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만 해도 하느님의 말씀에 목말라하던 많은 대학생들이 개신교 모임에서 성서를 배워야 했습니다. 그런 갈망 속에서 만난 가톨릭 성서모임은 저의에게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오아시스와 같았지요』
가톨릭 성서모임이 태동하던 지난 1972년 창립과 거의 동시에 모임에 합류한 최인실(아나스타시아)씨는 73년 성서모임 초대 총대표를 맡아 모임의 틀을 갖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다음 해인 74년 결혼과 동시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23년 만인 지난 8월 다시 한국을 찾아 25주년을 맞은 가톨릭 성서모임 식구들을 만났다. 물론 그동안 한국을 전혀 방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성서모임 시절 아름다운 기억들을 잊지 못하고 있는 최씨에게 25주년은 새로운 감회였다.
현재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최씨는 현재 1년 간의 안식년을 받아둔 상태. 그는 오랜 외국생활에서도 성서의 말씀을 생활의 지표로 삼고 실천하는데 결코 게으르지 않았다.
『단지 성서를 읽고 공부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서가 곧 내 삶 속에서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서공부와 생활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동체가 그리웠습니다.』
최씨에게 이런 신념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확고한 것이었다. 성서를 함께 공부하고 서로 사랑과 우정, 삶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성서모임의 체험은 그래서 이국생활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사실 성서모임 초창기 평신도들은 성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했다.
『당시만 해도 가톨릭에서 「합본 성서」는 있지도 않았지요. 그래서 낱권으로 된 창세기 한 권 달랑 들고 모임을 하곤 했지요.』
그렇게 열정을 바친 가톨릭 성서모임을 뒤로 하고 외국으로 떠난 최씨는 그곳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위한 거의 수도자적인 노력을 해왔다. 소화 데레사, 십자가의 성요한. 프란치스꼬 등 여러 성인의 영성을 배우고 따르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도착한 곳은 성서.
온 가족이 이웃과 함께 성서를 읽고 삶을 나누는 모임을 가져왔고 이제 그 모임은 아들 딸 다섯에 이르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이어졌다.
『우리 각자의 집은 작은 수도원입니다.』 그는 평신도 개개인의 신앙, 영성이 수도자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려질 수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그는 25주년을 맞은 성서 모임에 대해서도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도약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씨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클랜드 대학에서 문화지리학을 강의하는 남편 윤홍기(프란치스꼬)씨, 그리고 다섯 남매와 12월 한국에서 모두 합류한다. 그리고 대학 2년, 고교 2년의 두 아이는 이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성서모임에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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