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만 잘 운영하면 된다는 것」으로 정착되어온 교회의 청소년 사목이 그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96년 사목교서를 통해「청소년들과 청년, 즉 젊은이들의 복음화에 사목 목표를 집중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두 계층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대책 수립을 위해 집중적인 노력과 실험을 과감히 시도해갈 것」이라며 이 두 계층에 대한 고유한 사목적 접근과 양성을 촉구했다. 대전교구도 서울대교구처럼 신년 사목교서의 주 테마를 청소년으로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세부 지침을 통해 적극적인 청소년 사목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등의 청소년 사목에 대한 관심집중현상은 학원 폭력범 대량 검거 등 최근의 매스컴 보도에서와 같이 입시 위주 학교교육과 물질주의적 소비문화 가정교육 부재로 말미암은 청소년들의 병들어가는 현실에 교회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해가 갈수록 현저히 떨어지는 주일학교 출석률도 교회가 위기감을 갖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 각 본당 주일학교 담당 신부들을 비롯 청소년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이「본당에 젊은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실업계 청소년이나 근로청소년들은 아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아직 초등부 주일학교는 그런대로 미사시간에 아이들의 바글거림(큰 본당일 경우)을 볼 수 있지만 이 흐뭇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느끼기 힘들다.
서울대교구 교육국 통계에 의하면 87년 92년 주일학교 전체 학생 현황을 비교해 보면 주일학교 교육 전반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교적상 신자 수 대비 주일학생 등록자 수가 87년에는 53.9%였으나 91년에는 51.7%로 2.2%나 줄어들었다. 또한 교적상 신자 수 대비 출석률을 보면 87년 35.9%의 비율을 보였던 수치가 91년에는 2.7% 줄어든 33.2%에 머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91년 통계를 참고할 때 교구 전체 교육 대상 학생 중 30%만이 주일학교에 참석하고 있는, 우려할 만한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주일학교 참여율 저조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입시 위주의 현 교육제도 영향은 차치하더라도 그간 주일학교 교육이 학교제도를 그대로 답습한 교리 지식 전달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었다는 점을 큰 이유로 꼽는다.
청소년 사목의 3요소를「영성, 사목적 활동, 교육」의 세 가지로 볼 때 현재까지의 주일학교 교육은 교육 중에서도 교리 지식 전달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주일학교가 자신들의 공동체라는 친밀함을 갖지 못했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다가 결국은 교회를 멀리 하게 되는 현상을 낳았다는 것이다.
한 보좌신부는『청소년 사목의 영성은「의미」를 주고 사목적 할동은 「사랑」을 주고 교육은「지식」을 준다』면서『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될 때 교회가 지향하는 청소년 사목의 목표가 실현된다고 할 수 있는데 그간 교회는 영성적인 지도와 사목적 배려를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베풀지 못했고 따라서 청소년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신앙적 성숙을 이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청소년들 특성 중 하나는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무엇인가를 해나가면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교회는 청소년들이 모일 장을 열어주지 못했고 그들만의 분위기, 영성을 이해하기보다 많은 부분 부정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보였다.
그것은 아이들의 문화를 어른들의 눈으로「문제」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형적 투자에서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대체적으로 각 본당별 청소년 사목 예산을 볼 때 주일학교는 예산의 4% 정도이다. 그 적은 예산의 70%는 행사 비용이고 실질적으로 교육에 쓰이는 돈은 14%에 불과하다. 서울대교구 교육국 통계에 의하면 교구 신자 총수에 대한 교적상 주일학교 학생 수는 19.8%에 이르고 있다.
10명 중 2명이 청소년 신자라는 사실을 볼 때 적어도 10% 정도의 예산은 그들 몫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것이 관심 있는 이들의 지적이다.
흔히 교회는 젊은이들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본다고 예기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의 서한「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를 통해『교회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에게 미래가 속해있는 까닭에, 지나온 천년대의 마지막과 새로운 천년대의 시작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교회도 84년 2백 주년 사목회의 의안을 통해 교회는 미래의 인류이고 미래의 교회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배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의 초점, 사상의 동향, 사상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있어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받아 그것들을 역전시키고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2천년대 복음화를 지향하는 한국 교회가 복음화의 새 영역을 청소년들에게 집중시켜야 함은 당연하다. 그것은 현재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신앙인으로서의 기쁨과 자긍심을 가질 때, 교회 안에 그들이 끓어넘칠 때 비로소 교회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사목 예산문제에 있어서도「낭비 소모가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서울대교구 시흥동본당 보좌 조재연 신부는『청소년들 안에 있는 샘에서 복음의 물을 길을 수 있게 도와주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조 신부는『죄 짓는 것이 아닌한 교회 안에서 청소년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장을 열어주는 것이 청소년 사목자들이 갖춰야 할 안목』이라고 전하고『그들을 어른 세대의 복제품이나 인형처럼 키우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교회가 수용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삶은「가난」하고「열악」하다. 입시문제 학교생활에 고립되어 성장해 공동체와 가정에서의 마찰 등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기회가 적고 여기에서 파급된 문제들은 가정 교회 그리고 학교 공동체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교회가 이러한 문제들을 끌어안고 상처 받고 있는 청소년들을 치유해야 한다는 면에서도 청소년 사목문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며 교육제도 탓만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미래의 교회와 세상이 희망으로 가득 차기 위해서는 현재의 청소년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관심과 그들에게 맞는 애정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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