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교회에서 현재 20세기 순교자들의 명부를 작성하는데 한창이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순교자를 그리스도와 신앙의 진리를 증거한 증인으로 특별히 공경해 왔고, 그들의 명부를 작성, 순교자들의 순교 사실이 영원히 기록으로 남아 있도록 했다.
한국천주교회도 교회의 전통에 따라 초기 박해시대부터 「순교자록」을 작성해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기해일기」 「치명일기」 「치명자전」 「정산일기」 「송아가다 이력서」 「병인 순교자 목격 증언록」 등이다. 이들 순교자록은 1백3위 한국의 순교 성인을 탄생시키는 기초사료가 될 만큼 한국 천주교회의 귀중한 문화재산이다.
통상적으로 「순교일기」로 불리는 한국천주교회 순교자록은 사실 기록으로서의 일기, 문학작품인 전(傳)으로서의 일기, 즉 문학과 역사가 공존하는 작품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학자들은 순교일기 중 「기해일기」와 「치명일기」 「병인 순교자 목격 증언록」은 순교자들에 대한 사료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기해일기와 치명일기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한글 문체와 문장의 연구뿐만 아니라 동서양 사상의 만남, 박해시대 신자들의 신앙관, 생활상 등이 밀도 높게 묘사된 문학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해일기」는 현석문(가롤로) 성인이 저술한 책으로 1839~1842년 기해박해 때의 순교자들을 기록한 순교자전이다. 한글 필사본인 「기해일기」는 제 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순교자들의 순교 사실을 기록해오다 자신의 체포 위험이 커지자 정하상, 현석문 등에게 순교자들의 행적을 면밀히 조사, 정확히 기록할 것을 당부하면서 저술된 책이다.
앵베르 범주교가 체포되자 현석문은 전국을 다니며 신자들로부터 모은 자료를 갖고 3년에 걸쳐 기해일기를 작성했다. 현석문이 조사한 순교자 수는 사형 54명, 옥사 60여 명으로 모두 1백14명이 넘었으나 기해일기에는 78명의 순교사적만 들어 있다.
기해일기에 기록된 순교자들은 거의 모두가 기해년 순교자들이고 남자 28명, 여자 50명이며 대부분 서울에서 치명한 것으로 적고 있다.
기해일기에 기록된 순교자 78명 중 69위가 1984년 성인품에 올랐다.
「치명일기」는 1895년 뮈텔 주교가 펴낸 한글 활판본으로 1866~1876년 사이에 순교한 순교자 8백77명의 명단과 그 약전을 담은 책이다. 시복 수속을 밟기 위해 순교 사실에 관한 증언을 얻는데 그 목적을 두고 편찬된 치명일기는 각 순교자마다 번호를 붙여 출생지, 신앙 상태, 체포 날짜와 장소, 순교 일자와 장소, 나이에 관한 지역별 구분이 간단하게 기록돼 있다.
치명일기에 기록된 8백77명의 순교자 중 24명이 1968년 복자품에, 1984년 성인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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