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성장주기틀 볼 때 잉태되면서부터 7세 미만에 자발성을 갖게되기 전까지, 즉 태아기와 유년기는 어느 때보다 급속한 발달 속도를 보이는 중요한 시기이다.
특히 이때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그 이후의 단계를 준비하고 한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특별히 생리학적 정신적 정서적 사회적 성적요소 등 몇 가지 중요영역들이 발전한다.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종교적인 영역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도적 권고「현대의 교리교육」을 통해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아주 어린 아이가 부모나 가정 환경에서 최초의 교리교육 내용을 받아들이는 시기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 그리스도 신자 부모들에 의해서 베풀어지는 이 최초의 신앙입문에 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고는 못할 것입니다 … 이 일은 첫째가는 중요한 일입니다. 여기서는 어린 아기에 대한 크나큰 애정과 깊은 존경심이 필요합니다. 아기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단순하고 참되게 전수받을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국가가 아닌 한국사회 상황에서 그리고 점차 가정이 비종교적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성숙한 종교인으로 성장시켜주는 유일한 장소는 바로 교회의 주일학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주일학교 실태는 유아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교구 92년 주일학교 현황을 보면 교구 전체 본당 중 92.7%가 유치부를 설치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대부분 주일학교가 유치부 주일학교를 정식 교육과정으로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개 주일학교 내 유치부는 초등부 교육의 전단계 내지는 탁아소 정도로만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다. 별도의 교육환경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교사도 없다. 유아들에게 맞는 교재나 교구(校具)가 충분히 갖추어지지도 못한채 대학생 정도의 교리교사들이 단순한 성서이야기, 몇 가지 소창으로 교리시간을 메꾸어 나가는 경우가 많다.
개신교와 비교해 볼 때 이 같은 유치부 교육의 열악함은 금방 드러난다. 개신교는 사회에서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70년대 후반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유치부 교육에 나섰다.
대학 예수교 장로회 통합총회 (이하 예장 통합총회) 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총회 산하 각 교회들은 미취학 아동들 경우 영아부 유아부 유치부로 세분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아부는 태아 때부터 생후 24개월까지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며 25~48개월까지는 유아부, 49~72개월까지는 유치부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유아부와 유치부의 경우 주일학교 교과서와 함께 학습지 형태의 활동교재를 배부하고 있다. 활동교재는 교회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
예장 통합총회 교육부에서 미취학 아동부를 맡고 있는 장순애 전도사는『유아시기는 부모 등을 통한 인간적 신뢰감에서 하느님을 배우는 단계인 만큼 그 단계 특성에 맞추어 전인적 교육이 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히고『비교적 산하 교회의 유치부 운영이 원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도사는『이 시기 어린이들에 대한 교육은 금방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므로 전적인 투자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수요가 있어서 교육 연구를 한다기 보다 종교 교육상 반드시 해야 할 단계이기 때문에 다른 연령 아이들에 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관심 있는 이들이 지적하는 우리 교회 내 미취학 아동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교리환경의 열악, 전문교사 부족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교회당국과 사목자들의 관심부족으로 연결된다.
배움에 대한 의욕과 호기심, 사물에 대한 흥미가 왕성한 취학 전 아이들에겐 그들에게 맞는 교실 환경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르칠 교사들은 지적 발달이 미숙하고 추상적 설명만으로는 교육이 부족, 여러가지 다양한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연령적 특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사목자들의 적극적인 인식과 재정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교회가 미래교회를 위해 청소년 사목에 사활을 걸었다면 교리교육의 첫 걸음마라고 할 수 있는 취학전 아동교육에 사목적 관심을 배가시켜야 한다. 가정에만 유아교육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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