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천주교회는 1784년 이승훈 성조께서 북경에서 조선인 최초로 세례 받고 귀국하신 후부터 시작된다. 이승훈을 북경에 파견한 분이 계셨으니 바로 이벽 성조였다. 이벽은 이승훈을 찾아가서 간곡한 부탁을 한다. 『이번에 자네가 북경에 들어가게 된 것은 하늘이 성교의 참된 뜻을 가르치시고자 하시는, 천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좋은 기회이다. 이 교리만이 성현의 도이며, 만물을 만들어낸 주인인 천주, 오직 하나뿐이고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천주께 봉사하는 참된 교이므로 구라파 사람들은 이것을 가장 높이 받든다. 이것을 빼놓으면 우리들은 아무 힘도 없어지고,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어, 마음을 가다듬을 수도 없고, 만물을 연구하고 알아낼 수도 없다… (중략)… 이번 자네가 북경으로 가게 된 것은 참으로 천주께서 우리의 이 작은 나라를 불쌍히 여기사 우리를 구하고자 하시는 섭리이다. 북경에 들어가거든 곧 천주당에 가서 구라파의 선교사를 만나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물어서, 교의의 깊고 참된 뜻을 밝히며, 천주교리의 실천 방법을 자세히 살피고, 또 필요하고 중요한 교리에 관한 책을 모두 가지고 돌아오게. 인간이 죽느냐 사느냐, 그리고 영원토록 행복하느냐 불행하느냐가 달린 큰 문제가 자네 손에 달려 있으니, 경솔히 행동하지 말고 몸가짐을 특히 주의하라』 이벽의 부탁을 받은 이승훈은 세례를 받은 후 수십 종의 교리서와 고상, 성화, 묵주 등을 가지고 귀국하여 이벽에게 주었다. 이벽은 조용한 곳에 묻혀 열심히 교리서를 숙독하고 묵상하고 나서 이승훈에게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훌륭한 종교이며 참된 도이다. 천주께서 우리 백성을 불쌍히 여기사 우리들로 하여금 세계를 구하고 죄를 보속하는 은혜에 참여하게 하고자 하심이다. 이것은 천주의 명령이니. 우리들은 그 부르심에 귀를 막을 순 없다. 모름지기 천주교를 널리 펴서 복음을 온 세상에 선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이들이 주축이 되어 천주교회를 창설하고 열심히 전교하였다.
박해 때 옥중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타이르는 말씀을 들어보자. 강완숙 골룸바는 처녀로서 덕산 사람 홍지영의 후처로 들어가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전처 소생의 아들 홍필주를 영세시키고 나중에 아들과 함께 잡혔다. 고문을 받아 아들의 마음이 약해지려 하자 아들이 어머니가 갇힌 감옥 앞을 지날 때 창살 앞으로 손을 내밀어 멈추게 한 다음, 『얘야, 우리 필주야, 오 주 예수께서 너의 머리 위에 계시면서 너를 내려다보신다. 네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바라 소경과 같이 어리석게 네 영혼을 마귀에게 주려고 하느냐? 너와 내가 주를 위하여 이렇게 벌써 여러 달째 고생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올 영원한 천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나와 함께 영원한 천국으로 먼저 가서 할머님과 네 누이와 처를 기다리자. 사내가 용맹하고 굳세어야 하지 않겠느냐? 보아라, 여기 많은 여자들이 다 우리 주를 위하여 감심으로 죽기로 굳게 결심하고 있다. 너도 잠깐 지나가는 세상을 생각치 말고 영원한 천복을 생각하라. 오늘 형리 앞에 가서 지금까지 약하게 먹었던 마음을 굳세게 증명하여라. 이 말을 들은 아들 필주는 「어머니, 걱정마세요. 잠시 제가 마귀 유혹에 빠졌었나봐요. 관장 앞에 가서 그전과 같이 견디겠습니다」』(그리하여 어머니는 41세에, 필주는 어머니 뒤를 이어 28세에 순교하였습니다)
박해 때 어느 시골 교우 어린이들의 대화를 들어 보자. 리델 신부가 쓴 편지의 내용이다. 『…안드레아라는 교우 집에 들어가려 할 때 안에서 어린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12세 된 장녀 안나가 어린 남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신부님하고 아버지, 엄마를 잡으러 올 거야. 그리고 우리들도 데리고 가서 「천주교를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다」하고 말 할 거다. 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니?』 그러자 장남이 말했습니다. 『난 이렇게 말 할 거야.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할 거예요. 저는 천주를 배반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 목을 베면 천주께 갈 거예요」』 작은 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관장에게 이렇게 말 할 거야. 「난 천당에 가고파요. 나으리도 교우면 천당에 갈 텐데 교우들을 죽이니까 지옥에 갈 거예요」』 그러니까 안나는 두 동생을 꼬옥 껴안으면서 말했습니다. 『좋다. 우린 모두 죽어서 아빠, 엄마 그리고 신부님과 함께 천당에 갈 거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려면 천주께 기도해야 된다. 매를 많이 맞을 테니까 말야. 우리 머리칼과 이와 손을 뽑고 굵은 몽둥이로 때릴 거야. 신부님이 그러시는데 기도를 잘하지 않으면 그걸 견디지 못할 거래』 얼마 후에 두 동생 중의 나이어린 동생이 엄마에게 가서 『엄마! 애기도 죽일 거야』 (그의 어린 동생은 생후 14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달레, 한국천주교회사) 참으로 기특한 아이들이다.
평신도가 적극적으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평신도 사도직」이라고 한다. 평신도 교령 2항에 『교회의 창립 목적은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 왕국을 전 세계에 펴고 모든 사람을 구원에 참여케 하며 또한 그들을 통해 전 세계를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하는 일이다. 이 목적을 위한 신비체의 활동을 모두 「사도직」이라 부른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오늘은 평신도 주일이다. 평신도 사도직을 훌륭하게 수행하신 선조 평신도들을 모시고 있는 우리들은 더 이상 「병신도」로 남아 있어선 안 되겠다. 순교자들의 희생을 욕되게 해선 안 된다. 분발하자.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