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신앙
구약신앙의 근본바탕은 야훼 하느님, 이 세상과 모든 생명체를 지으시고 보존하시는 유일한 하느님이시다. 구약신앙은 참회와 순종과 신뢰 안에서 거듭 표현되었다. 그러므로 구약성서 안에서 신앙의 응답은 무엇보다 의지적인 응답, 즉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그분의 뜻에 대한 순종의 응답이었다. 구약신앙은 근본적으로 계약과 결부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응답은 계명(십계명)을 지키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을 때 신앙은 매우 중요한 조건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조건들을 실천하고 하느님께 전적으로 신뢰하며 충성을 다하는 신앙이 요구되었다.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느님이 되리라!』(예레미아 11, 4).
구약성서 신앙은 이스라엘에게서 일체의 우상을 용납하지 않는 배타적인 것이었다. (출애급 20, 3 : 신명 5, 7). 그러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은 성조들과 맺은 계약을 충실히 지키셨다. 하느님의 이 신의는 사랑과 자비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약속은 오랜 기다림과 정화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악속을 굳게 믿어야 했다. 이처럼 신앙은 하느님 야훼께 대한 전적인 신뢰가 요청된다.
하느님은 계약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여하셨고, 그 계약은 이스라엘에게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할 것을 요구하셨다. (출애급 19, 3~9). 이처럼 계약은 신앙을 요구했으며, 이스라엘의 생사와 흥망은 곧 하느님께 대한 신뢰와 충실성에 달려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인도를 받아 에집트에서 구출되어 사막에서 머무는 동안 하느님의 도움과 현존을 깊이 체험하였다 : 빠스카와 홍해 바다의 기적은 백성이 하느님과 함께 진땀을 흘리게 한다 (출애급 14, 5~31). 사막에서의 생활, 구름기둥과 불기둥, 만나와 메추라기(16장), 바위에서 솟아나는 물(17장) 은 그들을 하느님께 온전히 종속 시켰고, 마침내는 시나이산에서의 계약(19, 14~20)은 이스라엘의 신앙을 강하게 하였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같은 하느님의 사랑과 도움과 현존을 체험함으로써 야훼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 신앙은 지속적이지 못했고 어려운 상황에서 견디어 낼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모세는 처음부터 의심을 품었다. 하느님으로부터 파견을 받을때 그는 하느님께『그들이 저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출애급 4, 1) 하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처음에 표징을 통해서 회개하였다. 『백성들은 믿었다.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찾아오시어 자기들이 당하는 괴로움을 살펴주셨다는 말을 듣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출애급 4, 31). 이 신앙은 홍해바다를 건너갔을 때에도 언급되었다 : 『그들은 야훼를 두려워하며 야훼와 그의 종 모세를 믿게 되었다』(출애급 14, 31).
그러나 그들은 홍해를 지나 가자마자 이 초보적인 신앙의 확신을 잃어버렸다. 백성들은 불평하기 시작하였고 점점 더 믿음을 잃어갔다 : 『차라리 에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 가마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를 이 광야로 데리고 나와 모조리 굶겨 죽일 작정이냐?』 (출깨급 16, 3),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 기적만이 다시 그들의 신앙을 되찾게 해줄 수 있었다. 표징이 없이는-특히 집단적인 신앙은 - 신앙을 보존하기 어려웠다. 신앙은 신앙을 지탱시켜 주는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홍해를 건너온 백성은 모두 사막에서 죽는다. 옛 죄에서부터 자유로운 새 세대가 가나안 복지로 들어간다. 이는 인간이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신앙과 신앙인의 정화를 위한 표징이다. 신앙은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개별적인 관계이다. 즉 하느님 그리고 나와의 관계이다.
이 같이 그들이 사막을 건너 약속된 땅을 정복하고 가나안에 정착한 역사는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불충실로 점철되어 있다. 그들은 자주 하느님을 잊고서 우상을 섬겼으며 계명을 거슬러 하느님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야훼 하느님만의 사랑과 계약의 성실성만은 변함이 없었다.
이스라엘의 신앙은 많은 유혹을 받았다. 그래서 많은 구약의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의 신앙을 지켜주려고 힘썼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예언자들의 신앙의 호소에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회개에 더디었다. 그들은 종종 엄청난 야훼의 부르심이나 요구에, 그리고 시련 속에서 신앙이 흔들렸고 주저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와 그분의 계명을 지켰을 때에 하느님은 언제나 그들을 용서하셨고 다시금 그들과 함께하시고 도와주셨다. 그러므로 출애급 사건은 그들에게 야훼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기리는 신앙고백이 되었다 (신명 26, 5~9).
이스라엘의 신앙역사는 바로 나의 신앙생활 역사이고 또 반복이다. 나는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는데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하는가? 나의 우상은 무엇인가? 나는 어려울 때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그 모든 탓을 하느님께로 또는 이웃에게로 돌리지는 않는가?
우리는 시편을 신뢰에 관한 책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이「노래 모음집」 은 개개인의 운명에 관해서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에 관해서도 말하고 있다. 변덕스런 신앙과 불충실에 대해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시편을 읽거나 기도하는 자들은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또 백성은 얼마나 고집스러웠으며 자기네 길을 걸어 갔는지를 느낄 수 있다. 시편기도는 오늘날까지 그리스도교회 기도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여 왔다. 우리는 시편기도 안에서 옛사람들 안에서 우리 인간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다시 엿볼 수 있으며 그들로부터 우리의 신앙이 도전적인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시편 이곳 저곳을 읽노라면 신앙은 종종 생애만큼이나 혹은 세대만큼이나 긴 여정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불과 몇 절밖에 되지 않는 노래 안에서도 인간의 모든 높낮이가 들어있는 삶 전체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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