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의 이원화부터 풀어야한다.
가톨릭 신자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이 사회는 왜 성화되지 않고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가?
바닷물은 그 속에 함유한 단 3% 의 염분으로 자신도 썩지 않을 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키워가는 생명력의 근원이 되고 있는데 우리사회에는 그 두 배가 훨씬 넘는 전체 인구의 7.51%가 가톨릭 신자로 채워져 있는데도 세상은 좀처럼 변화되지 않고 있다.
신자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세상의 소금이라 지칭하면서도 실제로는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교회 또한 물량적 교세신장에만 관심을 쏟았을 뿐 신자들의 삶을 변화시켜 이 사회를 성화시키는 데는 비교적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앙생황의 이원화 즉 신앙 따로 생활 따로인 신자들의 신앙생활 행태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가. 교회 관계자들은 이 같은 해답을 푸는 문제가 곧 제3천기를 맞는 한국교회 당면과제요, 한국교회 성장을 막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로 여기고 있다.
많은 신자들은 성당 안에서만이 신자일 뿐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 신자로서의 본분은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렇게나 살다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찾아가 1시간 정도 의례적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신앙생활을 전부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42세의 정근채(스테파노· 회사원)씨의 경우, 지난 85년에 영세해 만10년째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영세하기 전과 영세 후의 생활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토로한다.
주일마다 미사에 참석하고 식사 때 성호를 긋는 형식적인 변화 말고는 이웃에 대한 관심이나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 등에 있어 지난 10년간 비신자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이 같은 결과는 바로 교회가 교회를 찾아오는 머리수만 생각했을 뿐, 신자 개인의 신앙적 변화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신자들이 한 사람의 온전한 신앙인으로 재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교회는 시급히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근채씨의 신앙생황 태도가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평신도들의 문제라는 점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 이원화 문제는 심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평신도들로 교회가 가득 채워질 때 아무리 신자가 늘어난다 해도 이 사회의 비인간화 현상은 계속될 것이며 개인의 신앙적 변화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교회는 결국 외형적 성장에만 관심을 쏟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냉담자 문제, 낙태 문제도 그동안 교회가 한 사람의 온전한 신앙인 육성에 관심을 등한히 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밖에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교회 구성원들은 이 사회의 중산층화를 형성하며 각계각층에서 나름대로의 역할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 등 국가정책을 입안, 시행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는 평신도의 수는 전체인구 중 차지하는 신자율에 비해 곱절 이상 많은 평신도들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신자계층이 엘리트화 돼 있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4대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의원 중 20% 에 가까운 의원이 신자로 밝혀지고 있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그리스도적 앙심에 위배되는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경우는 수없이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평신도들이 자신의 확고한 신앙관도 없이 겉치레 신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앙과 생활은 유리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아무리 신자 수가 증가한다 해도 이 사회의 성화는 요원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교회 관계자들은 우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몇 가지 원인과 대안을 지적한다.
우선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에서부터 신앙과 생활은 별개의 것이 아닌 동시에 받아들여야 할 가치임을 강조함으로서 신앙을 받아들인 기간만큼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그 기품도 몸에 베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은 신앙인으로서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를 교육시키기 보다는 미사를 빼먹지 않는 자녀로서 키워가는 것에 만족하고 신앙인다운 뚜렷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데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물론 신앙을 올바르게 전수해야 할 부모조차도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지 못하는 입장에서 자녀에게 올바른 신앙유산이 이어지도록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앙생활이 이원화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근본 사상이 신자들의 심성안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결과로 이해되고 있다. 가톨릭이라는 외형적 매력에 이끌려 입교하게 된 신자들은 신앙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기에 앞서 대형화되고 익명화된 교회 분위기에 묻혀 평신도로서의 본분을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또한 평신도들의 실천력 결여와 의지 부족도 신앙과 생활에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리 많은 교육에 참가하고 영적 체험을 가졌다 할지라도 개인적인 실천력이 결여 됐거나 의지가 부족해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못 한다면 그것은 죽은 신앙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신앙은 곧 자기 쇄신과 결단이 함께 요구된다는 점에서 삶의 방향을 전환하고 생활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노력을 병행하는 실천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신자입문을 위한 기본교리 위주의 예비자 교육문제와 신자들을 끊임없는 쇄신의 기회로 다그칠 수 있는 신자 재교육의 부재도 신자생활의 이원화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
신자로서 살아가야 할 근본 가르침이 주된 교육이 돼야 할 예비자 교육이 연령과 지식수준, 직업적 차이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행해지고 있는가 하면 영세 후에는 기껏해야 주일강론 정도로 신자 재교육이 종료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이 같은 여러 원인들이 더 이상 고착되기 전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혼연일체가 돼 다양한 사목적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만약 아무런 처방도 없이 신자들의 이중적 신앙생활을 방치해 나간다면『결단을 수반하는 자기 쇄신으로서의 신앙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에 머물 뿐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천주강생 2천년의 대희년을 불과 4년 앞둔 시점에서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들은「2천년 주교 특별위원회」를 필두로 교회의 쇄신작업에 돌입했다.
교회를 이루는 절대다수인 평신도들은 이번 기회를「참다운 신앙인」으로 살아왔는지를 반성하는 토대로 삼고 「내가 곧 교회」 라는 인식을 심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