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학의 생화학 교수인 모르비츠 박사는 인간의 육체를 돈으로 환산해 본 적이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인체 내에 있는 화학물질인 효소, 단백질, 아미노산 등 생화학 물질들만 뽑아낸다고 하면 그 값이 6백만 불이나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6백만 불의 사나이」들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을 살아있는 세포로 만드는 데는 6천만 불을 들인다 해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값비싼 존재, 고귀한 존재다.
옛날 로마 시대에는 주인이 노예를 마음대로 죽일 수가 있었다. 로마의 황제가 어느 귀족집에 초대받아 갔다. 황제를 대접하려고 저녁상을 차리던 노예 하나가 유리컵을 깨뜨렸다. 그 집에서는 노예가 유리컵을 깨뜨리면 사형에 처하는 법이 있었다. 그 노예는 살려달라고 주인에게 애걸했지만 주인은 거절했다. 이를 지켜본 황제는 신하를 시켜 그 집에 있는 유리컵을 모두 가져오라 하여 한꺼번에 왕창 깨뜨려 버렸다. 안 그러면 그 컵 수효대로 많은 노예가 죽음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리컵 하나와 한 사람의 생명을 맞바꾸던 로마 제국은 멸망했다. 가미가제라는 군대를 만들어 철부지 소년들을 비행기에 태워 그 비행기와 함께 적진에서 자폭시키던 일본군국주의자들이 망했다. 유태인을 6백만 명이나 살해했던 아이히만과 히틀러가 망했다. 우리나라도 5. 18특별법을 만들어 광주학살 책임자를 처벌했다. 이처럼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사람이나 인권유린하는 정치, 문화 등은 모두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왔다.
오늘은 대림 제 2주일이며 인권주일이다. 한국천주교회는 광주사태와 대량구속사태 등 심각한 인권탄압이 자행되던 1982년 대림 2주일을 「인권의 날」로 제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인권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뜻한다. 창세기 1, 20-27을 보면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다고 나와 있다. 또 로마서 2. 15에 인간은 누구나 자기 양심에 새겨진 도덕적 의식을 갖고 있으며 이것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갈라디아서 3장 28절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은 유다인이나 그리스인이나 노예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런 차별 없이 동등하다」고 말씀하신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창조되었으므로 존귀하며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될 같은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한 모든 차별대우는 제거되어야 한다.
인간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모든 요소도 또한 제거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사회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인간이 사회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서든지 사회가 인간의 기본권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정치체제나 법도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인간이 법이나 정치제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이유에서든 정치체제나 정치가가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유린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는 1975년에 발표한 「교회와 인권」이라는 교서에서 다음과 같이 기본적 인권을 선언하였다. 1. 모든 사람은 그 고귀성과 품위와 본성에 있어 평등하다. 2. 사람은 누구나 같은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3. 인간의 인격적 원리를 불가침이고 불가양도이며 보편적이다. 4. 사람은 누구나 생존권, 신체의 보존 및 건강을 누릴 권리, 인간품위에 알맞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소유할 권리, 즉 의식주 생계수단 그 밖의 사회보장에 불가결한 것들을 보유할 권리, 5. 누구나 합당한 호칭과 존경을 받을 권리, 6. 사생활을 수호할 권리, 7. 거짓 없는 보도를 들을 권리, 8. 양심에 따라 행동할 권리, 9. 진리를 탐구할 권리, 10. 신앙과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할 권리, 11. 종교의 자유, 12. 법 앞에서의 평등, 13. 결사의 권리, 14. 결혼과 가정의 권리, 15. 공적인 일에 참여할 권리, 16. 일할 권리, 17. 교육받을 권리, 18. 사유재산권, 19. 민족들의 발전에 관한 권리, 20. 이주의 권리, 21. 남녀평등권, 22. 부모의 자녀교육권, 23. 노인과 어린이, 병자와 버림받은 사람이 신체의 보호를 받을 권리, 24. 투표권, 25. 합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 26. 노동자의 파업권, 27. 공동선을 위하여 사유재산을 제약할 수 있는 권리, 28. 문화의 혜택을 받을 권리, 29. 소수 민족의 권리, 30.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31. 반체제 인사의 권리 등이다.
이런 인간의 기본권이 과연 얼마나 보장되었는가? 정치적 보복으로 인한 인권 유린, 태아 살해, 여자와 어린이 학대, 학교 폭력 등 아직도 인권 유린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 즉 배우자나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인권 옹호의 첫 걸음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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