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있으리라곤 쉬 상상이 가지 않는 서울 시내, 그것도 서울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구 관훈동의 골목에 위치한 80평 남짓한 허름한 집「라파엘의 집」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다.
스스로를 거지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라파엘의 집(지도=최선웅 신부) 최명삼(아오스딩)원장과 시각장애에 척수장애, 자폐증, 뇌성마비 등 적게는 6가지에서 많게는 9가지의 중복장애를 함께 앓고 있는 21명의 어린이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라파엘의 집」. 최명삼 원장 또한 교통사고로 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다.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고 있는「라파엘의 집」봉사자들은 요즘 들어 더욱 분주해졌다. 갑자기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지난해보다 60% 이상이나 줄어든 도움의 손길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시설로 이사 가기 위해 지난해까지 적립해온 1천만 원의 기금은 운영난으로 이미 까먹어 버린 지 오래다.
◆100% 후원금에 의존
지난 여름 장마에 새는 지붕을 수도 없이 올라 다녀 지붕 고치는 일이 이젠 웬만큼 손에 익었다는 봉사자 김은숙(베로니카)씨는 『놀이방도 직접 운영해봤지만 이곳 아이들만큼 순수하고 영혼이 깨끗한 아이들은 없었다.』면서도 『싸우면서 클 나이인데도 싸울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볼 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국가운영 시설이나 일반 사회복지 시설에서도 돌보기를 포기하고 떠맡기다시피 한 중복중증 장애아동들을 단순히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통해 새 삶을 찾도록 하고 있는「라파엘의 집」은 지난해까지 41명의 아동들을 서울ㆍ충주ㆍ청주 등지의 맹아학교에 취학시키는 등 적지 않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1백%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라파엘의 집은 계속되는 재정난으로 지난 10월부터는 까나리젓과 크리스마스카드를 판매하는 등 갖은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매월 쌓이기만 하는 부채로 벅차기는 마찬가지다.
◆매월 부채만 쌓여
『지난해 이맘때보다 5배는 더 열심히 뛰고 있어요. 그렇지만 들어오는 수익은 지난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요』 쓸쓸함이 밴 최원장의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다가오는 성탄절, 「라파엘의 집」봉사자들은 성탄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안도해야 하는지……. 서글픔만 더욱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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