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품성사

첫째, 보다 폭 넓은 일치 운동의 차원에서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을 반영하는 용어를 사용한 점.

둘째, 삼위일체적이고 그리스도론적이며 교회론적인 본문의 주안점들.

셋째, 서품된 직무를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사업의 보다 광범위한 신학적이고 교회론적 지평 안에 포함시킨 점.

넷째, 서품된 직무를 열두 사도의 사명과 교회의 근본적인 사도적 역할에 끊임없이 연결시킨 점.

다섯째, 서품된 직무를 하느님의 자비로운 주도권의 결과로, 그리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교회 안에서의 책임 수행을 위한 교회로부터의 파견의 결과로 묘사한 점.

여섯째, 성품에 대해 성사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점.

일곱째, 주교, 원로, 부제의 삼중 직무에 대해 사려 깊게 설명하고자 한 점.

여덟째, 직무의 책임을 하느님의 말씀 선포와 교수, 성사집행 및 전례와 선교 그리고 사목적 배려 안에서 공동체의 생활지도로 묘사한 점(교황청 교회일치 위원회, 94-95 참조).

그러나 이렇게 전반적으로 호평을 하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상당히 난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러한 사항이 일치 운동에 장애가 되는 정도로 문제화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예를 들어 보겠다.

우리는 『교회 안에 현존하는 남녀의 직무』가 미묘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인식한다(Ⅱ D). 우리는 여성들에게 서품을 실행하는 교회들의 체험이 우리 가톨릭의 입장에 불가피한 도전을 하게 됨도 잘 안다. 동시에 우리는 여성의 서품 직무를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서 우리의 확신과 이해의 근간을 이루는 그리스도론과 관련하여 여러 신학적인 논점들이 전통의 이해뿐만 아니라 성서의 해석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는다.

여성의 서품 문제에 대하여 본문이 지적하는 바로는 『많은 교회들이 이 문제에 있어서 교회 전통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우리 견해로는 그 전통을 바꿀 권위가 우리에게 없다고 말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왜냐 하면 우리는 그것이 교회의 사도적 전통에 속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들이 몇몇 직무들을 인정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겠으나, 그것들이 일치 운동적 맥락에서 서품 직무에 대한 보다 깊은 반성을 미리 차단해 버리는 결과를 결코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한국 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연구위원회는 일단 『안수 받은 교역자의 직분을 「하느님의 백성」의 전체적인 소명의 맥락 속에서 이해한 것은 이 문서의 큰 공헌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면서도 그 문서 자체가 현실세계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구체상황 안에서 교역의 수행문제, 특히 제 3세계에서의 교역의 형태 등에 관하여 소홀히 하거나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혹평을 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 현실 안에서의 토착적인 교역에 대해서 제시하는 입장을 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밝히는 것은 『BEM문서를 통해 정리된 세례, 성만찬, 사역에 대한 에큐메니칼 이해, consensus를 어떻게 한국교회가 수용하고 한국교회의 교파주의를 극복하는 매체로 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은 이제 우리 한국교회에 남겨진 과제』라고 인정하는 태도이다.

4. 혼인성사

혼인에 대해서 현대적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들이 사용하는 표현들은 재일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한 의미들을 담고 있다.

성서와 초기 전통에 그 근거를 두고 혼인성사에 관한 전통적인 가르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새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공의회의 문헌들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작업을 해내었는데 그것은 곧 혼인성사를 법률적인 용어로 말하기보다 인격적인 범주에서 말했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혼인을 contract로서가 아니라 covenant로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