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9, 26~27)
복음서에서 예수와 성모 마리아와의 대화는 12세때 예루살렘 상경시 실종사건때와(루까 2, 49)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있었고(요한 2, 4) 십자가상 임종시에 마지막으로 있었다. 유년시기 대화에서는『왜 나를 찾으십니까? 내가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을 모르셨습니까?』라고 하였고 두번째 대화에서『어머니, 그 일이 제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의 때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오늘 십자가상에서 어머니를 내려다 보시며『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가나에서는 예수의 복음선포사업이 막 시작되는 때였고 오늘 십자가상에서는 아버지의 일을 완성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구세사적 맥락에서 이 대화들은 상당히 심오한 뜻을 가지는 상징이다. 이 모든 대화에서 예수께서는 어머니를「부인」이라고 불렀다.
부인이라는 말이 어머니를 부르는 높임말이라는 해설을 한 바 있지만(대목31 참조) 요한 신학에서는 구세사적인 뜻이 없다.
요한 신학에서는 예수가 마리아를 부인이라고 호칭할 때에 창세기의 첫 여인 이브를 생각하였고 첫 여인 이브를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와 사람들이 멸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면 또 다른 여인 마리아를 통하여 새 자녀들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이브가 뱀의 꾐에 넘어 갔을 때 하느님은 뱀에게 말씀하셨다.『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겠고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그리고 너는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이 말씀을 인류구원의 원초복음이라 하는데 예수는 마리아를 새로운 첫 여인, 새 이브로 생각하였다고 초대교회 신학은 해석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마리아에게 구원의 임무를 맡기는 때를 기다려 왔다. 그래서 가나잔치에서 마리아가 요청했을 때『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이제는 그 때가 왔다. 마리아가 여인의 임무를 구세사 속에서 이행할 때가 온 것이다. 예수께서 일을 다 마치셨고 후일을 어머니와 사도들에게 맡기실 때가 왔다. 『부인,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
이 말씀은 모든 시름이 가시고 새 세상이 왔다는 의미심장한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구제도를 타파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다 이룬 이 아들을 대신하여 제자들에게 일을 계속해 나가도록 했으니 부인은 어머니의 노릇을 해 달라는 뜻이었다.
여기서 마리아는 새 자녀들(그리스도 신자)을 낳을 교회를 상징하고「사랑하시던 요한」은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상징한다. 초대교회 교부 오리게네스(185~253)는『그리스도교 신자는 자기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서 사신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지금 어머니에게『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하였다. 4세기에는 십자가 밑의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모상으로 보는 교리가 일반화하였다.
성 에프렘(306~378경)은 구약시대에 모세가 여호수아로 하여금 자기 대신 백성을 이끌도록 하였듯이 예수께서는 요한으로 하여금 당신 대신 마리아를 돌보도록 하였다 라고 하면서 십자가 밑의 마리아를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에 빗대어 말하였다.
예수께서 제자를 보시고『이 분이 당신 어머니시요』라고 말씀하셨다. 성 암브로시오(340~397)는 성모 마리아 안에 교회의 신비가 깃들여져 있으며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예수께서는 교회와 관련하여『이 분을 어머니로 모시시오』라고 말씀하신다 라고 말하였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십자가에서 승리하시는 그리스도를 쳐다 보면서 마리아의 아들 딸이 되고 교회의 자녀가 된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분이 당신 어머니시요』. 요한은 이 시간부터 어머니를 자기 집에 모셨다. 요한은 가파르나움 갈릴래아 바닷가에서 그물을 치며 고기를 잡다가 예수의 제자로 불림을 받았다.
여기서 요한이 마리아를 자기집에 모셨다는 말은 상징적인 표현이다. 요한은 십자가 밑에서 성모 마리아의 교회적 첫 아들이 되었고 십자가 사건 이후 마리아는 요한을 비롯한 사도단과 예수를 따르던 부녀들과 예루살렘에서 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셨다(사도1, 13~14). 교회 형성의 첫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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