 집전에 요구되는 의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 세례를 줄 수 있다. 요구되는 의향이란 교회가 세례를 주면서 행하는 것을 자신이 하기 원하며, 삼위일체가 명시된 세례 양식문을 사용하는 것이다. 『교회는 미신자도 세례를 줄 수 있는 근거를 보편적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의지와 구원을 위한 세례의 필요성에서 찾는다.』라고 했던 사실과는 어긋나게 가르치는 것으로 보일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성사의 거행을 옛 사람들처럼 극장의 무대로 인해서 갈라져 있는 그래서 함께 어우러지지 않는 배우와 관객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정도로 인식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요컨대 성사 영성 차원에서 거행자 교리를 다루지 못한 점이 눈에 띈다. 견진의 경우(1312-3조), 성체의 경우(1348조), 고백의 경우(1461-2조), 병자의 경우(1516조)에서 그리고 성품의 경우(1572-1574조)에서 그 점을 발견한다.
제3장 7성사에 대한 진보적 이해
이미 성사 일반론 제3장을 통해서 성사에 대해 진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들을 첫째,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성사에 맞추어서 둘째, 그리스도교 영성을 위한 성사에 맞추어서 셋째, 그리스도교 토착화를 위한 성사에 맞추어서 정리해 보았다. 이제 일곱 가지 성사들에 대해서 진보적으로 이해해 보고자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역시 마찬가지의 사안들에 관점을 맞추어서 정리해 보는 것으로 하겠다.
1. 재일치를 위한 성사들
일곱 가지 성사 하나 하나가 그리스도교 재일치를 위한 성사로 다루어지기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 가톨릭교회의 일곱 가지 성사를 어떤 그리스도 교파는 두 가지만(세례와 성찬), 또 어떤 그리스도 교파는 세 가지(세례, 성찬, 고해)만을 성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곱 가지 성사 하나 하나를 다루기보다는 이미 교회에서 재일치를 위해 다루어 왔던 성사들 즉 세례, 성찬, 성품 그리고 혼인에 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세례성사
이미 소개한 BEM(리마)문서는 세례성사의 의미를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회심, 용서를 청함 그리고 정화됨, 성령의 선물, 그리스도의 몸에 결합됨, 왕국의 표상으로 해설한다. 신앙과 세례 그리고 영에 연관되어 있는 풀기 힘든 문제들에 관해서 리마문서는 세례는 『하느님의 선물이자 그 선물에 대한 우리네 인간의 응답이고 세례 안에서 구체화되며 표출되는 구원을 받기 위한 신앙의 필요성은 모두 교회들에 의해서 인정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그 문서는 또한 『신앙을 가진 자들의 세례와 어린이들의 세례는 모두 신앙공동체로서의 교회 안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같은 문서는 『그리스도인들은 영이 주시는 선물의 표상이 발견되어야 하는 곳에 관해서는 이해를 달리한다.』고 언급하면서 『그리스도교 세례는 물과 성령 안에서라는 일반적인 동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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