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입양 현황
역사적으로 볼 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의 입양은 가문계승, 재산관리, 노후봉양 또는 사후제사 등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의 입양은 조상숭배와 제사상속 사상의 지배적인 영향으로 인해「양자제도」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전쟁고아에 대한 해외입양 알선으로 우리나라의 현대적 의미의 입양이 시작됐고, 1997년은 그 43돌을 맞이하는 셈이다.
그간 우리는 약 19만 명의 아동들을 국내외 가정으로 입양 보냈는데 그중 약 14만 명 정도가 국외 가정에서 받아주었고, 나머지 5만 명 정도는 국내 가정에서 받아들여졌다.
주지할 사항은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한국전쟁 중에 발생한 전쟁고아와 혼혈아를 위한 것이었는데 정작 대상아동이 가장 많았을 1960년 이전의 해외입양은 2천5백32명이었고, 70년대는 7천2백75명, 80년대는 4만8천2백47명, 90년대 6만5천3백21명이며, 지금도 매년 2천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로 보내지고 있다.
◆국내입양 실태
그간 약 5만 명의 아동이 국내 가정에 입양됐다.
입양아의 성별 비율은 1990년까지는 남자 50%, 여자 46%로 남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1991년부터는 여자 54%, 남자 46%로 여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계승의 의미가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고,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 가고 있으며, 여자 아기가 키우는 재미가 있고 심리적,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적고, 상속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입양아의 나이는 3개월 미만의 영아가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입양이 비밀입양 방법을 통해 친자입적하려는 입양부모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시사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입양아, 입양부모가 공유하는 체험들이 많아 적응에 문제가 적을 수 있고, 주위에 비밀사실을 감출 수 있어, 입양으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건강 상태별 입양실태를 보면 99%가 건강한 아동을 입양하여 기르고 있는 실정으로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아동의 대부분이 입양기피현상으로 시설에서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아동들도 조금씩 국내 가정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입양부모들의 입양동기는 「불임」 「가계승계」 「가정화목」 「불우아동복지」순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불임인 경우가 약 7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입양아의 차별대우를 염려하여 무자녀 가정을 선호하는 입양기관의 내규와 불임시 자녀를 갖는 차선의 방법으로 입양을 선택하는 입양부모들의 입양동기 때문이다.
입양 공개에 대한 태도는「부부만 알게」「양가 부모님까지 알게」「가족만 알게」「완전공개」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변 사람이나 친인척들이 입양사실을 알게 되면 결국 아동이 알게 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또 단지 입양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이상의 입양실태를 보면, 우리나라 입양부모들의 대부분이 자녀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나 불임으로 인하여 친자를 출산하지 못할 경우 차선의 방법으로 입양을 선택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혈연에 의해 가계의 승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입양 희망자들은 입양아의 혈액형, 용모, 성별, 친부모의 배경 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어, 비밀입양의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 장애아동에 대한 입양의 기피, 가족이기주의, 교육비에 대한 부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이 국내입양을 활성화되지 못하게 하는 원인들이 되고 있다. 특히 입양아에 대한 국민들의 편협적이고 부정적인 의식은 입양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축되게 하기도 한다.
◆국내 입양의 현안 과제
국내 입양 서비스의 현안과제는 입양 서비스가 국외입양 중심이라는 점과 요보호 아동이 최근에 들어 급격히 감소된 데도 불구하고 이를 국내 입양으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요보호 아동의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은 정부가 그동안 국내입양 우선정책을 주장하면서도 그 방법론은 국내입양을 활성화시키는 실질적 지원책을 강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국외입양을 담당하고 있는 입양기관들이 국내입양에 비교적 관심을 집중하지 않은 결과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입양기관의 운영비 조달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입양기관은 국외입양으로부터 얻어지는 제반입양 수수료가 국내입양 수수료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국내입양 활성화를 위한 바람
첫째, 입양부모들은 입양이 평생의 부모-자녀 관계의 형성이고 책임이라는 인식을 깊게 하는 것이 요청되고, 확대가족 또한 입양아를 친자와 똑같은 권리를 가진 입양부모의 정당한 자녀요 친족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런 인식이 확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양을 하면, 입양가정 내 입양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이혼이나 별거, 아동의 문제행동, 입양부모와 입양아의 부적응 문제 등)아동을 다시 버리는 일(파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둘째, 입양부모들의 입양동기가 아동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죽은 친자 대신 입양을 한다든지, 불안정한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서 입양을 한다든지 할 때 입양의 평생성이나 안정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셋째, 입양기관에서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양기관의 운영을 위해 아동의 평생 성장국이 결정되는 불행을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입양기관은 아동을 위해 있는 것이지 아동이 입양기관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넷째, 『국제입양은 아동이 위탁 양육자나 입양 가족에 두어질 수 없거나 또는 어떠한 적절한 방법으로도 출생국에서 양육되어질 수 없는 경우, 아동 양육의 대체수단으로 고려될 방법임』(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1조-나)을 인식하여 아동이 자신이 태어난 문화와 같은 문화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국민-입양기관-민간단체 모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섯째, 적절한 입양실무와 서비스는 파양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는데 매우 중요하므로 입양실무와 서비스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에서는 입양부모 선정이 보다 주의깊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기관은 입양부모의 결혼 관계의 질, 안정성을 효과적으로 사정해야 하며, 연장 아동의 경우 입양 부모가 아동을 과거 배경을 지닌 독립된 개인으로 받아들이려는 동기와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고, 입양부모의 생활양식, 성격을 고려하여 아동과 잘 조화를 이루는 가정을 선정해야 한다.
여섯째, 입양기관은 입양 준비를 강화하여 입양부모에게 입양이 결혼 및 가족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이해를 갖도록 교육하며 아동 발달에 대한 지식(정서적. 발달과업적인 문제와 단계들)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일곱째, 입양기관은 입양을 평생의 과정으로 보아 입양 후 서비스를 제공하여 파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상담, 교육적 서비스, 입양부모 모임, 개별 및 가족문제 해결 상담, 아동의 배경정보 제공, 워크숍, 집단모임 등 다양한 입양 후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입양기관은 기관별로 입양대상 아동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뒷거래」는 1997년 4월 19일 추적 60분에서도 잘 나타나 있고, 보사부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결국 입양기관은 아동 확보를 위해 과다경쟁을 하고 있고, 또한 아동 확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입양아동을 입양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하여 공동으로 입양부모를 찾는 길 밖에 없다고 본다.
여덟째, 한국의 입양 역사는 40살이 넘는 중년의 역사를 가졌다. 그간 우리나라의 입양 서비스가 국외 입양 중심이었기에 입양에 관련한 연구들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마흔 살쯤 되었으면 인생의 앞뒤를 재어보고 정리하는 작업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한국입양문제연구소」정도는 설립되어야 한다. 입양인수도 20만에 이르고 있다.
아홉째, 우리 국민 모두도 입양에 대해 새로운 의식을 가져야 한다. 혈연중심주의는 가족이기주의를 낳는 불행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우리는 잃은 것이 참 많았다고 본다. 사람의 생명의 시작은 혈연으로 시작되겠지만 인생은 혈연만으로는 결코 살지 못한다. 우리의 혈연 중심적인 사고는 귀하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고 살았다고 보고 싶다. 단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얼마나 많이 입양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편협적이었는가? 입양아도 내가 낳은 친자와 똑같은 인격을 지닌 인격체라는 인간 존엄성에로의 철저한 변화없이는 국내입양은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열째, 정부는 국내입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 1996년부터 국외입양 전면금지 정책은 몇몇 기관의 입김에 의해 공청회 한 번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철회되었고, 2015년까지 점진적으로 해외입양을 중단시키겠다고 했다. 그것도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해마다 책상에 앉아 숫자만을 줄이는 방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1989년에「1996년부터 국외입양 전면금지 정책」발표시 제시된 똑같은 방법이다. 결국 같은 실수를 20년 후에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해외입양에 대해 비난의 소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해외입양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입양기관 운영비 조달을 들고 나온 입양기관들의 말 못할 아픔(?)들을 헤아려 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 입양기관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해외입양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끝으로 교회에 대한 바람은, 성서의 여러 부분에서 가난한 자, 고아, 과부를 돌보는 일은 공동체의 몫으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권고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명령 내지 규정이었음을 볼 수 있다. 『너희는 아들과 딸 뿐 아니라, 남종과 여종, 떠돌이, 고아, 과부까지도 데리고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당신의 이름으로 두시려고 고르신 곳에서 함께 즐겨라…. 모든 규정을 성심껏 실천해야 한다』(신명 16,11). 사랑의 하느님을 믿는 우리 모든 공동체와 신자들이 고아와 과부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차고 넘칠 때, 공동체에 남겨진 몫을 함께 수행한다면 이 땅에 많은 아동들이 가정을 가질 권리를 영원히 박탈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집트의 산아제한 정책 때문에 갈대숲 강가에 버려진 모세를 입양한 파라오 공주와 예수님의 영원한 양부가 되어주신 성요셉의 뒤를 잇는 공동체와 신자들이 많아질 때 국내입양 활성화와 선진화된 입양의식의 주춧돌을 우리 신자들이 먼저 놓아야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