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슬프고도 고독했던 자신의 삶을 모두 분출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화제가 됐던 한국 화단의 원로 천경자(데레사ㆍ72세)씨가 여행 가방을 꾸리고 타이티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9일 남태평양 타이티로 27년만에 스케치 여행을 떠나면서 천 화백은『이번 여행이 아마도 마지막 스케치 여행이 될 것』이라고 털어놓으면서 『타이티도 많이 변했을 테지만 그래도 전에 보았던 야자수나 태양, 그리고 검은 피부의 여인들은 그대로 일 것』이라면 타이티 추억을 되살렸다.
천경자 화백의 화려하면서 토속적인 그림세계의 근간이 됐던 타이티. 그래서 천 화백은 이번 여행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는지 모른다.
작열하는 태양과 백사장에 늘어선 야자수, 젊은시절 그녀를 사로잡았던 남국 풍물이 다시금 기억 속에 되살아난 것은 마지막 삶에 충실하려하면 할수록 더욱 더 깊어지는 그녀 천생의 슬픔과 한(恨) 때문이다. 타이티로의 스케치 여행은 1969년 이후 두번째다.
『언제 또 한번 전시회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요. 그렇지만 그림쟁이가 일을 멈출 수는 없는것 아니것소』
지난해 전시회 때 7만명 가까이 관람객들을 보고「그림이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하나」고민했다는 천 화백의 타이티 스케치 여행은 마지막 그날까지 삶을 불태우려는 결심의 결과이다.
천 화백은 이번 스케치 여행에서 남국의 여인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에 벌써부터 설레이고 있다. 그녀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 피부에 오뚝한 코, 그리고 깊은 눈을 가진 남극의 여인이 천 화백의 그림세계에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빼고는 전부 시들하다』는 천경자 화백. 천 화백은 『하느님의 보살핌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수 있었다』면서 화가로서 사랑받는 삶의 결실, 그 공을 하느님께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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