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ㆍ아바나=외신종합】최근 교황청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 방문 일정을 공표함으로써 바야흐로 금단의 땅 쿠바에도「종교의 봄」이 꽃 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황청은 최근 오랫동안의 논란 끝에 내년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역사적인 쿠바 방문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쿠바정부 역시 교황의 방문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중남미에서는 유일하게 교황이 방문하지 않은 쿠바는 지난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종교자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60년대 국가와 교회 갈등으로 많은 성직자들이 조국을 등지거나 추방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톨릭은 쿠바에서 가장 많은 신자 수를 갖고 있는 종교이다.
교황의 쿠바방문에 대한 원의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교황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만남이 있은 직후부터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후 교황청 관계자들이 몇 차례 쿠바를 직접 방문해 일정을 협의하고 협조사항을 논의하면서 원래 지난해 방문이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98년 1월로 연기된 바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방문 연기가 대 쿠바 경제제재 조치를 여전히 풀고 있지 않은 미국의 움직임 등 복잡한 국제 정치적 요소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같은 사정은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황의 쿠바방문이 임박하면서 쿠바정부는 물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도 잠정적으로 교황의 쿠바방문 기간 중 자국민들의 쿠바 여행을 특별히 허용키로 하는 등 특별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정부 역시 이 기간 중 미국 여행객들의 입국을 허용, 미국발 여객선과 전세기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미사장소로 신자들을 수송하는데 국영 대중 교통수단을 활용할 뿐 아니라 행사보도에도 국영매체를 적극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92년까지는 쿠바에 사실상 종교자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례 없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쿠바는 지난 91년 종교 활동이 허용됐고 이듬해 헌법에서 종교금지 조항이 삭제됐으나 여전히 종교 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가톨릭교회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각급 학교에서의「과학적 무신론」교육이 사실상 중단되고 있으며 가톨릭 신자도 공산당에 입당하도록 허용되는 등 정치적 불이익이 축소되고 있다.
수도 아바나를 비롯해 주요 도시 성당에도 교리를 배우거나 세례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 6월에는 아바나의 한 성당 앞에서 당국의 허가를 정식으로 받은 대규모 야외미사가 봉헌되기도 했다. 미사에는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일반 가정을 방문해 성서를 나눠주고 교황의 쿠바방문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교황의 이번 쿠바방문은 지난 4월 보스니아 방문, 5월 레바논 방문과 함께 가톨릭교회에서는「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쿠바에서 꽃피고 있는 종교의 봄이 미국을 비롯해 쿠바 경제를 옥죄고 있는 국제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든 어떻든 교황의 쿠바방문을 기해 40여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쿠바의 가톨릭교회는 새로운 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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