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본부장=오태순 신부)에는 베트남의 판칵트 신부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미화 1천달러(한화 약 80만원)이면 베트남 북부지역 성당을 하나 수리할 수 있는데 한마음 본부에서 도와줄 수 없느냐는 애절한 사연이 담긴 편지였다.
이 같은 사연은 가톨릭신문사를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알려졌고 독자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한마음 본부에 전달 3천여만 원의 성금을 모금하기에 이르렀다.
12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베트남을 방문한 일행은 은인들이 보내준 성금과 사랑이 어떻게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한ㆍ베트남 양국간의 우애와 사랑을 더욱 긴밀하게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자는 뜻에서 현지를 방문하게 됐다.
방문단은 하노이 등 북부지역과 다낭지역, 후에, 호치민 등 베트남 전역에 걸쳐 한국교회가 보낸 사랑이 어떻게 결실을 맺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현장을 찾은 셈이다.
오태순 신부는 줄곧『베트남 교회에 형제교회로서의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지 우리가 더 잘 살고 더 잘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수차 강조하면서 우리 일행의 이번 방문이 우리의 가난했던 과거를 겸허하게 뒤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도록 이끌었다.
비록 종교의 자유가 전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였지만 지난 75년 공산화 이후 만 20년간 채워졌던 족쇄를 풀고 이제 서서히 개방의 물결속에 자신들의 국운을 내 맡긴 베트남이 더 이상 우리와 멀어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는 한ㆍ베트남 간에 나눔의 가교를 놓은 초석으로 이미 베트남 교회의 눈에는 선명하게 각인되고 있었다.
지난 92년부터 4년간 베트남에 지원한 금액은 모두 41만여 달러. 오태순 신부를 통해 한국기업이 지원한 지원금까지 합칠 경우 약 1백20만달러에 달해 베트남 정부로서는 민간차원에서 받은 지원금 중 가장 많은 액수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국가나 단체 중 인간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한마음 본부는 이미 베트남 전역에 걸쳐 1백여 곳에 사랑을 전해왔다.
베트남 교회 성전 건립과 한ㆍ베트남 직업훈련원 개원, 신학생 양성과 교육자재 구입비 등 수많은 지원금이 전달됐으며 이번 방문기간중에도 북부 베트남의 탄호아교구 20개 공소 수리 및 청소년 교육비, 나트랑교구의 저수조탱크 수로망 건설, 신학생 양성비 등으로 총 8만1천2백달러가 전달됐다.
8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을 방문한 이금수 할머니는 탄호아교구 신자들의 교리교육과 교사양성, 학교보수 등을 위해 3만6천달러의 거금을 선뜻 내놓아 자리를 함께했던 일행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금순 할머니는 6ㆍ25전쟁후 휴전이 되기전인 지난 53년도에 진남포에서 단신으로 월남한 후 지금까지 혼자서 근검절약으로 살아오며 한평생 모아온 재산중 일부를 이번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탄호아교구의 조후이엔 공소와 무잉이 공소 수리를 위해 각각 거금을 기증한 대구 범어본당 박경수씨와 부산 동래본당 이주목 박애자씨 부부는 직접 자신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수리를 하고 있는 공소를 둘러본뒤『이곳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대신했다.
이 두 곳의 공소를 사목하는 툭 신부는 성당 바닥에 깔린 흙을 걷어내 시멘트를 바르고 수십년간 방치됐던 건물기둥과 벽에 페인트를 칠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교회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전하고 거듭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단 몇 점에 불과한 석탄덩어리를 길바닥에 내어놓고 팔거나 2리터짜리 병에다 석유를 넣어 파는 개인상점들의 모습에서 지난 60년대 한국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베트남 경제여건하에서 성당 공소 하나 수리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는 노릇이다.
베트남 근로자들이 받는 월평균 급여가 40달러에 불과한 실정에서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교회를 재건해 나갈 수 있도록 바란다면 이는 외부교회가 베트남 교회에 지워주는 새로운 짐으로 밖에 인식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현재는 경제적인 궁핍으로 그 화려했던 교회를 재건하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개신교만큼이나 베트남 곳곳에 자리한 베트남 성당들이 모두 등불을 밝히는 날, 베트남은 최고의 가톨릭국가로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는 바로 베트남 교회가 그 등불을 밝힐 수 있도록 불을 지피는 역할을 수행하였고 이번 방문은 그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케 해주었다.
◆ 하노이교구 팜딘퉁 추기경
한국─베트남 협력 새 지평 열어나가야
『베트남 교회를 위해 한국교회 은인들이 베풀어주신 사랑에 하느님께서는 수천 수만배로 갚아 주실 것입니다.』
베트남 교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하노이교구 교구장직을 맡고 있는 팜딘퉁 추기경(77세)은 그동안 베트남을 위해 베풀어준 한국교회 은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양국교회간의 우애가 양국의 우호협력에 도움되길 희망했다.
베트남 주교회의 의장을 겸하고 있기도 한 팜 추기경은 특히 그동안의 양국관계에 대해『지난일은 책을 덮듯이 덮어버리고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때 』라며 양국간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역설,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반영했다.
현재 1백31개 본당을 포함, 9백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성당(공소 포함)에서 50여만 명에 달하는 신자들과 33명의 사제와 1백여 명의 수도자들을 관할하고 있는 팜 추기경은 지난해 1월에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무엇보다 팜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을 평소 존경해왔다고 말하고 베트남 주교회의 의장 이름으로 김 추기경을 꼭 한번 초청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국과 베트남은 분단 등 여러면에서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직 한국이 통일이 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하루 빨리 한국이 통일돼 하느님께서 소망하는 그런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
같은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국가로서 더 이상의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팜 추기경은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정신적 분열은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정신적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교회도 지금부터라도 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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