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목분야
「열린 사목」ㆍ쇄신 지향 도약 위해 시노드 등 다양한 시도
대희년 준비에 전 신자 동참 미흡
1997년은 2천년 대희년을 직접 준비하는 첫해인『예수 그리스도의 해』로 한국 천주교회도 새로운 제3천년기를 향한『내적 쇄신』과『복음선교』란 대주제에 전반적인 사목 초점을 맞추고 활력있는 한 해를 보냈다.
한국주교단은 봄 총회에서 대희년 준비를 위한 공동 사목교서『대희년을 바라보며』를 발표,『2천년을 앞두고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신앙인들이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강조하고『새로운 대림 시기를 사는 자세로 대희년 준비에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줄 것』을 전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한국 주교단은 공동 사목교서 발표에 이어 2천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2천년 대희년 전국 대표자 회의」를 구성, 2차례의 전국 회의를 개최해 각 교구별 대희년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2천년 대희년 주교특위는 또 주교회의 사무처에 대희년 사무국을 설치하고, 우리말 대희년 표장과 홍보 현수막, 자료집 등을 마련, 신자들에게 희년 정신을 확산시켜 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의 대희년 준비는 아직 신자 하부계층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머리만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듯이, 성직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아쉬웠던 한 해였다.
열린 사목 지향
사목적 측면에서 올 한해를 진단한다면 한마디로「열린 사목을 지향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천년 대희년 준비와 교회쇄신 결의를 위해 대구대교구는 11월 30일 시노드를 개막했고, 인천과 수원교구도 교구의 새로운 도약과 쇄신을 위해 시노드를 준비하고 있다.
수원교구는 특히「함께 하는 사목」을 목표로 상명하달식 교구구조를 탈피하고 평신도 참여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등 교구 사목쇄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어 내년부터 많은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보다 과학적이고 능률적인 사목방안을 창출하기 위해 상업은행과 손잡고「교구청 전산화」작업을 실시했고, 젊은이들과 직장 단위의 소공동체 집중 육성을 위해「청년사목 중장기 계획」과「직장 소공동체 육성을 위한 3년 간 3단계 계획안」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교구로 거듭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며「성모병원」을 건립하고 특성화 학교인「양업고등학교」를 한국 천주교회로서는 처음으로 건립해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광주대교구와 전주교구가 교구 설정 60주년, 부산교구가 40주년을 맞아 신앙대회와 경축행사를 개최하고 교구발전을 위한 내실을 다졌다.
열린 선교를 지향한 본당 사목활동도 금년 한 해 큰 결실을 맺었다.
수원 화서동본당은 2개월 만에 5백2명을 영세시켰고 대구 지산본당은 20개월 간 1천2백8명을 입교시켰다. 또한 광주 염주동본당은 5백 명을, 서울 구로본당은「새 가족 찾기 운동」을 전개, 예비신자들 예년 대비 5배나 성장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금년 한 해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한ㆍ일 양교회 간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성화됐다는 점이다. 한국 주교단이 일본 주교회의 초청으로 지난 11월초 일본교회를 공식 방문했고 한일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올바른 한일관계 인식과 아시아 평화 지향을 위해 공동 기도문을 작성, 매월 15일 기도문을 봉헌하기로 했다.
한일 양국 청년들은 지난 8월 파리 세계청소년대회에 앞서 루르드에서 교류를 갖고, 아시아지역 청소년 연대에 초석을 다졌다.
대 사회 활동
한국 가톨릭교회는 금년 한 해 동안 대통령 선거와 대만 핵폐기물 북한 반입문제, 양심수 석방 및 북한 탈출동포 실종사건, 인권영화제, 동티모르 인권운동 등 대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한 각 교구와 교구정평위, 교회 내 인권단체 등은 대선과 관련「성명서」와「담화문」을 발표, 공정한 선거와 21세기를 열 참지도자를 뽑기 위해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주교회의정평위는「인권주일 담화문」과「정치발전을 위한 호소」「회개와 은총의 때-난국을 위한 우리의 고언」등을 발표했고 대선과 관련,「공동선과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책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 통일ㆍ민족화해
「민족화해 주교특위」설치
무드 조성ㆍ통일대비 다목적 포석
북한 돕기에 전국서 십시일반 참여
북녘 형제와의 나눔
97년 한 해 동안 통일사목과 민족화해운동에 있어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사랑의 나눔과 민족화해를 위한 주교특별위원회의 설치가 꼽힌다.
금년들어 더욱 활발해진 북한동포들과의 나눔은 3년 연속 기근과 홍수로 인해 굶주리게 된 북한 동포들에게 국수와 옥수수, 겨울옷 등을 나눠 주자는 운동으로 펼쳐졌으며 수많은 신자들이 소속교구와 본당의 구분없이 북한 동포 돕기에 동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극심한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 동포를 돕자는 국수 나누기 운동, 옥수수 나누기 운동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북한 동포들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북한 동포 돕기에 참여한 신자들은 북한의 정권은 미워도 그들 속에서 고통 받는 형제들은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십시일반으로 나눔을 실천, 4개월 만에 40억 원에 가까운 성금을 모금했다.
북한 동포와의 나눔은 서울대교구에 이어 춘천교구가 같은 교구민들을 돕는다는 차원에서「한솥밥 한식구운동」을 펼쳐 북강원도에 감자를 전달했다.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청주, 안동, 마산, 수원, 원주, 제주 등 거의 전 교구가 북한 동포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표출해 왔으며 주교회의도 5월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교구와 단체별로 이뤄지고 있는 북녘 형제 돕기 창구를 일원화했다. 또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각 수도회, 평협, 가톨릭농민회 등도 북한 동포 돕기에 일조했다.
「주교특위」발족
통일사목에 있어 가장 큰 관심은 무엇보다 주교회의 차원의 민족화해특위의 설치다. 주교특위는 변해가는 통일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 효과적인 통일사목을 전개하기 위한 것으로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적절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 통일에 대비한 사목적, 재정적, 정신적 준비를 위한「통일사목위원회」를 발족, 북한교회의 재건과 사목자 양성, 북한지역에 대한 연구와 조사활동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민족화해미사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12월 16일까지 1백44차례 봉헌됐으며 민족화해학교는 제2단계 2기를 마쳤다.
통일준비의 구체화
서울 중림동본당이 지난 11월부터 매주일 2차헌금을 봉헌, 자본당인 개성 송도본당을 재건하기 위한 노력에 들어가는 등 한국교회 차원에서 최초로 개별본당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6.25이후 침묵의 교회로 변한 북한 내 본당은 서울교구 소속 23개, 원산교구 12개, 평양교구 23개 본당은 총 68개 본당에 이른다. 이들 본당을 우선 각 연고별로 묶어 통일 전후를 대비한 재건운동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김수환 추기경은 방북을 성사시키고 남북 간의 화해를 심기 위한 노력으로 최창무 주교 등은 지난 6월, 북경에서「평화통일을 위한 천주교인들의 역할」을 주제로 만나기도 했다. 아울러 민화위에서는 현재 남측 대표단의 방북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문화분야
학술·미술·음악·문학 등 문화 예술계 전반에 고른 결실
1997년 한국 가톨릭 문화예술계는 여느 해보다 풍성한 결실을 맺은 한 해였다.
특히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최양업 신부 친필 서한을 비롯한 한국 천주교 관련 고문서 30점이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로부터 영구 이양된 것이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또한 교회 문화재에 대한 신자들의 일반적 관심이 고조됐을 뿐만 아니라 교회 문서고 운영에 대한 일반적 지침이 마련돼 교회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눈을 뜬 한 해였다.
교회 문화재 및 유적 보호를 위한 노력은 한국 천주교회 사상 처음으로 순교 성지인 「절두산 성지」「양화진, 잠두봉」이 지난 11월 11일 국가 사적 제3백99호로 지정되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아울러 미술 사진 출판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 각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국 가톨릭 문화 예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시도들이 역력했으며, 특히 신자 문화예술인들의 두드러진 활동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
하지만 2천년 대희년을 직접 준비하는 첫해인「성자의 해」를 보내며 예수 그리스도를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 한 해 교회사상 및 학술 분야는 그 어떤 분야보다 풍성했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차기진 박사는 지금까지 최양업 신부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졌던「천주가사」의 친저자를 밝혀냄으로써 한국 천주교회사 일부분을 수정하게끔 했다.
또 가톨릭신문사는 한국 가톨릭교회 최초의 학술상인「양한모 기념 가톨릭 학술상」을 제정.「라틴 한글사전」을 편찬한 가톨릭대학교를 제1회 수상자로 선정, 12월 17일 시상했다.
인천교구와 인천가톨릭대학은 학술 심포지엄을 통해「병인양요」에 대해 우리 민족 앞에 첫 공식 사과를 했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프랑스 정부에 요청해 사상적으로 한층 성숙한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안중근 토마스 의사의 옥중유묵이 최근 발견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서 내년 4월 30일까지 여는「김대건·최양업 신부 친필서한 특별전」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가톨릭 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소중한 한 해였으며 신자 작가들의 대외 활동이 눈에 띈 해였다. 특히 서울가톨릭미술가회가 「창세기」를 주제로 개최한 회원전은 그 좋은 본보기였다.
서울교대 조용진 교수는「김대건 성인 얼굴 복원」석고상을 조각해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고, 조광호 신부는 수원교구 정자동성당에 국내 최대 성화 벽화를 제작했다.
또 이종상 교수와 고 문신 선생의 작품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초대전에 초청됐고, 제2회 가톨릭 미술상 수상자로 이춘만, 송경, 주예경씨가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 한 해도 여지없이 교회예술품 무단 복제 사건이 터져 아쉬움을 남겼다.
가톨릭 음악분야도 올 한 해 활발했다. 새 미사통상문이 시행됨에 따라 교회 전례 음악가들이 다투어 새 미사통상문에 따른 성가곡을 발표했다.
김대건 성인 장학회 및 절두산 순교기념관 축성 30주년 음악회, 아퀴나스 교회음악연구소 개원 기념 음악회 등 다양한 연주회가 활발히 열렸고, 춘전교구에서는 국악합창단인 「소사합창단」이 창단되기도 했다.
또한 반예문 신부가 지난 11월 3일 가수의 날 특별 공로상을 수상하는 등 클래식 및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신자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문학계 역시 가톨릭 문인들이 다양한 작품에서 가톨릭시즘을 표현했고, 그 우수성이 인정돼 여러 신자 문인들이 각종 문학상을 받았다. 김의정(마리아)씨가 제4회 숙명문학상과 제13회 펜문학상을, 박완서(정혜 엘리사벳)씨가 대산 문학상을, 강용준(루도비코)씨가 한무숙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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