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떠나가는 계절의 끝자락을 잡고 아쉬움에 젖고 싶은 때이다.

만추. 시간의 순환에 저항하듯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고엽들과 함께 전례력으로 「성자의 해」를 마감하는 이별을 나눌 추억이 있는 풍경들을 찾아가자.

사색이 묻어 있는 첼로 현의 울림처럼 화려하지도 가볍지도 않고 중후함과 여유로움이 배어 있는 늦가을이 좋은 교회 풍경을 만나보자.

■ 서울 및 수도권 지역

▲ 서울대교구청

도심 속의 정원, 세련미 가득

늘 가까이 있어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지 않듯 서울대교구청 청사 뜰 역시 도심 한가운데의 정원이라 할 만큼 늦가을의 정취가 예사롭지 않는 곳이다.

단아한 정원과 성가정상 조각 그리고 고풍스런 건물이 조화를 이룬 세련됨이 있는 곳이다.

▲ 남한산성 동문

수림과 유적기념관 잘 정리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주말 등산객들에게 사랑받는 남한산성은 기해박해와 병인박해 때 순교지이기도 한 유서 깊은 곳이다.

수림과 유적기념관이 잘 정리돼 있어 성지 순례와 함께 지방 유형문화재, 병자호란 기록화 전시장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어 가족과 함께 하루나들이 코스로는 그만인 장소이다.

■ 강원도 지역

▲ 용소막성당과 남종삼 생가터

모자이크 십자가의 길 이색

원주에서 제천으로 가다 보면 도로 오른편 들판 가운데 나무숲에 안겨 있는 듯 포근한 고딕식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용소막성당이다. 자연과 건축물이 잘 조화돼 있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용소막성당에는 「선종완 신부의 성서 및 유물 기념관」이 있어 여행의 청량제와 같은 신선함을 준다.

또 용소막성당 인근에는 남종삼 성인의 생가가 자리하고 있는데 한옥 뒤편을 따라 뒷동산 언덕배기에까지 단장돼 있는 모자이크 십자가의 길이 눈길을 끈다.

■ 충청권

▲ 청양 줄무덤길에서 갈매못

일몰, 지방도로 풍경“일품”

늦가을 정취의 깊은 맛은 뭐니뭐니 해도 「일몰」이다. 서해 바다로 넘어가는 붉은 해의 기운이 온통 단풍 빛으로 물들이는 낙조에 취하고 싶으면 충남 보령의 갈매못 성지를 반드시 찾아가길 추천한다. 또한 충남 청양에 있는 「다락골 줄무덤」과 「최경환 성인의 생가터」를 찾아가는 631번 지방도의 풍경을 이번 늦가을에 반드시 놓치지 말길 권한다.

▲ 공세리성당

은행나무 숲, 경관 빼어나

은행나무 숲 속에 있는 충남 아산의 공세리성당. 영화 촬영 장소로 사랑받을 만큼 가을 경관이 아름다운 공세리 성당은 인근에 아산만과 삽교호, 솔뫼성지가 있어 성지순례코스로도 적당한 곳이다.

■ 영남지역

▲ 대구대교구청

2백m 순례길은 몰아의 묵상길

대구대교구청을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 경관에 감탄사를 터뜨렸을 것이다. 마치 잘 가꾼 도심 공원의 산책로 같은 느낌을 주는 포근함이 있는 곳. 성모당에서 성직자 묘지까지 나 있는 2백여 미터의 순례길은 자신조차 잊게 하는 몰아의 묵상길이라 하겠다. 대구대교구청은 이른 아침, 성직자 묘지 제대 십자가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 풍경이 기막힌 곳이다.

▲ 죽림굴

‘영남의 알프스’ 간월산에 위치

영남의 알프스라 불릴 만큼 산세가 좋은 경남 언양의 간월산. 석남사를 돌아 배내 마을에서 3.6킬로미터 떨어진 간월산 9백 고지에 죽림굴이 있다. 최양업 신부와 언양지방 교우들의 피난처였던 이곳은 영남에서 마지막 가을을 보낼 최적의 장소라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 호남지역

▲ 다산 초당

오솔길, 다도해 수려함 만끽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 초당. 남도문화의 일번지라 불릴 만큼 멋스러움이 있는 곳인 이곳은 초당으로 올라가는 오솔길이 마음을 빼앗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한 다산 초당에 인접한 토말에서 다도해의 수려함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