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만이 발전해 있는 우리나라의 영화문화에는 독립영화라는 신선한 방부제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습니다. 세상 안에서 우리가 직접 접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해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두번째 이야기」로 국내 16mm 기록영화의 독보적인 스타로 떠오른 변영주 감독(루시아ㆍ 기록영화 제작소「보임」책임 연출자)이「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를 크랭크인, 정신대 할머니들의 과거사를 현대의 우리들의 삶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본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오가와 신스케」상을 수상,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변 감독이「낮은 목소리…」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현실에 문제점을 제공하는 형식의 정신대 기록영화다.
『1997년 4월에 선보일 「내가 세상을…」은 과거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에 대한 문제인식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들의 성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통해 폭력이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문제인식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기록영화 전문영화사「보임」을 출발시키면서 상업성을 전면 배제하고 있는 그는 필연적으로 따르는 영화제작자금 모금이 제일 큰 어려움이라고 털어 놓는다. 아직 기록영화나 독립영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생소한 탓이다.
특정 자본에 지배되지 않고 영화를 찍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운용하고 있는「100피트 회원제」는 그래서 그의 유일한 활로다. 영화제작비나 홍보, 모든 길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그에게는 후원회원 말고는 별다른 묘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대중을 감염시킨다는 생각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
변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직접적인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현실이 중요하다. 그는 직접적인 행위를 낳기 이전의 현실 인식을 영화가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살고 있다는 현실을 알리는 것을 통해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희망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부정적인 인식을 통해 희망을 가지도록 하는 것,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바로 그의 영화 만들기의 근간에 깔려있는 정신이다. 이것이 그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자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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