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많은 독지가들이 찾아와 라면이라도 구입해주고 돌아가곤 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아예 찾아오는 발길조차 끊어져 버렸습니다』
서초구 양재동에 소재하고 있는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소속「신망애의 집」김원휴 원장은 경제적으로 위축된 탓인지 발길을 끊어버린 독지가들의 경제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같으면 각 방마다 라면과 의류상자 등으로 가득 차 있을 시기지만 지금은 찾아오는 발길도 끊어지고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후원금도 뚝 떨어진 상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우리 이웃은 더욱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정작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의 손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비례해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실업자문제 등은 증대할 것이고 이에 따른 정신적 공황상태가 발생, 행려자 문제를 비롯한 가출문제, 이혼문제 등 사회문제는 더욱 심각할 정도로 변해갈 전망이다.
현재 교회 내에는 전국 각지에서 8백여 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복지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어느 복지시설도 예외 없이 경제적 한파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어느 복지시설의 경우 연말에 보내주는 후원금 등을 모아 연간 필요한 가재도구를 구입해 왔기 때문에 이번 연말을 잔뜩 기대했으나 김장 김치조차 담글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행려자들을 위한 무료식당인 프란치스꼬의 집을 운영하고 있는 작은형제회 원유성 수사는『야채가게를 하는 신자들이 과거에는 팔고 남은 야채 등을 식당에 보내주어 많은 도움이 됐으나 지금은 처지가 달라져 식당운영에도 애로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원수사는 그러나 『식당을 찾아오는 행려자 수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의 나눔은 더욱 값진 만큼 어려운 이웃에 대한 나눔은 더욱 증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교회 내 대부분 복지시설은 사실상 일반 신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한파로 인해 신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거두어 버린다면 그 많은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들은 당장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매달 한차례씩 보내주는 적은 금액의 성금이지만 그것을 받아 운영하는 복지시설로서는 생활의 원천이 되고 보금자리를 유지시켜주는 생명줄과 같은 고귀한 도움의 손길이 된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수록 씀씀이를 줄이고 사치와 낭비의 요소가 없는지 자신의 주위를 되돌아보면서 근검절약한다는 것은 신앙인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자선의 참된 의미는 내가 풍족할 때 나눌 수 있는 정성이 아니라, 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자신보다 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 그 관심이야말로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 겨울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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