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이 땅의 교회에서 성서공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꼭 25년 전의 일이었다. 말씀에 목말라하던 당시 청년, 대학생들과 함께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가 시작한 소박한 성서공부는 이제 이 땅 전역에 다양한 성서공부로 확산되면서 울창한 겨자나무로 자라났다.
가톨릭 성서모임의 기본 덕목은 「성서의 생활화」. 말씀에 기초한 삶, 삶 속에서 드러나는 말씀의 향기를 무기로 한 성서의 생활화 운동 25년은 한국교회서는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 우리는 말씀에 기초하지 않고 기도가 결여된 채 외형적으로 커져버린 신앙공동체라는 보이지 않는 채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올 희년이 진정 말씀이 바탕이 된 희년이 될 수 있도록 가정공동체 속에서, 청년공동체 속에서 한국교회의 속을 말씀으로 채워가고 있는 가톨릭성서모임과 청년성서모임을 찾아보았다.
■ 가톨릭 성서모임
72년 7월 몇몇 수녀와 대학생이 시작
현재 6개 교구 2천여 개 팀으로 성장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서 지도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 도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하며 실천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파합니다」
신자들의 지속적인 재교육이 절실히 요청되던 72년 7월.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총원장=우소영 수녀)소속 조화선 수녀를 비롯한 몇몇 수녀들과 대학생들이 처음 시작했던 「가톨릭성서모임」은 「작은 밀씨가 땅에 떨어져 큰 열매를 맺었다」는 성서 구절의 비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꼽힌다.
신자라면 누구나 삶의 원천으로 삼아야할 것이 복음이지만 그 복음을 기록한 성서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시절, 단 몇 사람에 의해 태동을 본 성서모임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2천여 개의 팀으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팀당 7명씩만 성서모임에 참여한다 해도 줄잡아 1만4천여 명의 신자들이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교구에서 가톨릭 성서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기도하고 실천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성서모임을 거쳐 간 봉사자와 그룹원을 모두 합칠 경우 그 숫자는 실로 엄청날 정도다.
「어버이」 모임이 중심
이처럼 성서모임은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하느님을 체험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통해 그분을 체험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호응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당초 성서모임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먼저 시도돼 「가톨릭 대학생 성서모임」으로 명명돼 오다 74년 3월에는 일반 직장인 성서가족의 증가로 「가톨릭성서모임」으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75년 7월부터는 정식으로 어버이 성서모임을 시작, 성서모임이 더욱 활력을 얻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88년 5월에는 가톨릭 성서모임에서 젊은이 성서모임이 분리돼 나가면서 현재의 가톨릭 성서모임은 어버이 성서모임을 모태로 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때부터 성서모임은 내부적으로 어버이 성서모임과 청년 성서모임으로 분리돼 어버이 성서모임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에서 가톨릭성서모임(대표=윤미자 수녀)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성서모임은 홍인식 신부를 지도로 하는 서울대교구에서 각각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가톨릭성서모임은 서울대교구의 경우 흑석동에 본부를 두고 정릉과 보라매 등 3곳에서 지구별로 나눠 성서공부를 돕고 있으며 지방교구의 경우 원주와 청주, 인천, 부산, 울산 등지에 지방본부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성서모임을 전담하는 수도자만 해도 16명에 달할 정도로 영원한 도움의 수녀회에서 이 성서모임이 갖는 관심과 열정은 대단하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에서 이처럼 관심을 갖고 투신하는 이유는 바로 수도회 창설 당시부터 성서공부를 중요시했던 영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서모임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 몇몇 공헌자들의 희생과 헌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성서모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특별히 수녀회 지도신부를 맡았던 김수창 신부와 함께 현 최창무 주교, 최윤환 신부 등의 정신적 물질적 도움이 없었다면 성서모임의 태동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들 성직자들의 도움에 감사하고 있다.
2천년대 복음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본질이 복음의 정신을 삶 속에서 구현하자는데 있다면 성서공부를 통한 복음의 정신으로 살도록 노력해온 성서모임은 이 시대의 징표를 앞서 읽은 선각자로 분명 기록될 것이다. 가톨릭성서모임 (02)914-3968.
■ 가톨릭 청년 성서모임
88년 「가톨릭성서모임」서 분리
1백여 개 본당ㆍ30여개 대학에 조직
홍인식 신부 10년째 지도
젊음의 거리 서울 혜화동 대학로. 현란하게 희번덕거리는 네온사인의 물결을 약간 비켜선 한켠에는 이러한 소란함과는 다른 또 다른 젊은이들의 모임이 자리 잡고 있다.
가톨릭 청소년센터 내에 자리한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벌써 10년째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성서모임을 이끌어온 홍인식 신부와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양식으로 삼아 오늘도 뜨거운 믿음과 사랑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홍신부는 청년 성서모임을 『말씀으로 함께 모인 젊은이들의 교회』라고 부른다. 성서모임 하나하나가 곧 작은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젊은이들은 누가 강요하거나 의무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목마름, 영원한 것, 참된 행복, 진실된 가치에 대한 자기 스스로의 갈증으로 성서모임을 찾는다.
청년 성서모임은 1988년 홍인식 지도신부가 부임하면서부터 수녀회에서 독립돼 서울대교구 소속 청년사목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현재 매년 5천에서 6천여 명이 모임을 갖고 있고 봉사자 양성을 위한 연수에는 한 해 2천여 명이 참가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교구 소속이지만 서울 외에도 수원, 인천, 청주 등을 포함해 1백여 개 본당, 30여개 대학에 성서모임이 조직돼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우려와 위기의식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서모임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증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이 갖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 때문입니다. 말씀의 그 힘으로 젊은이들은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또 그 사랑에 응답해 자신도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는 깊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이 하느님 체험은 딱히 대규모로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인 이벤트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고 나눠진다.
『말씀의 힘을 느낀 젊은이 스스로가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자신의 확신과 체험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씀의 체험이 곧 우리 모임을 말씀 중심으로 만듭니다』
청년 성서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말씀 중심, 소집단 공동체, 그리고 철저한 평신도 사도직의 실천 등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연수원 건립에 힘모아
청년 성서모임은 창세기반 출애굽기반 등 네 단계로 이뤄지고 6개월에서 1년 과정의 한 단계를 끝낸 후 3박 4일간 연수에 참가하면 봉사자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93년 연수 참가자는 1천3백여 명 남짓. 95년에는 1천8백, 지난해에는 2천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3천여 명에 달한다.
청년성서모임은 밀려오는 젊은이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교육하고 연수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해 지난해 1월부터 연수원 건립을 위한 모금을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정된 액수가 무려 4억5천만 원에 입금된 것이 2억5천만 원. 대부분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인 이들이 겨우 2년도 채 안 돼 그들 스스로 모은 돈이다.
대강 추산해봐도 연수 참가자나 봉사자의 80% 정도가 기꺼이 건립금을 내고 있다. 물론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수원 건립이 자체 힘만으로는 안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지만 스스로 정성을 다할 때 나머지는 하느님이 채워주신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어 결코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는다.
오늘도 대학로에는 곱게, 화려하게 치장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와 있다. 그리고 그 한 옆에서 영혼을 곱게 치장하는 또 다른 많은 젊은이들이 활기있게 청년 성서모임을 향해 걷고 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