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남미 가톨릭신문 복간 기념으로 브라질 상파울로대교구장 돈 빠울루 에바리스또 안스 (Don Paulo Evaristo Ans) 추기경과의 특별 인터뷰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21일 오후 4시 자신의 교구청 집무실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에바리스또 안스 추기경은 본보 남미판 재발간에 대해『상파울로 한인천주교회 신자들이 모국 교회인 한국교회 신자들과의 정보교류의 장이 될 것이 기대된다』며 크게 환영하고 상파울로대교구 신문인「오 상파울로」지의 모든 기사는 물론 자신의 저서내용을 본보에 번역 게재하는 것을 교구장 직권으로 허락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상파울로 한인본당 조문환(미카엘) 변호사의 통역으로 진행된 추기경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먼저 저희 가톨릭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추기경님의ㆍ교구인 상파울로대교구 내에서 남미판을 복간하게 된 것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추기경님의 교구신문인「오 상파울로」지 사장 안토니오 신부님의 축하 메시지는 이미 10월 19일자에 보도했습니다. 저희 가톨릭신문은 브라질은 물론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남미지역 한국인 신자들을 위해 읽혀지는 신앙 정보지입니다.
▲ 가톨릭신문은 이 곳 한인 신자들과 한국 신자들 간의 신앙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남미판 복간을 축하하며 환영한다. 본 교구의 주간신문인「오 상파울로」지의 기사를 번역 게재하는 것을 교구장 직권으로 허락한다. 이 기회에 신자들 사이를 서로 이어주는 두 가톨릭신문이 서로 교류를 가지면 좋겠다.
추기경 5-주교 372명
-브라질 가톨릭교회 현황을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 1500년 브라질 땅이 발견된 이후부터 1889년까지 세속 황제가 교회를 주관해 왔다. 잘못된 제도였지만 황제가 주교를 임명하고 교황청이 동의하는 형태였다. 1889년부터 지금까지는 교회와 정부가 서로 도와주는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선교사업 등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제뚤리오 발다스 대통령 제임 시기 15년에 이어 1964년부터 84년까지 21년간의 혁명군정 때까지 도합 36년 동안은 사도직을 수행하는 성직자들이 탄압 받았다. 나는 왜곡보도를 일삼던 군정시절 구속 중이던 반 정부인사 30명을 석방시켜 주기도 했다. 그 때 석방된 인사들 중 한 명인 페르난도 엉히께 까르도조 현 대통령과는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현재 브라질교회는 5명의 추기경과 3백72명의 주교로 주교회의가 결성돼 있으며 2명의 아빠스(수도원장)가 있다. 1만5천 명의 사제와 5만 명의 수도자가 있지만 사제 부족으로 브라질 모든 성당 중 60%가 평신도들이 강론과 성체 분배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10%만 주일미사 참례
-브라질교회의 성소 현황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 성직자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내일(10월 22일)로서 본인이 교구장 착좌 26주년을 맞는 상파울로대교구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 26년 동안 19명의 주교와 3백 명의 사제를 배출했지만 아직 성직자가 크게 모자란다. 전 신자의 5~10%만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현상은 사제 부족에 따른 가장 큰 문제다. 도시보다 시골이 더 열악한 상황이다.
-브라질 신자들의 신심에 있어서 특징적인 면과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상파울로 한인 신자들의 돈독한 신앙심을 볼 때 한국의 신자들도 신심이 깊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브라질 신자들은 사제가 부족한 관계로 5~10%만이 주일미사에 참례하지만 전통적으로 성인을 기리는 신심이 깊다. 특히 교황 공경심도 무척 강해서 이번 세계가정대회가 개최된 리우데자네이루에는 5천km나 떨어진 먼 곳에서 3일씩 전세버스를 타고 오는 열성을 보이며 2백50만 명의 인파가 코파카나바 해변의 야외미사에 참례할 정도였다.
해방신학의 정신은 평등
-추기경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난한 이를 위해서 하신 일을 소개해 주십시오.
▲ 25년 전 교구장이 되면서 25개의 방이 딸려 있는 굉장히 큰 교구청 건물을 일본인 재단에 5백만 불을 받고 팔았다.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1천2백 개의 안식처를 마련해줬다. 동북부 지방에서 극심한 한발을 피해 상파울로에 맨손으로 피난 오는 극빈자들에게 제공된 그 때 건물들은 지금도 성당과 집회장소 등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중남미 교회에서 탄생한 해방신학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해 주십시오.
▲ 해방신학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데 그 정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평등사상이다. 평등은 경제적인 평등과 교육에의 평등이다. 경제적인 평등은 부의 올바른 분배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그리고 브라질에서는 초등학교 1~3학년 과정에서 학업을 포기하는 어린이가 50%를 넘을만치 모든 이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브라질 주교회의는 내년 사순절 운동으로 정부와 합동으로 교육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신앙과 생활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 신앙과 삶이 일치된다는 것은 교회가 바라는 이상으로 본다. 사도들의 경우도 일상생활과 신앙이 불일치한다고 예수께서 지적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실망하거나 추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일치돼야 하고 바로 그 일치는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 마음에 모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공동체의식을 가진 꾸준한 교회생활이야말로 신앙과 삶을 일치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자녀 모국어 교육 중요
-상파울로 한인천주교회와 같은 이민교회 신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은?
▲ 이민자들은 필수적으로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전수해줘야 한다. 모국의 말과 글 그리고 그 문화를 익히고 보존함으로써 이민자들은 모국문화와 브라질문화라는 두 문화가 융합해서 더 나은 문화를 창출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최소한 2개 국어를 구사하게 될 때 사회생활에도 유익하다. 본인도 5대에 걸쳐 모국어를 전수받은 이민자로서 독일어는 어머니께 배워 유창하게 구사하며 뽈뚜게시에다 유학 가서 익힌 불어와 영어, 라틴어까지 5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곧 은퇴하실 것으로 알려졌는데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은?
▲ 가난한 노인들을 위해 일하겠다. 현재 브라질 총인구 10~12%가 노인층으로 조만간 30%에 이른다는데 그 때는 노인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의식주 문제에다 외로움 등 노인들이 겪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법률제정운동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
-취미와 특기 현재 추기경님 하루 일과는?
▲독서가 취미로 지금까지 47권의 저서가 있으며 6권을 번역했다. 기상 후 미사 드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글을 쓴다. 현재 매일 4개의 신문과 19개의 방송 원고를 쓰고 있는데 주로 노동자들을 위한 내용들이다. 내가 쓴 글은 무엇이든 가톨릭신문에 게재해도 좋다. 다시 한 번 양국 신자들의 정보교류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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