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냇가에서 어린 양을 만났다. 그대로 잡아먹어 치우자니 어쩐지 양심에 찔리는 것 같았다. 늑대는 어린 양을 잡아먹는데 어떤 적당한 구실을 택했다. 늑대는 어린 것이 맑은 시냇물을 흙탕물로 만들고 있다고 나무랐다. 이렇게 더러운 물을 자기가 어떻게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 양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시냇물의 하류 쪽에 있어요. 오히려 늑대 아저씨가 있는 쪽에서 제 쪽으로 물이 흐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쪽 물이 깨끗하지 않습니까?』. 머쓱해진 늑대는 딴 얘기를 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넌 너무 무례해. 작년에 우리 아버지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서 돌아가셨을 때, 넌 우리 아버지를 비웃었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도망쳤어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어린 양은 물러설 줄 모르고 논쟁을 계속했다. 『아저씨는 계산도 못하시나봐요. 그때 나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구요』. 마치 화가 났다는 듯이 어린 양은 항변했다. 그래도 늑대는 또 어린 양에게 말했다. 『넌 다른 양들과 함께 공동으로 풀밭을 망치고 있어. 그러니 우리가 가장 존중하는 사유재산권 제도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란 말이야』. 늑대가 소리쳤다. 어린 양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 부모님 두 분 다 반공연맹 회원이예요. 저도 크면 반공연맹에 가입할 거예요』. 어린 양은 더욱 늑대의 심기를 건드리며 자랑스럽게 주절거렸다. 『난 자기만 잘난 체하는 위선자는 절대 용서 못해. 너 같이 잘난 척하는 녀석들만 없다면 세상이 훨씬 살기 좋아졌으리라 생각해』. 늑대는 말을 마치자마자 그대로 어린 양을 덮쳐 잡아먹었다. 양은 재수 더럽게 없게시리 늑대를 잘못 만나 잡아먹혀버렸다. 잘못 만나 쫄딱 망한 경우다.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시력과 청각을 잃었다. 그래서 그녀는 귀머거리, 벙어리, 그리고 맹인이 되었다. 이러한 여성이 어떻게 그렇게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전한다. 『여섯 살이 되자 나는 내 자신의 뜻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가 나날이 더해갔다. 그러나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침묵의 벽을 넘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점점 화가 났다. 부모님은 나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수소문한 끝에 나를 도와 줄 분을 찾아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은 바로 설리반 선생님이 오신 날이다. 1887년 3월 3일, 내가 일곱 번째 생일을 맞기 3개월 전이었다. 설리반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신 바로 다음 날 아침, 그는 나를 당신 방으로 데려가 작은 인형 하나를 주셨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나를 잠시 지켜보던 선생님은 내 손바닥에 인형이란 글자를 천천히 써주셨다. 나는 너무도 기뻐서 엄마에게 뛰어 내려가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고 방금 배운 알파벳 글자를 손바닥에 써보였다. 그 당시 나는 그것이 문자인지 몰랐으며, 도대체 말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었다. 그저 선생님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을 뿐이었다. 며칠 후 나는 선생님과 「물」이라는 단어와 「잔」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승강이를 벌였다. 선생님은 잔이란 물을 담는 그릇임을 내게 이해시키려 했으나, 나는 계속 혼돈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내게 모자를 가져다주었는데, 그것은 일광욕하러 산보 나간다는 뜻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 폴짝폴짝 뛰었다. 우리는 라일락 향기를 맡으며 우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누군가 우물물을 긷고 있었다. 선생님은 내 손을 잡아 시원한 물을 한 손바닥에 쏟아주며 다른 손바닥에 「물」이라고 천천히 써 주셨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선생님을 따라 손가락으로 물이라고 썼다. 우물가를 나오면서 나는 배우고 싶은 욕구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 날 나는 더 많은 단어들을 배웠다. 그 중에는 엄마, 아빠, 동생이라는 단어, 즉 내 인생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 단어들이었다.』 이처럼 헬렌 켈러는 설리반이라는 헌신적인 선생을 만나는 바람에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사람의 일생은 만남으로 시작하여 만남으로 끝난다.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 형제자매를 만난다. 커가면서 친구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고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러나 만남 자체보다는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남은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어린이는 초등학교에서 새 친구들을 사귀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젊은이는 배우자를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시작된다. 또한 직장에서 직장 동료를 만나면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누구를 만나느냐, 그리고 얼마나 깊게 사귀느냐에 따라서 출세를 할 수도 있고 신세를 망칠 수도 있다. 하느님을 만나는 것 역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일생 동안 만나야 할 분, 나를 출세시켜 주신 분에겐 더욱 더 잘 대우해 드려야 한다. 지나쳐 간 사람들은 별로 중요치 않다. 이승에서 뿐 아니라 내 죽음 저편까지도 계속해서 만나야 할 분이 계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더구나 그분이 내게 영생을 주시는 분이라면? 두 말할 것 없이 계속 잘 대우해드려야 할 것이다. 그분의 말씀을 고분고분 잘 들어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큰 코 다치리라. 그래야 「영원한 출세」와 「불행 끝, 행복 시작」이 보장될 것이다. 그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다. 11월은 위령성월이라 해서 죽음을 묵상하는 달이다. 아울러 오늘 위령의 날을 맞이하여 연옥 영혼들을 위해 그들이 하루 빨리 천국에 들 수 있도록 기도와 선행으로 도와드리자. 그들을 돕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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