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9월 25일, 저는 우리 교구의 제3대 교구장으로 착좌했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교구민 모두와 함께하는 참 목자로서의 길을 걸어갈 것을 재다짐한 날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당시 주한 교황대사이셨던 조반니 바티스타 모란디니 대주교님, 교구 초대 교구장이신 윤공희 대주교님 등 전국 각 교구장 주교님들과 성직·수도자, 평신도 4000여 명이 참례해 주셨습니다.
이날 교황님을 대신해 교황대사님은 교구장 임명선포를 해주셨고, 저는 전임 교구장이신 김남수 주교님으로부터 목장을 전달받고, 김 주교님의 인도로 교구장좌에 자리했습니다.
당시 김남수 주교님께서는 이임사를 통해 “교구장 재임시 보여주었던 신부님들의 따뜻한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씀하시고 “혹여 불만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형제적 사랑으로 잊어주고, 새 주교님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수원교구를 성장 발전시켜 나가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윤공희 대주교님께서도 모든 교구민들에게 “오늘 착좌식을 보는 감회가 훌륭한 아내를 맞이하는 손주의 결혼식에 참석한 기분”이라며 “수원교구의 아들로서 나고 자라고 꾸며져 수원교구의 배필로 정해져서, 오늘 혼인을 치르는 최 주교를 도와 영적 활력이 넘치는 교구로 발전시켜 달라”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취임사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수원교구는 아직 젊은 교구로서, 200여 명의 신부님들과 40여 만 명의 신자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모은다면 하느님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날 교구민들이 저에게 주신 영적예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착좌하기에 앞서 모든 교구민들이 40일간 저와 교구를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세상의 구원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희생과 구원의 은총 없이는 불가능했듯이, 우리의 밝은 미래도 우리의 땀과 희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날 우리는 십자가를 보고 물러서지 않는 용기로 모두가 합심해 미래로 나아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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