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아동들에게 영원한 가정을 제공해 줌으로써 건전한 성장발달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출산이 불가능하거나 출산을 통하지 않고 자녀를 갖고 싶어하는 가정에게는 의도적으로 친자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아동복지나 가정복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부모-자녀 관계 창조
입양은 생물학적 과정이 아닌 법적, 사회적 과정을 통해 새로운 부모-자녀의 관계를 창조한다. 이러한 창조는 입양삼자(입양부모, 입양아동, 친부모)와 입양기관이라는 입양 구성요소를 통해 이루어지고, 아동을 입양하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입양삼자의 평생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완성된다.
입양삼자는 이러한 과정 안에서 그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체험들을 하게 되는데 입양부모는 「잃음과 얻음」에서, 입양아는 「버려짐과 선택되어짐」에서, 친부모는 「얻음과 잃음」이라는 현실이 가져다주는 그들의 애환이 담긴 체험들이다.
■ 입양삼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애환
입양삼자들이 입양으로 인해 겪는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정서적인 것이다. 입양삼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정서적인 애환은 크게 7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정서적 애환 겪어
첫째「상실감」으로. 입양은 상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상실이 없는 입양은 있을 수 없다. 친부모의 경우에는 자녀의 상실, 입양아의 경우에는 친부모의 상실, 입양부모는 그들에게서 태어날 아이에 대한 상실이다.
「상실감」과「거부감」
둘째「거부감」이다. 입양아들은 자신이 가치없는 존재이거나 결함이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경험하고, 친부모들은 자신이 무책임하거나 무가치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거부하고, 자신이 입양 보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 입양사실을 비밀로 한다. 입양부모들은 아기를 낳을 수 없는 자신의 몸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거나, 힘 있는 그 어떤 분이 버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임이 아닌 배우자로부터 버림을 받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수치심」과「슬픔」
셋째「수치심, 부끄러움」. 입양삼자들은 그들이 「영원히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입양아들은 그들이 「다름」으로 인해, 그들의 불행이 당연시되는 것에 대한 수치심을 느낀다. 친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입양 보냈다는 사실과 또 자신들의 아이를 최선을 다해 양육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데서 오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낀다. 입양부모들은 자신들이 불임인 사실에 수치심을 느낀다.
넷째「슬픔」이다. 입양삼자들은 입양이라는 문제해결과정을 통해 무엇인가를 얻은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자유롭게 슬픔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5단계 즉 「부정-분노-흥정-침묵-수용」을 거치는데 극히 개인적으로 진행된다.
「나는 과연 누구?」
다섯째「정체감」으로 입양은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아야 하는 정체성을 위협한다. 입양아는 가족의 정체성을 잃은 대신 입양가정의 정체성을 빌렸다. 생부모는 우주 안에서 자신의 한 부분을 잃은 생각에 자신의 정체성에 도전을 받는다.
입양부모는 자신이 불임이라는 사실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한다고 생각한다.
친밀한 관계 형성에 두려움
여섯째「친밀감」으로 정체성에 대해 어려움을 체험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입양아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이 친부모와 관계되어 있을지 모르는 것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두려워하고, 생부모는 친밀감을 상실감으로 이끈다는 것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피한다. 입양부모들은 거부감과 상실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과 또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안전을 찾기 위한「제어」
일곱째「제어」이다. 사람은 안전을 위해 적당한 제어가 필요함을 느낀다. 입양에 있어서 제어를 잃음은 삶의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친부모들은 입양과정에서 자신이 희생자라는 것과 무기력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입양부모들은 자신들이 희망이 없는 사람임을 배우게 되고, 입양아들은 자신들이 어리기 때문에 최소한의 참고자 역할만 하게 되는 것 안에서 제어라는 관문을 여러 번 통과해야만 나름대로 안전을 찾게 된다.
■ 발달과정 안에서 겪는 입양삼자들의 애환
입양아
영아기의 입양아는 입양됨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친부모로부터 입양부모로 옮겨지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해야하며, 양부모와 기본적인 신뢰감을 형성함으로써 그를 둘러싼 세상을 의존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이루게 되는 입양부모에 대한 신뢰의 정도는 이후의 입양이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입양아는 유아기와 학령기에 자신이 입양부모와 다른 개체임을 인식하게 된다. 특히 6세 정도가 되는 입양아는 입양이「선택됨」을 의미하기 전에「버림받음」을 의미함을 이해하게 되고 처음으로 상실감을 경험한다. 또한 친부모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며 동시에 입양부모로부터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상실감과 두려움을 표현하며 여러 가지 문제행동을 일으킨다.
사춘기가 되면 입양아는「나는 누구인가?」하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기 초기와 후반기는 변화가 아주 많은 시기로 이 시기 입양인들은 성인으로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정체감을 견고하게 통합하게 된다.
입양인들은 직장이나 경력을 갖는데 있어서 입양부모의 기대치와 입양인의 성취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 입양가정에서는 일반가정보다 더 유전적 소인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입양인 스스로 강한 자아 정체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성숙한 친밀감을 가질 수 없다
친부모
「친권」포기 후에도 심리적 고통은 여전
친권을 포기한 친부모들은 친권포기 후에 그런대로 사회기능은 해 나가나 심리적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으며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친모들은 그들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 전반에 걸쳐서 그들의 감정과 행동은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친모는 더 이상 아무 자녀도 갖지 않고, 또 어떤 경우는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가진다. 어떤 친모는 무절제한 성생활을 하고, 어떤 이는 성관계를 전혀 가지지 않는다.
이처럼 친모가 친권포기로 인한 절망과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연령이나 장소와 상관없이 친모증후군이 점점 더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주제가 된다.
입양부모
입양부모의 입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불임」의 문제이다. 불임부부가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은 아주 깊다. 아동을 입양한다는 결정에 이르기 전에 이들의 대부분은 그들 자신의 아기를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입양부모들은 입양을 결정하고 나서도 반드시 또 다른 여러가지 문제들을 대하게 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사생아에 대한 태도), 입양에 관한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 아동이 다른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을 그들의 삶과 아동의 삶에 조화시키는 문제, 친부모를 향한 다양한 감정들, 양부모가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평가와 불확실성, 주변 사람들에게 입양사실 공개 여부에 따른 문제 등을 안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입양이 승인되어 아동을 새 가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입양부모들은 입양아의 발달 단계에 따라 또 다른 형태의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특히 입양아의 사춘기에 입양부모들은 특별히 깊은 고통을 체험하게 되고 과거의 경험에 대한 상실을 새기기도 한다.
◆ 어느 양부모의 편지
시댁의 괴롭힘…친정의 무관심…남편의 사고…
이제는 그렇게 예쁘고 감사할 수가 없어
성모님이 예수님을 키웠듯이…
안녕하세요. 수녀님!
저는 쌍둥이 엄마입니다. 진작 편지를 한 번 드린다는 게 두 아이를 키워내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여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마음을 내어봅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애들의 큰아버지께서 지어주셨습니다. 그곳에서 보낸 8개월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그곳에서 부르던 이름자를 넣어 지으셨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그 동안 마음고생을 무척 했습니다. 아들 쌍둥이를 데려왔다고 시댁에서는 핏줄 운운하며 저희를 괴롭혔고, 친정어머니는 제가 힘들다고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또 아이들은 온지 한 달 만에 애들 아빠가 허리를 다쳐 침대에서 꼼짝 못하고 3주 동안이나 누워 있어야 할 때의 그 절박함이란 어찌 말로 다하겠습니까? 남편은 이렇게 귀한 아들을 주신데 대한 보속이라고 생각하자고 했고 저는 산고를 겪는 것이라 다짐하며 힘든 시간들을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인내하였기에 이제는 정말 제가 낳은 아이들처럼 그렇게 예쁘고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자는 아이에게 하도 뺨을 비벼대고 손가락, 발가락을 만져서 몇 번이나 아이들이 깨기도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사랑해주는 만큼 저희의 아이가 되어가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능적인 사랑말고 하느님 안에서 신앙인으로 기도하며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키웠듯이』.
그곳의 아이들이 모두 좋은 부모를 만나길 기도하며 또한 우리 애들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봄이 되면 애들 데리고 찾아뵙겠습니다. 애들 돌 사진과 옷가지 몇 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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