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묘지난
만장 상태에 달한 전 국토의 묘지화로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가 묻힐 자리조차 없게 될 전망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20여만 기의 묘가 늘어나 우리나라의 묘지 수는 지난 해 말 현재 1천9백79만여 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적으로 환산했을 경우 서울시 전체 면적의 1.6배에 달하며 전체 공장 면적의 3배, 전 국토면적의 1%에 해당된다. 더욱이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땅이 묘지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묘지문제는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게 됐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9월 12일 입법예고한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심각한 묘지 난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긴 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서는 장례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개인묘지는 9평, 집단묘지는 3평 이내로, 묘지 사용을 총 7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30년을 사용 기준으로 하되 15년씩 3회 연장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총 75년간만 묘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후가 되면 가족 단위 납골묘나 납골당으로 이장해야 한다.
장례문화 변화돼야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최창무 주교를 비롯한 10명의 사제들이 금년 1월, 사후 화장을 해달라는 유언장을 작성하므로써 묘지 난이 심각한 우리사회에 신성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들 성직자들의 화장선언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묘지난 해소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죽어서까지 땅을 차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사제로서의 숭고한 희생과 가난정신의 표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성직자들이 내린 사후 화장요청의 이면에는 더 이상 묘지문제를 간과 할 수 없다는 뜻도 들어 있다.
한 번 묘지로 사용하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해온 묘지로 인해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관리가 항상 논란거리로 작용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묘지 면적의 과다사용이 문제다. 미국의 경우 0.5평에서 1평, 캐나다는 1평에서 1.5평을 집단묘지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 9평에서 3평으로 축소됐지만 그것도 좁은 국토 면적에 비하면 턱없이 넓은 면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사용 기간도 프랑스는 5~10년, 스위스는 2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 지도층일수록 호화분묘를 만들거나 면적을 넓게 하는 등 지탄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묘지 꾸미기를 출세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묘지 사용기간과 면적 등을 법률로 정하고 납골당 건립을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9월 28일 매장 위주의 장묘 관행을 화장 후 납골하는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고 화장장과 납골당을 현대화 하는 5개년 계획안을 수립, 내년부터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납골당 설치를 희망하는 대상에 융자와 보조를 통해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을 비롯 묘지 면적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납골당 조성현황
교회 내 납골당 설치문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포화 상태에 이른 교회 공원묘지 문제를 위한 타개책으로 적극 검토돼 왔으며 대구대교구가 90년 3월 공원묘지에 납골당을 설치한 이후 점차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의 경우 교구 내 공원묘지를 갖고 있는 19개 본당과 용인의 교구 공원묘지가 만장 상태에 달해 납골당을 채택하지 않고서는 묘지 난을 해결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해있다. 현재 19개 본당 묘지 가운데 몇 개 본당 공원묘지만 추가로 묘지 조성이 가능한 상태며 일부본당 묘지는 본당 신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받을 수 없는 거의 만장 상태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지역에서는 앞으로 3년이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집단묘지를 조성할 공간이 없어질 전망이며 전국적으로도 10년 이내에는 묘지 공급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는 용인교구 공원묘지에 지난 90년부터 「토장 후 20년이 지나면 납골당에 안치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묘지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매장을 한 뒤 20년이 되는 2010년부터는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용인교구 공원묘지에 안장하는 시신은 모두 납골당에 의무적으로 안치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납골당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납골당 건립은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부족한 묘지난을 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납골당인데도 납골당이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있다.
이미 서울대교구는 용인교구 공원묘지 옆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 납골당을 건립하기 위한 설계까지 마친 상태여서 주민들의 설득작업과 동시에 장례문화에 대한 의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묘지 난을 근본적으로 해소시켜나가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크게 장묘제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납골당식 장묘제도의 도입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할 지경에 놓인 묘지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교회가 나서서 납골당식 묘지를 적극 도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사제들이 주장했던 사후 화장선언을 이들 사제들만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도록 교회 내에 파급시켜 가는 노력도 함께 경주돼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국토를 몇 십 년 후 묘지로만 가득 채울 수는 없는 일이라면 이제 묘지문제는 교회 안팎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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