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을 보기가 두렵다. TV 뉴스도 두렵다. 신문을 쌓아 놓기만 하고 아예 안보다가 오늘 강론을 쓰려고 용기를 내어 며칠 동안의 신문을 뒤적거렸다. 외화가 바닥났다. 정부에서는 위기감을 느끼고 우선 급한대로 IMF에서 돈을 꾸었다. 그 결과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고 빚쟁이들이 이래라저래라 하고 우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서글프게도 남의 손에 우리나라 살림을 맡긴 꼴이 되었다. 그 결과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게 되었고, 백 수십만 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게 되었으며, 환율도 1천6백 원을 넘어섰다. 주가는 3백80선으로 폭락하고 종금사와 부실 금융기관도 정리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펑펑 쓰러지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모두 우리 탓이다. 정신차리지 못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조금 윤택해졌다 해서 과소비, 무분별한 해외여행, 도피성 유학, 사치성 소비, 값비싼 외제 선호 등 흥청망청 쓰다보니 아까운 외화가 바닥나 버렸다. 비싼 거 꽤나 좋아하더니 진짜로 모든 물건값이 엄청나게 비싸게 되었다. 우리 같은 서민만 죽어나게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 많다. 외제 수입품 가게에서 여자 속옷이 2백만 원인데 더 비싼 거 없냐고 묻는 사람이 많단다. 잠옷까지 치면 5백만이라는데 찢어질까 걱정되어 잠이 잘 올까? 이렇게 외화를 날린 것이다. 돈 값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꿔줘도 되는지 조사하러 왔던 IMF의 한 관계자가 『정부나 국민이나 똑같이 나사가 풀렸다』고 따끔히 충고를 했다.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굶주릴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슬퍼서 울 날이 올 것이다. (루가6.29)』라는 말씀대로다. 정신적 재화의 성장보다는 물질적 재화의 성장이 우선하다 보니 만족감과 자만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사가 풀리다 보니 나라 경제를 망치고 말았다. 정작 필요한 것은 정의와 진리의 토대 위에 성실하고 근검절약하는 것일진대 이를 무시해 버렸다. 확고한 하느님의 정의 위에 정치 지도자들이 경제 정책을 펴고 국민들이 실천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두움을 더 사랑했다』(요한 3.19)는 말씀 그대로다.
교회는 죄를 일곱 가지로 분류하여 애써 피하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칠죄종이라 하는데 교오, 간린, 미색, 분노, 탐도, 질투, 해태 등이다. 칠죄종과 그가 낳은 자식들을 열거해 보자. 오늘 복음의 내용은「낳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교오는 교만인데 자만과 허영을 낳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간린은 세상 사물에의 무질서한 애착이다. 낭비, 빈궁자에 대한 무감각, 거짓말, 도량형기의 기만 등을 낳는다. 미색은 성적 쾌락의 무질서한 탐욕이다. 영혼의 소경됨, 현세에의 애착, 하느님과 내세를 싫어함 등의 죄를 낳는다. 분노(憤怒)는 복수하려는 무질서한 욕망이다. 불만, 모욕, 악담, 소리지름, 욕설, 다툼, 싸움, 구타, 치상 등의 죄를 낳는다. 탐도는 탐식과 과음을 말한다. 질투는 남이 잘 되는 것을 자기 탁월성의 손실로 여기고 싫어하고 근심하는 것이다. 해태는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빈둥거림, 놀고먹고 지냄, 부당한 태업, 시간 낭비 등의 죄를 낳는다. 그 밖에도 호천하는 죄와 성령을 거스르는 죄가 있다. 호천의 죄는 살인, 남색, 빈자와 과부의 업신여김, 품값 사기 등이다. 성령을 거스르는 죄는 회개를 권유하시는 성령을 거슬러 진리와 은총에 끝까지 일부러 저항하는 죄다. 이 죄는 사함을 받을 수 없다. 그 이유는 죄의 중대성에 있지 않고 하느님 자비의 부족에 있지 않으며, 「끝까지 회개하지 않는 마음 자세」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무서운 죄는 무엇인가? 모든 면에서 명분을 앞세우고 뒤에서는 불법과 비리를 자행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 뒤에는 반드시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자기 희생없이 온갖 거짓과 속임수를 이용하여 재물을 획득하려는 사악한 마음이다.
어떻게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받아들이는 수태 고지 내용이다. 그래서 세상에 구원이 왔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고 우리는「회심」을 낳고……. 그리하여 우리나라에 구원을 가져와야 한다. 회심이란 마음을 바꾼다는 것이다. 모두가 회심이란 낳아야 한다. 그것도「총체적 회심」을! 신자건 비신자건, 정치인이건 한낱 촌부이건 모두 다 회심해야 한다. 그래서 칠죄종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 회심만 하면 무엇하랴? 마리아의 용기가 필요하다.
당시 처녀가 임신하면 돌로 때려죽이는 사형법이 있었다. 마리아는 17세의 처녀로서 죽음을 각오하고 용감하게 아기 예수를 품안에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에게도 말로만의 회심이 아니라 희생을 각오하고 실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외국에서 외채 빌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며 급선무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아픔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언젠가 많이 들어본 소리로 흘려들어선 안 된다.
※이 강론은「말씀의 전화」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042-152」를 누른 후 사서함번호「3217」(삼위일체)을 누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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