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간 70주년을 맞은 가톨릭신문은 개교 1주년을 맞은 인천 가톨릭대학교와 공동으로 12월 1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21세기 북방선교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수환 추기경 등 국내외 전문가가 대거 참여한 이번 심포지엄은 중국과 북한을 포함한 북방선교 전반에 대한 첫 본격적인 의미의 학술적 논의의 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분야의 연구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심포지엄은 김수환 추기경의 기조강연에 이어 4개 주제에 대한 주제발표 및 논평으로 진행됐다. 우선 통일문제에 대한 신학적 접근을 통해 통일신학의 정립 필요성과 현황을 독일 통일의 역사적 과정에 비추어 검토하고 사목ㆍ선교ㆍ언론의 측면에서 통일과 북방선교의 현황과 과제를 전망했다.
여기서는 김추기경의 기조강연 요지와 함께 각 주제별로 발표 요지 및 약정 토론의 주요점을 정리한다.
◆김수환 추기경 기조강연(요지)
북방 선교인력 양성위한 재정적 토대마련이 중요
94년 말 현재 가톨릭신자는 세계인구의 17.4%이지만 아시아의 복음화율은 3%에 불과합니다. 중국의 전체 인구 12억 가운데 가톨릭은 4백만 명뿐입니다. 한국교회는 중국선교에 가장 적격의 일꾼입니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직접선교가 아닌 간접선교에 머물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신중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는 신앙적 자아희생을 밑거름으로 한 초월적인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특히 북한 식량난 문제는 정치적 차원 이전의 인도적 문제입니다. 북한교회에는 신부도 남아있지 않고 88년 설립됐다는「조선천주교인협회」도 임의로 등장했기에 공식적 관계를 설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양교구장 서리인 제가 평양을 찾아가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방북을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95년 9월 서울대교구 최창무 주교 일행이 조선천주교인협회 관계자를 만나고 다시 금년 6월초 북경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져 고무적인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노력들은 남북한 교회 상호 교류 협력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본원인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과 연계해 나진 선봉지역에 병원을 건립, 다양한 대북 접근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교회는 또 금년도 추계 주교회의에서「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을 함께 모아 펼쳐나가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북한선교를 포함한 통일문제와 관련해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기구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인력 양성에 임해야 합니다.
이런 기구 설치가 신속히 추진되지 못한 것은 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각 교구에서 통일기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를 아시아 및 북방선교를 위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북방선교를 위한 재정적 토대 마련을 위한 연구와 실천방안 제시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끊임없는 기도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2천년 대희년의 정신과 준비 속에서 북방 선교의 전망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2천년 대희년은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실현하고 이를 토대로 아시아의 평화와 세계평화를 앞당기는 「희망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이문희 대주교 축사(요지)
새로운 준비의 시작
21세기 북방선교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 개최를 축하합니다.
선교는 사랑의 전함이라고 할 수 있고 사랑의 전달은 자연스러운 것같이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마는 사실은 사랑도 저절로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기 전에 만남에 대한 생각을 미리하고, 사랑의 고백을 어떻게 할까 또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본격적인 북방선교는 완전한 개방과 통일이 시작되는 것과 때를 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일이 아니고 집단의 일이 되고 집단이 만나는 일은 준비 없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선교와 통일을 생각하면서도 흔히 그것이 준비없이 더구나 전체적인 종합된 준비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같이 생각할 때가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이 심포지엄은 참으로 바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새로운 준비의 출발의 신호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모란디니 교황대사 축사(요지)
한국천주교회의 몫
교황성하께서는 아시아 선교에 지극한 관심을 갖고 계시며 95년 1월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개최된 아시아주교회의에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시고 다음과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앞으로 올 새로운 시대, 2천년대의 세계 가톨릭교회의 앞날은 아시아 복음화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초기 천년에는 유럽에 뿌리를 내렸고 그 다음 천년에는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앞으로 맞이할 세 번째 천년에는 아시아 대륙에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아시아의 복음화는 아시아가 중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제 및 수도자 성소가 많고 평신도들이 열심한 한국천주교회가 그 역할을 맡아서 해내야 할 것입니다. 또 교황께서는 북한교회와 북한복음화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고 계시며 최근 첼리 대주교를 2회에 걸쳐 북한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금년 7월 22일에는 25만 달러를 북한교회를 위해 지원했습니다. 교황께서는 한국교회가 북한형제들에게 관심을 갖고 남북화해와 일치를 위해 준비하며 선교를 위해서도 준비하도록 여러 차례 부탁했습니다. 특히 1984년 한국교회 2백주년 기념방문 때와 89년 서울성체대회 때 이를 다시 확인했고 96년 3월 한국주교단의 교황청 정기방문 때도 똑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교황님의 당부와 시대적 요청에 의해 한국교회에 맡겨진 선교사명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코자 오늘 인천가톨릭대학교의 설립 취지인 대북선교와 중국 및 동남아시아 선교를 위한 신학적 조망의 틀을 모색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또한 이 기회에 가톨릭신문사의 사시이기도 한 조국성화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통일의 달성과 통일적 삶의 완성에 있음을 직시하면서 통일과정에서 교회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원리를 제시하고자 함도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심포지엄이 21세기를 맞이해 새롭게 펼쳐질 아시아 시대를 내다보면서 북방선교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한국교회의 과제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한국교회의 남북통일 대비와 통일과정에서의 현실적 대응을 모색하고 통일 후의 혼돈 극복에 대한 현실적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길 빕니다
◆나굴리엘모 주교 환영사(요지)
미래의 지표 설정 기대
21세기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준비를 하면서 희망을 갖고 있지만 특히 우리 겨레의 간절한 소망인 남북통일의 실현을 기대합니다. 또한 미래 가톨릭교회의 희망인 동북아시아 선교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하에서 현실을 점검하고 적절한 준비를 하고자 국내외의 석학들을 모시고 이번 국제 학술연구 발표회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러한 주제를 선정한 것은 인천가톨릭대학교가 북방선교를 위한 선교사제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톨릭신문사는 조국성화를 창간 취지로 삼고 있으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이번 학술 연구발표회를 통해 우리 민족과 교회가 나아갈 미래의 지표를 명확히 설정해주시리라 기대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한민족이 하나가 되는 통일의 초석을 놓고, 우리 민족과 동북아시아 복음화에 밑거름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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