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희망 3가지는?』이라는 질문에 한 실업계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이렇게 기록했다. 「첫째, 사람을 한번 죽여보고 싶다. 왜? 그냥! 둘째, 빨리 졸업하고 싶다. 왜? 내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으니까. 셋째, 돈 1억 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히히~」
그 학생 옆에 우연히 앉게 된 나는 그 학생의「그냥!」써본 3가지 희망사항 속에 깃든 가치관들이 약간은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 그 학생과 친해진 후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시니?』
『두 분 다 식당을 경영하세요』『방과 후 집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니?』『비디오를 즐겨봐요. 즐겨보는 비디오는 중국영화나「스피드」처럼 템포가 빠른 것, 전쟁물들이죠. 그런데 점점 더 폭력적이고 지극적인 것을 찾게 되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인 그 학생이 그 동안 가장 많이 만나고 접한 것은 비디오의 인물들이었고, 그가 본 비디오들은 거의 폭력물이나 선정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청소년들은 비디오를 책보다 더 많이 접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TV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영상세대들인 요즈음 청소년들은 시험 스트레스도 비디오를 보며 푼다고 한다.
비디오는 현대인들에겐 매력적인 여가 선용물인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비디오를 빌려다 본다. 현재 제주도에는 도서관 10개와 노래방 3 백19개, 비디오가게 5백53개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심심하면 쉽게 비디오를 빌려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업적 목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음란 외설 비디오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테이프 중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에 합격한 것은 20%요, 불법비디오가 80%라고 한다. 비행 청소년의 87%가 음란 비디오를 적어도 한 두번 이상 본 적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약 60%가 한 두번 이상 보았다 한다. 그런데도 학교와 교회는 이 분야에 대해 아직 속수무책인 것 같다.
생각 있는 영상시대의 청소년들은 이렇게 건의(?)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우리들에게「TV 보지 마라, 비디오 보지 마라」라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불가능해요. 차라리 우리에게 영상매체를 바르게 읽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교과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교회에서라도 그것을 가르쳐 주시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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