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기보다는 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죽음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는 죽음이 우리 곁에 다가왔을 때 차분한 마음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올해로 5년째 서울 청량리 성 바오로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옥제(가타리나ㆍ67)씨는 호스피스 봉사를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준비로 삼고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입니다. 거부하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음을 맞을 때 그 사람의 삶은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죽음의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임종하는 것을 지켜본 김씨는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구나 건강할 때가 있었고 젊은 시절이 있었지요. 그 때를 생각하면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김씨는 최근 늦게 결혼해 세 살, 일곱 살의 두 아이를 둔 한 중년 여성의 죽음을 보면서 그것이 자신의 일인 양 가슴아파한 적이 있었다. 매일 병동을 찾는 자신의 아이를 집으로 보내면서 그 여성은 내일 또 아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차마 눈길을 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결국 평화로운 임종은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에만 우리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습니다. 죽음, 그리고 죽음 후의 세상은 우리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김씨의 호스피스 봉사활동은 주로 환자 방문과 기도, 편의 제공과 병상수발이다. 내일, 또는 모레, 세상을 언제 떠날지 몰라 좌절감과 불안, 공포에 빠져 있는 환자들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요구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제는 환자의 얼굴만 봐도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김씨가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느낀 또 한 가지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떠날 때 만큼은 한없이 선해진다는 것이다.
김씨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무엇보다도 환자를 가슴 속 깊이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까지 환자 곁에서 그의 머리를 받쳐주고 쳐다보고 위로하면서 임종의 순간을 함께 해 줌으로써 그가 죽음의 두려움을 벗고 아름답게 세상을 떠날 때 호스피스는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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