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밝았다.
한해를 헤아리는 마음에
새로움을 낳고
새로움이 또다른 이별을 예비케 함을 이쯤에서 우리는 안다.
새로움은 마음으로 보는것
마음은 시간의 화살.
때때로 우리는 한쪽 눈 감고
한쪽 눈으로 미리 내일을 보고
시간의 화살이 굽고 안굽음을 살필 때
굽은 세상의 그림자까지
모두 우리들의 차지다.
눈만 뜨면 교각이 무너지고
눈을 뜨면 빌딩이, 공룡같은 빌딩이
풀쑥 무릎을 꺾고
또 눈을 뜨면 발밑이, 지하철이, 지옥이
복부를 드러내고
날마나 건너 마을에서는 십자가의 이름으로
천막교회는 일어서고
버림박은 여인의 젖줄 한번 물리지 못한
핏덩이가 하수구를 흘러넘쳐도
우리는 평화롭다고 외면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남 속이는 일에 네 마음 밖에 있다고
우리는 언제까지 마음 밖에만 눌러앉아 있다.
이제는 어느 여인이 우리를 낳아줄 것인가
누가 당신의 별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인가
만삭의 도시에 애비없는 자식 보듯
교회의 십자가가 너무 많기도 많지만
아기가 부모가려 태어나지 못할 바에야
지옥가는 기도라도 귀기우릴 수 밖에
마음을 벗지 못하고
탐욕을 가려 있는 가난을 우리는 굶주림으로 본다
새들이 모이 찾아 일생을 사는 것처럼
하루살이가 하루를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단 한번도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는다.
오늘의 날씨를 생각하고
오늘 마신 물과 음식
오늘 함께 살아있는 나무
오늘은 내일을 생각하고
생각 밖에 서 있는 저 나무처럼
오늘 우리는 머리에서부터 죽어간다.
오, 주여 우리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프란치스꼬 형제는 가난으로
하느님을 보았고
우리는 풍요로 하느님을 보았습니다.
프란치스꼬 형제는 청빈을 실천하여
손발 옆구리에 못자국을 남겼고
우리는 증오와 미움을 실천하여
육신에는 남루가 때처럼 끼었으니
오, 청빈의 어머니여!
이 일은 오직 우리 몇사람만의 것이 되도록
눈감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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