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잡지계의 원로 월간 「경향잡지」가 창간 9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06년 10월 19일 주간 경향신문 부록으로 창간된 「보감 (寶鑑)」을 전신으로 하는 경향잡지는 창간이래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며 민족의 온갖 풍상을 함께 겪어온, 현존하는 국내잡지 중 가장 오랜 연륜을 자랑한다.
오는 10월로 90주년을 맞는 경향잡지는 창간후 1959년까지는 서울대교구, 이후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기관지로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전하는 신자들을 교도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경향잡지는 대한제국과 일제식민지, 미군정,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부터 지금까지 전 기간을 지켜봄으로써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의 역사를 담고 있다. 거의 매호마다 수록된 교회 소식을 통해 당시의 생동하던 교회상을 전해주고 특히 사진자료들은 오늘날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경향잡지는 특히 간행 초부터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고 순 한글로 발행됨으로써 한글의 보급과 한글문화 창달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이에 따라 한글학회는 지난 1981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한글 문화 창달에 기여한 경향잡지의 공로를 높이 평가, 발행인 김수환 추기경에게 공로패와 메달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향잡지 90년은 한국 근ㆍ현대사의 굴곡만큼이나 격동의 세월이었다.
1906년 경향신문과 한께 그 부록으로서 국판 8면으로 간행된 「보감(寶鑑)」은 경향신문이 폐간된 1910년 12월30일 2백20호로 폐간된다. 이 시기의 보감은 주로 「논설」, 「국법란」, 「대한사기」 등으로 구성돼 경향신문과 함께 개화기의 교회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자료로 평가된다.
일제의 탄압으로 경향신문이 폐간되자 교회는 「경향(京鄕)」이란 제호와 경향신문의 통권호수를 이어받고 「보감」의 체제와 내용을 이어받아 「경향잡지」라는 제명의 순수 종교지로 1911년 1월부터 간행된다.
처음에 국판 24면 격주간으로 발행되던 경향잡지는 1940년대에 이르러 일제의 통제와 용지난으로 월간이 됐고 면수도 14면, 8면으로 줄어 들었다. 1944년 5월호부터는 격월간 16면으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전쟁 말기인 1945년 7월부터는 그나마 발간할 수 없었다.
침략전쟁의 시련을 민족과 함께 나누던 경향잡지는 1946년 8월 월간 16면으로 복간됐고 6ㆍ25의 와중에 1950년 7월부터 1953년 6월까지 만 3년간 또다시 휴간의 운명을 겪었다. 1959년에는 서울대교구에서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로 그 발행권이 이관되어 명실공히 한국 천주교회의 공식기관지로서 권위를 갖게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경향잡지의 발행인은 이문희 대주교, 편집인은 백남익 몬시뇰, 그리고 주간은 김종수 신부가 맞고 있다.
한국 가톨릭의 긍지로서 창간 1세기를 목전에 둔 「경향잡지」는 새로운 사회 및 교회 환경에 적응하고 독자들의 요청에 부응함으로써 교회의 참된 증언자가 되기위해 새로운 발돋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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