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3백60만 구성원 중 평신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99%에 해당되지만 과연 평신도들이 갖는 교회 내에서의 위치나 역할은 어느 정도나 될까?
물론 성직자와 평신도 서로 간에는 고유한 임무를 가지고 있어 위치와 역할을 논하기에는 합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평신도의 교회참여 폭을 확대시켜 교회 발전의 능동적인 주체로서 평신도들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책임과 의무, 권리를 나누어 갖는 역할분담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제 25항에서는 성직자들은 평신도가 교회건설에 고유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 교회를 위해서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과 형제처럼 협력하며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교회는 서로 간에 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화와 만남의 친교를 통하여 상호 협력관계를 이루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고 동시에 이런 협력관계를 통해 쌍방의 고유한 성격과 영역, 차이점을 존중하고 보존하도록 서로 노력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교회 현실은 성직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평신도의 자질문제, 성직자의 권위의식 등에 의해 본당사목에 있어 평신도의 참여가 극히 미미한 실정이며 심지어 많은 본당의 경우, 본당사목회 구성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당사목회가 구성돼 있는 본당의 경우도 본당신부의 명령에 의해 극히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고 평신도들은 성직자의 의견 없이는 단한가지의 일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참여 없이 평신도들은 본당사목에 대한 책임감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보람 또한 가질 수 없어 점차 본당에 대한 소속감을 상실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성직자와 평신도가 「함께 하는 사목」이 될 수 없으며 항상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에만 의존하는 형태로 평신도 스스로 익숙해져 버리고 만다.
최근 전국평협이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에 본당사목회의 기능 활성화와 교구 사목협의회가 정례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전국평협의 이같은 요청은 비록 본당사목회가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더 나은 공동체의 형성을 위해 연구하고 실천적 방향을 제언하는 자문, 협의기구이지만 이런 회의를 통해 본당 전 신자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동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본당사목회의 기능 활성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구성원의 1백%로 찬성은 구해낼 수 없지만 합의과정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또 합의를 도출해 냄으로써 어떤 사안을 축제 속에서 진행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본당사목회의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원교구에서는 과거 일방적으로 사제총회에서 교구의 주요 실천목표를 선정하던 방식을 바꾸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당면한 실천과제를 설정하는 교구 합동총회를 개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동시에 평신도들은 교구나 본당 사목협의회에서의 역할 증대 뿐만 아니라 교구 내 재정문제와 건축문제, 재산관리, 세무 등 여러 분야에 평신도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력도 필요한 실정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성직자가 성당 신축에 수년간 매달려 성무활동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분에는 이제 과감하게 평신도 전문가를 대거 활용, 성직자는 잡다한 업무에서 벗어나 신자들의 영적인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통일문제, 민족화해문제, 환경문제, 우리농촌 살리기문제, 의료분야 등에서도 평신도들을 과감하게 기용, 평신도들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평신도 스스로 성직자에 대한 의존성에서 시급히 탈피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평신도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또 알아서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성직자에게 물어서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지 못하는 성향 등 예외 없이 성직자에게 의존해야만 일이 성사되는 이러한 경향은 교회의 바람직한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의 원인은 대다수 평신도들의 신앙교육, 교리교육 부재에서 오는 자신감 부족, 교회의식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평신도들의 절반 이상이 지난 10년 이내에 영세한 신자들이며 거의 모든 신자들이 6개월 정도의 예비신자 교육 외에는 신앙과 교회에 대해 교육을 받은 것이 없는 실정에서 평신도들이 자신감을 갖고 교회생활을 주체적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평신도의 교회 참여 및 역할 증대를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평신도를 위한 교육이며 이를 통해 평신도 스스로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해 내는 일이다.
아울러 교회는 평신도의 교회참여를 통해 더욱 풍성해지고 역동적이며 활기찬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지적처럼 성직자 중심의 「위로부터의 교회론」에서 벗어나 평신도들의 교회참여, 역할의 폭을 증대함으로써 「아래로부터의 교회론」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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