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아강그리알과 케냐 나이로비,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날씨입니다. 가장 더운 낮에는 40도를 넘고 가장 시원한 새벽녘에는 10도 가까이 떨어지는 극심한 일교차를 가진 아강그리알에 비해 나이로비는 낮이건 밤이건 실내온도가 22도 주변에 머문다는 사실입니다. 살기 좋은 나이로비이죠. 하지만 살기 좋은 기후를 지닌 도시이기에 아프리카답지 않게 발전됐고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은 매캐한 연기를 뿜어댑니다. 코는 맵지만 시원한 도시, 하늘만큼은 어느 나라보다 아름다운 나이로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임무였던 이상협 신부의 귀국은 무사히 이루어졌습니다. 현재 이 신부는 한국의 추운 날씨를 강한 정신력으로 잘 버텨내며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두 번째 임무였던 서동조 신부의 나이로비 적응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매일 식사 때마다 그날 학원에서 있었던 일을 듣게 되는데,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문제는 마지막 임무입니다. 건축 자재를 실어 보내는 그 임무에 역시나 예상치 못한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이 신부를 떠나보낸 뒤 본격적으로 자재 구매에 나섰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견적을 받고 주문하고 물건이 나오는 날짜를 확인합니다. 대부분의 자재가 1월 말까지 준비가 되는데 한 회사에 주문한 기름탱크와 물탱크 타워는 제작기간이 3주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늦어도 1월 말에는 트럭을 출발시켜야 하는데 걱정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2월 중순 건축 봉사자들이 남수단에 들어오기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름탱크와 물탱크 타워는 장애도 아니었습니다.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면세서류, 남수단 정부에서 이 서류를 발급해주고 트럭이 남수단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줘야 자재를 실어 보낼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1월초 준비된다던 면세서류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매번 이번 주에는 나온다, 내일 담당자가 서류를 받으러 간다고는 하는데 받았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날짜는 2월을 훌쩍 넘겼습니다. 걱정했던 기름탱크와 물탱크 타워 제작도 한 주 전에 끝났고, 한국에서 출발한 건축 봉사자들도 이미 아강그리알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트럭은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복병, 면세서류가 아직 남수단 정부기관 어느 책상 위에 남아 저에게 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다음 날이면 집까지 배달되는 한국이 그립습니다. 물론 가끔 한국에서도 배달 사고가 나곤 하지만, 이처럼 대책 없이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지요. 속이 타고 열불이 납니다만, 그래 봐야 나만 손해입니다. 여기는 아프리카이니까요. 여기서 살려면 이곳 사람이 되어야 하나봅니다. ‘될 대로 되라, 언젠가는 되겠지.’ 하고 느긋이 기다려야 할까 봅니다.
어휴…, 그나저나 이번 주에도 서류가 나오지 않으면 봉사자분들 한국으로 떠나시기 전에 트럭이 도착하지 않을 텐데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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