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사회기강」을 확립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풀어야 할 첫 번째의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은 「과연 정직한 사람인가」, 「과연 자신의 약속을 지킬 사람인가」에 두어져야 한다.
15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12월 18일, 우리는 또 한 번 국가의 흥망성쇠를 담보로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지도자를 뽑아왔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그다지 만족해하지 못한 것 같다. 왜 그럴까? 우리의 정치 풍토나 정치 수준에 대부분의 원인이 있겠으나 항상 우리를 따라 다니는 것이 「내가 그들을 뽑았다」는 피해의식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내가 그를 뽑았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는 없을까? 본보는 올바른 지도자 상을 제시하기 위해 「이런 대통령이 필요하다」를 마련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다. 4회에 걸쳐 게재될 이 난은 독자 여러분이 선거에 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최근의 대선정국을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걱정스러워진다. 온통 정치권이 이전투구식 싸움판이요, 「너 죽고 나 살자」는 투의 난장판이다. 「정권쟁취」 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이 정치의 속성이라지만 오늘 우리시대의 정치 모습은 너무도 한심스럽다. 정치판이 혼란스럽다 보니 국민들로서도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혼돈스러워진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투의 방관자적 자세마저 보여주고 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어쩌자고 이토록 국민들을 걱정만 시키고 있는가.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 나라의 주인답게 의연하고도 신중한 진단을 해야 한다. 정치판의 겉모습만을 보고 실망하거나 자포자기 하기에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갖는 의미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와 같은 혼돈상황은, 출산 전의 고통처럼,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필연적 과정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참으로 중요하다. 더구나 과거 권위주의와 개발독재시대를 지내온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영향력은 참으로 엄청나다. 가히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막중한 자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의 올바른 선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새로운 21세기의 문을 열며 남북통일의 실질적 초석을 쌓아야 한다는 시대적 과업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차기 대통령의 선출은 민족적 운명과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모두는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좀 더 냉철하고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나치리 만큼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발상을 앞세운다거나 자포자기적 자세를 보이는 경우 잘못된 선택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냉철한 판단이 중요
사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이번 대선정국에서도 희망적인 측면이 없지 아니하다. 먼저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실시되었다는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 실질 경선, 그 자체는 민주발전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행사였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대통령 후보들의 TV 토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 각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들은 여러 차례에 걸친 토론ㆍ연설을 통해 그들의 통치구상은 물론 도덕성, 가치관, 사생활 등 모든 면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고 있다. 활발한 토론은 국민들로 하여금 각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에 관한 검증을 가능토록 함으로써 올바른 선택의 가능성을 훨씬 높여주고 있다. 또한 거듭된 공개토론은 각 후보들로 하여금 국정 각 분야에 관한 충분한 연구를 하도록 함으로써 실력 있고 준비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거듭된 TV 토론은 후보자들의 대 국민 인지도를 높여 실력과 인품 있는 대통령의 선출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도 긍적적인 자세로 이번 대선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 것인가. 여러 가지로 얘기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시대 상황에 비추어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해 본 다음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곳곳이 부정과 부패로 얼룩져 있고 흐트러진 사회기강, 해이해진 질서의식은 그 정도가 극에 달한 느낌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어느 분야가, 어느 구석이 빤한 곳이 있는가. 1960년 이래 근면과 성실을 바탕으로 이루어 놓은 한강의 기적이 그 근본에서 흔들리는 듯한 걱정스런 상황이다.
◆법질서 그리고 정직
우리는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진단하고 그 원인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우리의 「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질서」가 흐트러진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사회기강」을 확립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 모두가 이 시대에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풀어야 할 첫 번째의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이번 대선에 즈음하여 어느 후보자가 이와 같은 시대적 과제 해결에 가장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가를 심사숙고 해야 한다. 그와 같은 시대적 과제에 비추어 만약 어느 후보도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후보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부정부패하거나, 해이해진 사회기강은 「거짓과 허위」의 산물이기도 하다. 정직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에서 부정부패는 싹트고, 사회기강은 흐트러진다.
그렇다면 대선후보를 선택함에 있어서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은 「과연 정직한 사람인가」, 「과연 자신의 약속을 지킬 사람인가」에 두어져야 한다. 법은 국민들 사이의 「약속」이며 질서란 서로 간의 약속이 지켜질 때 유지될 수 있는 사회현상이다. 그렇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후보자야 말로 법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이다. 아무리 내세운 대선공약이나 정치적 약속이 아름답고 멋지다 하더라도 과거 많은 약속과 신의를 저버린 전력이 있는 후보자의 경우 그와 같은 「공약」 이나 「약속」은 한낱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상심을 회복하고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는 정상심을 회복해야 한다. 정상의 사회를 위해서는 국민모두가 정상심을 바탕으로 법과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야말로 정상적 교육을 받고, 정상적 직업 아래 정상적 생활과 합리적 사고를 해온 지도자의 등장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머리를 가진 민족 중의 하나요, 밀리는 교통체증 중의 고속도로 속을 뚫고 들어가 오징어와 땅콩을 팔아 돈을 벌 정도로 악착같은 부지런함,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왕성한 교육열을 가진 우리 민족이 아직껏 세계 선진국 대열에 끼이지 못한 채 오늘과 같은 혼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명한 이유는 해방 후 50여 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국가적 리더십을 만나지 못한 불운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무쪼록 이번에야 말로 우리 모두 다함께 신중하고도 이성적인 판단 아래 법과 질서를 세우는데 가장 적합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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