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과 함께 민족과 국토의 분단, 6·25전쟁 등을 겪은 한국교회는 격동기를 맞으며 많은 변화를 거쳐야 했다.
그 중 교회 건축물의 양식도 변화를 가져왔는데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양식 변형의 양옥 성당과 탈 양식의 근대주의적 성당, 토착화를 추구하는 절충식 성당 등이다.
이 중 1955년도에 건립된 서울 돈암동성당은 1950년대의 교회 건축을 대표할 만한 건축물이다.
단국대 김정신 교수의 논문 「한국 가톨릭 성당 건축사」에 따르면 돈암동 성당은 6·25 전란 이후 하느님의 보호와 견고함이 새삼 인식돼 하느님의 견고한 성으로서 표현된 건축물이다.
돈암동성당은 이런 의미에서 준고딕 양식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다 화강암 돌 붙임을 했고, 종탑을 성곽 형태로 표현했다. 또한 석재는 주로 화강석을 거칠게 다듬어서 아취가 있게 했고, 중량감과 견고함, 안정감을 주도록 했다.
이전까지의 성당 건축물에서 종탑은 정면 중앙에 놓이거나 정면 양쪽에 쌍탑으로 놓임으로써 정면뿐만 아니라 평면이 좌우 대칭으로 구성됐는데, 돈암동성당은 한쪽 모서리에 둠으로써 정면과 평면의 대칭을 깼고, 외관뿐만 아니라 전체 배치와 공간 구성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돈암동성당은 또한 외벽의 버팀벽, 아치 등이 아직 고딕의 양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내부까지는 연결되지 않은 점과 건물의 기능을 중시한 점이 탈 양식의 과도기적 성격을 나타내주고 있다.
돈암동성당은 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가 1954년 10월 30일 안암천변의 적산 가옥 부지 4백38평을 매입, 같은 해 12월 26일 기공식을 갖고, 1955년 10월 18일 본당 설정과 함께 봉헌식을 가졌다.
이 날 성당 봉헌식은 교황사절 퀸란이 주례했다.
한편 돈암동성당과 같이 1950년대 건축된 성당으로 구조 체계와 관계 없이 외벽을 화강석으로 치장하거나 흉벽이나 총안 등 성곽의 형태 요소들을 채용해 전란 후 하느님의 견고한 보호를 표현하기 위해 성 모양으로 표현한 주요 교회 건축물로는 춘천 죽림동성당, 의정부성당, 서울 용산성당, 원주 원동성당, 완주 삼례성당, 군산 둔율동성당, 강릉 임당동성당, 횡성성당, 김포성당, 안동 목성동성당, 서울 제기동성당, 홍천성당, 여산성당, 함열성당, 수원 고등동성당, 가경성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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