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생동하는 교회입니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지난달 교황대사로 한국에 부임한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는 아시아의 중심으로서 한국교회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에 거듭 감탄하면서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특은이며 한국교회는 하느님의 그같은 특은을 충분히 받을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10월 17일 주한 교황청 대사관저에서 가톨릭신문과 가진 특별대담을 통해 교황대사는「한국은 아시아의 복음화에 있어 유일무이한 특수한 입장에 있음」을 거듭 역설했다.
교황 바오로 6세 때 외교관 생활을 시작, 올해로 31년째 외교관 생활을 맞는 모란디니 대주교는 볼리비아 케냐벨지움 브라질과 르완다 과테말라 등 분쟁지역을 거친 베테랑 외교관으로 한국은 8번째 부임국가이며 아시아지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늦었지만 대주교님의 한국 부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즉위 19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한국에 부임하신지 꼭 한 달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사님께선 한국교회의 여러 행사에 참여하시고 신자들과 만나시기도 하셨습니다. 말로만 들으셨던 한국교회와 직접 보신 한국교회와 다른 점이 있는지요.
“한국교회는 환상적”
▲ 아시아엔 이번이 처음입니다. 따라서 한국을 통해 아시아를 보게 될 것입니다. 우선 사회 경제적인 특면에서 볼 때도 한국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 11번째라는 경제대국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교회는 아주 인상적입니다. 한국교회의 모습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지난해 한국 주교단 알현(앗리미나ㆍAd Limina) 때 하신「한국교회는 아시아지역에서 그리스도의 풍요함을 전해야 하는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하신 말씀 그대로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교회는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한 유일무이하게 「특수한 입장」에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에 교황대사로서 부임하게 된 것을 개인적으로 커다란 특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한 달 여동안 서울, 수원, 전주, 부산 등 4개 교구 행사에 초청돼 참여한 바 있습니다. 4개 교구를 방문하면서 한국교회 신자들의 열심함, 신앙적 열의에 정말 놀랐습니다.
한국교회는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은총을 받은 교회입니다. 한국교회가 왜 이러한 특은을 받았겠습니까? 한국교회가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로써 태동되고 성장한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교회가 그런 은총을 받을 능력이 있고, 이 은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스라엘을 간택하셨고, 교회를 끌어가기 위해 로마를 택하셨으며, 「아시아의 빛」이 되라고 한국교회를 선별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놀라운 특은을 받은 한국교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께서 주신 탈란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겠습니까? 주님께서 주신 특은에 상응하는 투신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이제 지난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분이 정한「이 땅에 빛을!」이란 표어에서「이 땅」을 멀리 뛰어 넘어 광활한 아시아 대륙을 포용해야 합니다. 즉 이제 여러분의 새로운 표어는「이 땅에 빛을!」이 아닌「아시아에 빛을!」이 되어야 합니다.
=대사님께서는 2천년 대희년의 준비를 한국교회와 함께 하시고 또 제3천년기의 문을 함께 열어야 하는 막중한 짐을 안고 부임하셨습니다. 저희 신문은 지난 4월 창간 70주년을 기해 2천년 대희년 준비위원장이신 로저 에체가라이 추기경과 특별대담을 통해 2천년 대희년의 정신을 신자들에게 전한 바 있습니다.
대사님께도 2천년 대희년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회심 중요”
▲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교서「제3천년기」를 통해 2천년 대희년의 준비는 「구세주의 현존에 초점이 맞춰진 회개, 은총과 쇄신의 시간」이라고 강조하시고 대희년의 의미와 준비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국 주교단이 공동사목교서「대희년을 바라보며」를 통해 한국교회가 준비하는 사목 프로그램을 모두 제시하고 각 교구 별로 단계적으로 실천하고 있기에 저로써는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신자 개개인이 준비해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개인적인 회심」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덧붙여 개인적 회심을 바탕으로 평신도 개개인이 복음을 모범으로 삼아 각자의 삶터에서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삶을 모범적으로 증거할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평신도들은 사회, 문화, 정치, 경제생활 안에서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공동선에 봉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향한「현장 교회」로서 현세 질서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교회의 쇄신」이란 큰 기적을 이뤄 대희년을 계기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룩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민의 가장 큰 소망은 남과 북으로 갈라진 조국과 형제들이 하나가 되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 역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 북한교회의 재건을 위해 다각적인 준비를 기울이고 있으며 특별히 고통 받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위해 현재 식량 지원 등을 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북한교회의 재건을 위해 우리가 맡아야 할 몫에 대해 조언해 주십시오.
“통일 위해 기도를”
▲ 교황 성하께서는 지난해 한국 주교단 앗리미나 때 한국교회가 북한의 형제자매들과 유대를 보여주길 희망하셨습니다. 성하께서는 한국에 대해 말씀하실 때 남북을 떼어놓고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성하께서는 아프고 고통 받는 자식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는 아버지처럼 당신의 자부적(慈父的) 사랑으로 고통 받는 북녘 땅의 형제자매들에게 애정 어린 축복을 보내십니다. 성하께서는 그들을 매일 가슴에 간직하고 계십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성하께서는 지난 2년 간 도움을 주기 위해 3번이나 당신의 사절단을 북한에 파견하셨고 평양뿐 아니라 자강도와 황해북도도 둘러보게 하셨습니다.
저는 또 르완다와 과테말라에서 교황 사절로서 대사직을 수행했는데 이들 두 나라 모두는 공교롭게도 분쟁 국가였습니다. 제 자신의 체험으로 볼 때 이러한 전쟁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말 할 것 없이「회심하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확고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기도를 통해서만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다음 제일 먼저「평화를 너희에게 주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회심시키는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다시 한 번「평화의 임금은 주님이시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 기도하는 것이 남북이 하나 되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임을 강조 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휴전선을 보고 통일 전망대에서 마음속으로 이 민족이 하나 되길 기원하고, 교황 성하의 축복을 전했습니다.
=대사님께서는 한국교회의 첫 공식행사를 절두산 순교기념관 축성 30주년 순교자 현양미사로 시작하셨습니다. 대사님께서도 느끼셨겠지만 우리 한국교회의 순교 신심은 유별납니다. 순교자들의 땅에서 자라난 우리 한국교회가 전통적 순교신심을 계승해 현대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발전시키고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 그 방향을 진단해 주십시오.
“증거는 평신도의 몫”
▲「순교자의 피는 그리스도의 씨앗」이란 말씀처럼 오늘의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피로써 이만큼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박해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이젠 순교자의 시대에서 증거자의 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 신앙의 증거자」가 돼야 합니다. 「선의 증거자」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는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신앙을 가진 이들인 만큼 자기 신앙에 대한 증거자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증거는 누가 해야 합니까? 바로 평신도들의 몫입니다. 성직자들의 임무도 막중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성화하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씀하신 대로 현대 세계와 사회에서「하느님의 나라」, 「신국」을 건설하는 것은 평신도들입니다. 「아시아의 복음화 사명」을 책임 맡고 있는 만큼 한국교회의 평신도 여러분들은 더욱 큰 열성을 갖고 증거자의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식량, 종교, 종족 문제 등으로 전쟁과 살상이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낙태, 인간복제 등 생명의 존엄성이 크게 위협 받는 일들이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으며 우리가 갈망하는 평화와 희망은 강력히 도전 받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습니까?
“생명수호 의지 단호”
▲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개인의 회심」과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국교회는 생명수호 면에서 교황님과 함께 단호한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교황님의 가르침과 연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생명은 천부적인 은총입니다. 인간 생명에 대한 교회와 교황 성하의 입장은 언제나 한결 같습니다. 가정, 생명, 인간 존엄성이 중요한 것은 생명의 주인이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생명을 잘 가꾸는 것이 부모들의 역할이라면 교회는 항상「생명의 주인이 하느님」이시라는 진리를 증거하는 것이 임무이며 역할입니다.
성하께서 지난 10월 초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세계가정대회에 교령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셔서「생명문화의 대변자」로서 당신의 사명을 다하시는 것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성하께서는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시기 위해 매일 기도하며, 당신의 거룩한 삶 안에서 순간순간 순교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주님의 평화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생명을 보호하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기구입니다.
끝으로 한국의 신자들과 저희 가톨릭신문 독자들과 임직원들, 매스컴 종사자들에게 들려줄 덕담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한국민에 감사”
▲ 먼저 아시아 교회에 부임하게 해 준 주님과 교황 성하께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한국에 부임하기 전까지 저는 아시아에 대해 문화적 공백 상태였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아시아에 대한 「문화의 가방」을 채우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한민족 역시 위대한 민족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민족은 고통과 순교, 핍박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꿋꿋하게 굴하지 않고 오늘을 이룩해 온 민족이었습니다. 이제 통일이 되면 한국은 더 위대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매스컴은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 아주 특별한 지위에 있는 수단입니다. 가톨릭신문은 이런 의미에서 복음화에 아주 특별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 아시아지역 안에서의 가톨릭신문의 역할에 대해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임직원 모두에 교황 성하의 사도적 축복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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