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바르티매오라는 시각장애자가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게 되는 내용이다. 시각장애자의 특징을 생각해 보자.
1. 앞을 보지 못한다. 눈 뜬 자라도 앞과 위를 못 보는 것은 미래가 없고 희망이 없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비록 눈을 떴어도 장님과 같다는 얘기다.
2. 항상 깜깜한 상태에 있다. 여러분들도 눈을 감아 보시라. 깜깜할 것이다. 영혼의 장님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빛이 될 만한 어떤 가치관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으며, 기준도, 원칙도 없다.
3. 만져 봐야 안다. 혹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을 못 보는 장님들도 얼마든지 있다. 누구일까? 소위 과학주의자, 실증주의자, 특히 공산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모든 것을 실험을 통해서 눈에 보여야, 또는 어떤 기계를 통해서 화면에 그래프로 나타나야만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도 영혼의 장님인 것이다. 도마 사도가「나는 주님의 못 박힌 자국을 눈으로 확인해야 믿겠소.」라고 했다가 예수님에게 호되게 혼났다. 지금도 제2, 제3의 도마 사도들이 많다.
4. 소경의 또 다른 특징은 빛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태생 장님은 처음부터 빛을 모르며 중간에 장님이 된 사람들도 빛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참 빛」이 누구신지 모르는 사람들도 영혼의 장님들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200주년을 맞이하여 주제를「이 땅에 빛을」이라 정했었다. 왜냐하면 빛이신 그리스도를 다수의 우리 민족이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눈 먼 분들에게 개안수술을 해줬다. 지금도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안구를 기증받고 있다. 「참 빛」을 알려주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5. 소경은 앞을 구별 못하기 때문에 가끔 헷갈리고 한 번 헷갈리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우리 주변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자기의 목숨이 귀중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자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그렇다. 「나도 자가용이 있다, 면허도 땄겠다, 신나게 달리고 놀러 다니자, 마음껏 즐기자, 교통법규가 뭐 말라비틀어진 것이냐?」그래서 운전대만 잡으면 착한 사람도 난폭해진다. 대다수가 운전에 관한 한 아직 형편없는 소경들이다. 세발자전거를 가지고 노는 어린이들과 같다. 교통사고가 많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어야 될까? 몇 년 전 제가 본당신부로 있을 때 우리 고3 신자학생 하나가 오토바이 충돌사고로 선종했다. 유가족과 중고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울음바다 속에서 장례미사를 치렀다. 더구나 부모도 신자가 아니며 학생회장까지 했던 모범 학생이어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우리 교우 분들도 자가용이나 오토바이 가진 분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오토바이 타는 분들은 조금만 어두워도 라이트 켜시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야광 옷 입고 뒤에 야광 테이프를 붙이고, 경운기도 조금만 안개 껴도, 앞에서 연기만 피워도 시야가 가린다면 라이트를 켜라. 배터리와 목숨을 바꿔선 안 된다. 야광판을 붙여 따라 오는 운전자가 확실히 볼 수 있도록 하라. 「내가 가고 있으니 네가 알아서 비켜 가라」고 말이다. 얘기가 빗나갔지만 제발 정신들 차리라. 눈을 좀 뜨라. 그 밖에도 정신 차려야 할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만 눈이 먼 고위급 정치인들부터 눈을 떠야 한다. 눈 뜬 장님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오늘 복음 중 소경의 태도를 보자. 그는 나자렛 예수의 소문을 듣고 있었다. 그가 병을 고쳐주시는 용한 분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주위에서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수님께서 부르시니 겉옷을 벗어 던지고 벌떡 일어서서 다가왔다. 거지에게 있어서 옷은 재산에 속한다. 더군다나 소경 거지에게는 재산목록 1호다. 자기를 감싸고 있는 옷, 그 옷은 남루하고 형편없는 옷이었을 것이다. 2천 년 전의 거지 소경인데 오죽했겠는가? 그런데도 재산목록 1호인 겉옷까지도 던지고 벌떡 일어나 다가갔다고 한다. 우리 신자들도 본받아야 한다. 그는 눈을 뜨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한 말씀으로 눈을 뜨게 해 주셨다. 그리고 그는 예수를 따라 나섰다고 했다.
그의 행동은 구도자의 자세이기도 하다. 부자 청년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부자 청년은 재산을 버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예수님 곁을 떠나갔다. 바르티메오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가 가진 재산목록 1호인 겉옷까지 벗어 던져 버리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예수님께로 달려갔다. 이것을 보시고 예수님께「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말씀하심으로써 그의 눈을 뜨게 해 주신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빛이시다. 동방박사가 예수님 태어난 곳을 찾아 갈 때 별의 인도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야만 영생의 길을 갈 수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을 내 멋대로 조절하지나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빛이 너무 세다 하여 색안경을 쓰지나 않았는지, 빛을 싫어해서 일부러 눈을 감지나 않았는지, 또는 요리조리 프리즘으로「걸러서」대했는지 반성하자.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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