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법관」으로 통하는 김홍섭 판사의 수상집「무상을 넘어서」(바오로딸 간) 는 초판 당시 세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끈 뒤 25년간 꾸준하게 팔려나가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글마다 한자가 섞여 있어 젊은이들이 읽기가 수월치 않으나 의외로 5백50여 쪽에 달하는 고풍의 이 두툼한 책을 찾는 청년신자들이 많다는 것이 서점 관계자들의 말이다.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있는「무상을 넘어서」는 그의 수필을 제1부에서, 시조와 가사를 제2부, 일기초(曰記抄)ㆍ기타가 제3부에 실려 있고 제4부에서는 그가 작고한 뒤 그를 옆에서 본 사람들이 쓴 추모의 글들을 추가했다.
이 책이 갖는 무게는 그 글들이 품고 있는 중후함과 가치에 우선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자의 삶 자체가 갖는 무게에 힘입은 바 크다.
1922년 아주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느 일본 법조인 가정에 사환으로 들어간 그는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1940년 조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해방 이듬해에는 서울 고등법원 판사를 거쳐 부장판사, 광주 고등법원장, 서울 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화려한 그의 이력에 비해 가난을 마다하지 않는 청렴결백함은 오히려 가족들조차 힘겨워 할 정도였고 결코 한 점의 티끌 만큼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공정한 판결과 사형수, 장기수들의 동반자로서 보여준 인품은 가히 「사도 법관」 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것이었다.
법조인으로서의 공평무사함, 엄격함과 더불어 그는 빼어난 감수성으로 시를 써 1954년 「무명」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출간했고 작고하기 몇 해전인 1960년에는「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집을 출간했다.
「무상을 넘어서」에는 고(故) 김홍섭 판사가 작고한지 이미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법조인이자 종교인으로서, 문인으로서 살아온 그의 자취가 살아있다.
특히 작고하던 해 지니고 다니던 수첩에 적은 깨알 같은 일지를 옮겨 놓아 그가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눈여겨 보고 관심을 두었는지 옆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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