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근교 외딴집에 칩거해 온 박범신(중훈 아우구스티노)씨가 93년 절필한지 4년 만에 연작 소설집을 펴내고 다시 글쓰기에 나섰다.
절필 선언 4년 만에 펴낸 연작소설집「흰 소가 끄는 수레」(창작과 비평)는「흰 소가 끄는 수레」「제비나비의 꿈」「골방」「바이칼 그 높고 깊은」, 「혼잣말」 등의 다섯 편의 연작과 단편「그해 내린 눈 지금 어디에」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자신의 자전적 고백 성격을 띠고 있는「흰 소가 끄는 수레」는 한 작가가 자살 도구인 면도칼을 가지고 자신이 처음 소설을 썼던 곳으로 가다가 자신의 분신을 암시하는 남자를 만나 결국 면도칼을 던져 버린다는 줄거리이다. 작가 자신이 절필 선언을 하게 된 이유와 다시 펜을 잡기까지의 경위를 고백하는 듯한 내용이다.
「제비나비의 꿈」은 인기 작가를 아버지로 둔 이유 때문에 상처받은 아들이 시골에서 절필 중인 아버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그렸고「골방」은 대학입시에 시달리는 아들을 데리고 고향마을에 내려가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이다. 「바이칼 그 높고 높은」에서는 데모에 가담한 딸에게 아버지가 편지를 보낸다. 「그해 내린 눈 지금 어디에」는 광주 항쟁과 당시 인기작가의 삶을 누리던 자신을 돌이켜보는 글이다.
「풀잎처럼 눕다」「불꽃놀이」「불의 나라」 등을 펴내며 80년대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던 작가 박범신은 73년「여름의 잔해」로 등단한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인기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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