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이 때 마음마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본보는 교회력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대림절을 맞아 누구보다도 춥고 쓸쓸하게 보내는 우리 주위의 불우 이웃을 찾아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이들의 삶을 전하면서 이번 겨울에는 모두가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살 수 있도록 4회에 걸쳐「대림절에 만난 사람」을 연재한다.
닥쳐오는 겨울,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훈훈한 열기로 세상을 채우고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재가노인돕기회(회장=장양숙, 지도=박인선 신부)에는 유난히 뜨거운 마음을 품은 사람이 있다.
재가노인돕기회가 겨울을 누구보다도 춥고 쓸쓸하게 보내는 65세 이상의 무의탁 노인들에게 월동의류를 전달하는「나눔의 선물 보내기운동」에 매년 다섯 벌 이상씩의 조끼를 떠 노인들에게 선물해 온 김숙자(세실리아ㆍ서울 잠실5동본당)씨가 바로 그 주인공.
본당 레지오 활동을 하며 무의탁 노인 돕기 일을 하다 우연히 조끼 뜨기에 동참하게 됐다는 김숙자씨는『있는 재주에 재미삼아 하는 일이 주위에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며 오히려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재가노인돕기회가 매년 10월이면 시작하는「사랑의 선물 보내기운동」에서 김숙자씨가 감당하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자신이 뜨는 5벌 내외의 조끼와는 별도로 10여 명의 재가노인돕기회 회원들과 수십 명의 봉사자들이 떠 오는 1백여 벌 안팎의 털조끼와 의류들을 일일이 세심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그의 일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떠 온 조끼들 중 잘못된 부분은 모두 그의 손을 다시 거쳐 나가게 된다. 어떤 때는 실을 다시 풀어 새로 떠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그는 다른 사람 몇 몫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가사를 함께 해야 하는 주부들이 조끼를 하나 뜨는 데는 아무리 빠른 손놀림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 솜씨 없는 사람들이 열심히 떠온 조끼가 잘못 짜여지거나 만족스럽지 않아 다시 풀어 뜰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는 김숙자씨. 이웃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그의 손길을 한시도 가만 놔두지 않게 만드는 셈이다.
조끼 뜨기에만 참여해오다 지난해 말에서야 재가노인돕기회의 정식회원이 된 김숙자씨는 올해는 사전답사를 위해 직접 파주시 적성지역 노인들을 방문했을 때 지난해 떠다 준 조끼를 받고 고마워하는 노인들로부터 오히려 감동 받았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뜬 조끼는 아니지만 동료들이 뜬 조끼를 입고 기뻐하고 감사해 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큰 힘을 얻게 된다는 김숙자씨. 그는『개인주의에 깊숙이 젖어 이웃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며『조그마한 실천이지만 동참하는 가운데 어려운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하는 마음을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쉽게 감동할 줄 알면서도 자신을 내세우는데는 익숙하지 못한 그는 재가복지회 뿐만 아니라「나눔의 전화」에서도 지난 92년부터 꾸준한 봉사를 해오고 있다. 가사일, 노인 돕기 봉사에다 상담원으로서 한 달에 12시간씩 남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조그만 능력이지만 함께 나눔으로써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김숙자씨.
어떤 일이든 자신의 능력이 도움이 되고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곳곳을 밝히는 우리 교회의 등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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