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의 고귀한 정신을 실천한 고 정인성군의 유고집「나는 이렇게 살아가련다」가 오는 12월 일반 서점에서도 시판된다.
이 책은 지난 7월 21일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 인근에서 파도에 휩쓸린 어린이 10여 명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세 전주고 1년 학생 중 하나인 정군의 어머니 온정숙(47)씨가 사재를 털어 비매품으로 펴낸 것이다.
온씨는 유고집을 1천5백 부 찍어 전국 교육기관과 동문, 친지들에게 무료 배부했는데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물론 미처 책을 구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정군의 정신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판매용으로 출간할 것을 권유해왔다.
이 같은 요청에 따라 정군의 아버지 정윤석(51)씨와 온씨는 오는 12월경 일반 서점가에서도 구할 수 있도록 유고집을 시판용으로 찍어 판매할 계획이다.
정군이 목숨을 잃은 직후부터 유난히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온 아들의 유고집을 염두에 두어온 온씨는『결혼 5년 만에 얻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면서 남긴 소중한 글들을 그냥 묻어 두기에는 너무 아쉬움이 많았다』 며『이 책이 가족을 잃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정군이 공부방에 삶의 지표로 적어놓은「나는 이렇게 살아가련다」를 제목으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쓴 일기와 부모, 선생님께 보낸 편지, 교지에 발표했던 글, 친구와 선생님들의 추모 글들을 모은 것으로 4백 쪽 분량 중 3백 쪽 가량이 정군이 직접 쓴 글들이다.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각종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정군은 중 2년 때 정직한 삶과 효의 중요성, 공부의 재미, 강인한 심신, 장남으로서 역할, 지탄받지 않는 사회인을 다짐하는 글을 책상 유리 밑에 써 놓고 삶의 지표로 삼아왔다고 한다.
『너를 떠나보내고도 내가 이렇게 숨 쉬고 살아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구나. 너의 글모음을 정리하면서 너는 결코 길지 않은 열일곱 해를 살았지만 참으로 열심히 배우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믿는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정군을 포함한 세 명의 고교생의 의로운 죽음을 초등학교 교과서 집필에 적극 반영키로 했고 이와 별도로 추모비 건립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97년도 가톨릭대상 특별상 수상자로 이들 세 고교생을 선정해 지난 8일 시상식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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