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교를 대하는 로마제국의 기존의 정통 신앙생활을 하던 이들이 갖는 반 그리스도교적 감정이나 그 표현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교리적 측면과 실천생활 측면에 관하여 약간의 지식을 습득한 지식층 기성 종교인들 가운데 반 그리스도교적 진술을 한 인물들로 그 이름이 전해지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라면 끄레센스(Crescens), 프론토(Fronto), 루씨아누스(Lutianus), 첼수스(Celsus) 등을 들 수 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개종한 지식층 가운데에서 주로 철학과 수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이들이 한편으로는 반 그리스도교적 진술을 하던 이들을 향하여 자신들이 개종한 정당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공적으로 변호하고 옹호하며 수호하기 위해서 비난에 반격했던 것이다. 이들을 일컬어 변증론자들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교부로 인정된 이들이라면 호교교부라고 하기도 한다.
3세기에 이르러서 세상 안에서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자세는 적극성을 띤다. 물론 바탕에는 호교적인 요소가 짙게 깔려 있었으나 쉽게 들을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논쟁거리는 그것이 반 그리스도교적 인사들과의 것이든 그리스도교 공동체 내부의 신학자들 간의 것이든 그리스도교 신앙진리에 관한 정통적인 이해에 대한 것이었다. 요컨대 그리스도교 신학 혹은 교의신학의 시대가 열렸던 것이다. 이 시대에 크게 활약한 이로는 리용의 이레네우스(Iraeneus 주후 135?~202?), 카르타고의 떼르뚤리아누스(Tertullianus 주후 150~225), 로마의 힙뽈리뚜스 (Hippolytus 주후 170?~236?)가 대표적인데 우리 입장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라틴 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떼르뚤리아누스이다.
떼르뚤리아누스는 그가 비록 자신이 스스로 빠져든 몬따누스주의로 말미암아 교부의 호칭을 받지 못하고는 있으나 열렬한 그리스도교인 시절 그리스도교 신앙진리에 관한 이해와 그 설명을 위해서 자신이 습득한 기존의 학식들을 최대한 활용한 교회 저술가로서 위대한 인물로 인정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상류가정 출신답게 문학, 수사학, 법학 등을 섭렵하였다. 그의 이러한 학문적 배경이 이후 신학자로서 신앙진리를 이해하고 설명할 때 적극적으로 응용되었던 것이다.
그가 전개하는 신학은 근본적으로 성서와 사도적 전승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는 성서의 표현들이나 사도적 전승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즉 선배 교부들이 사용한 개념들이나 표현들을 대단히 중요시 했고 그 표현들을 가능한 한 로마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로 옮기고자 힘썼다. 대체로 떼르뚤리아누스 이전의 선배 교부들이 사용하던 언어와 초기 그리스도교 문헌들은 헬라어였기 때문이다. 그가 헬라어로 된 신앙진리의 내용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하느님의 실체」와 「신비」에 관한 것을 라틴어로 옮기기 위해 창안하거나 응용했던 개념으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삼위일체(Unitas in Trinitate」, 「위격(Persona)」, 「본체(Substantia)」, 그리고 「성사(Sacramentum)」가 그것이다. 특히 「성사」의 경우 그것은 헬라어 「신비(뮈스테리온)」를 옮긴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성사」라는 말은 그것이 적어도 신학적인 쓰임새에 있어서만 말한다면 떼르뚤리아누스의 공적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3) 성사가 갖는 참 뜻
떼르뚤리아누스가 신학적으로 탄생시킨 「성사」라는 말 안에서만 「성사」에 대해 이해하려 한다면 역시 폭 좁은 한계에 접하고 만다. 떼르뚤리아누스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서약행위와 소송행위라는 종교적이면서도 법적인 실천 영역에서 사용되던 「사끄라멘뚬」이라는 용어를 빌려 「신비(뮈스테리온)」를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기 때문에 그렇다. 그 용어는 분명 「거룩한 일」을 뜻했던 것이다.
그러나 성사는 분명 「거룩한 일」이상의 뜻을 지니고 있다. 성사라는 말로 옮겨질 수 밖에 없었던 원래의 말인 헬라어 「뮈스테리온」을 살펴봄으로써 한가지 낱말로서의 「성사」보다 「성사라는 것」이 지닌 뜻을 정리해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①성사 밖의 헬라어
헬라어 「뮈스테리온」은 그리스도교의 역사 이전부터 헬라어로 쓰던 지역에서 사용 되어온 용어였다. 독특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영역은 두 군데였다. 「의식」과 「철학」의 영역이었다. 그 두 영역 모두 그 용어를 종교적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의식」영역에서 사용되던 「신비(뮈스테리온)」라는 말을 먼저 살펴보겠다.
복수형 「뮈스테리아」가 주전 7세기 이래 우선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준행되던 종교생활의 외곽에서 실행되었던 것으로 특히 헬라스와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근동 지역에서 그 실상이 전해지는데 헬라스의 경우 엘레우시스, 디오니시우스, 오르페우스, 사모트라스의 「뮈스테리아」가 그 대표적인 것들이고 근동 지역에서는 아도니스, 아티스, 씨벨레, 이시스, 오시리스, 미트라스의 「뮈스테리아」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 「신비들(뮈스테리아)」은 대부분 농경사회의 풍요다산 의식으로부터 발전되어 온 것들이다. 따라서 목적도 결국은 생명력의 증진과 그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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