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가 없는 생활
「구교우」들은 요즈음 같으면 영 성당에 나갈 맛이 나지 않는다고 씁쓰레한다. 성당에 왠 사람이 그렇게 많고 또 주일미사에 참례온 신자들이 어떻게나 바쁜지 횡하니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말 붙일 겨를도 없다고 한다. 옛날에는 친하든, 처음보는 사람이든 성당에 들어서면 인사하기 바빴는데 요즘엔 먼저 인사라도 하려면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머쓱한 생각에 그냥 둘 때가 많다고 한다. 「성당 분위기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는 이유가 이들의 발목을 「옛 추억」 에 묶어두고 있다.
젊은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알아줄 사람도 없어 성당에 와도 별 재미를 못 느낀다고 한다. 굳이 재미를 느끼려고 성당을 찾는것은 아니지만 이왕 성당에 들어서면 기쁘고 즐거워야 좋지 않느냐는게 이들의 논리이다.
오늘날 많은 이들의 한국 천주교회가 외적으로 성장하고 비대해진 것과 달리 내적으로는 영성이 결핍되어 간다는 지적을 심심찮게 한다.
수학 공식처럼 「본당 비대화=친화력 약화」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신자들이 도시로 유입, 본당이 대형화되면서 신자간의 친화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신학자와 사목자들은 「사회가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 한국교회가 한번을 헤쳐나가야 할 숙명적인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본당 대형화로 발생하는 현상적인 문제보다 사목적 관점에서 「사회생활 패턴의 변화와 같이해 신자들의 신앙생활 유형도 달라져야 한다」는 근원적인 입장에서 출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자생활의 제 문제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을 「신앙 공동체」라는 잣대로 견주어 볼 때 과연 그 용어를 사용할 자격이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신자는 『모임에서 보좌신부와 본당 수녀, 사무장의 이름과 세례명을 아는 신자들이 아무도 없어서 곤란한 적이 있었다』며 『자신도 무안했지만 어떻게 모임 전체가 보좌신부의 이름도 모를까하는 의문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상당수의 신자들은 본당 사제와 개별적 대화를 단 한 차례도 나누지 않은 채 한 해를 보낸다고 한다. 『본당 신부와 어울린다는 자체가 특혜(?) 아닙니까』라고 반문한 한 신자는『우리같이 평범한 신자들이 본당 신부를 만날라치면 무슨 문턱이 그리 높은지 신부님 얼굴도 보기 전에 우선 본당 사무장으로부터 「무슨 이유로 만나느냐」「이번 주는 신부님이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제재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사회 계층간 격차로 인한 위화감도 교회 안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 주거권에 살면서도 경제적 차이로 신자들끼리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교회 도시 본당의 현실이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내에 거주하는 한 신자는 『신자들끼리 아파트 평수에 따라 어울리지 못해 구역 반모임이 무산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다. 또 『평수가 다른 동에 사는 아이들 마저 주일학교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보고 왜 성당에 다니는지 회의를 느꼈다』며 고백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 대도시 본당의 한 신자는 『본당 모임에서 구성원끼리 학력차와 경제적 수준차가 많아 대화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어 깨어진 경우가 있다』며 『너무 현실적인 생각인 것 같지만 본당 모임에서 서로 적당한 경제적 수준과 학력 수준을 가진 신자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그 모임을 유지 발전시키는 한 방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같은 현상에 대해 많은 사목자들은 도시 본당의 대형화와 중산층화로 인한 개인주의와 무관심주의가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고 신자들도 그렇게 인식해 왔다.
최근에는 그러나 지역 사회의 급격한 변동에 대해 일반 사목이 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함으로 인해, 대도시 지역내 본당이 지금도 공동체적 조직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목자들의 자기 비판이 일고 있다.
사실 교회의 중산층화로 인한 이점도 많지만 부작용도 여러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우선 사목 실천이 중산층 신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각종 교육, 액션, 교양, 신심활동 프로그램의 내용과 시간대가 이들의 기호에 맞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자연 발생적으로 교회 내 일부 신자들의 소외를 가중시키고 있다.
▨ 친교생활의 회복방안
제3천년기에 대비한 신자 생활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선 우선 신앙생활에 있어서 신자 개개인의 자기 반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주일 미사에 빠져도 큰 죄책감 없이 『고백성사를 보면 되지』하고 단순히 생각해 버리는 「편의적 신앙자세」를 우선적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재 몇몇 신심단체에서 단체 활동의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구성원간의 결속력을 강조해 지나치게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는 폐단도 고쳐나가야 한다.
사목자들은 앞으로 친화력이 약한 지역사회 안에서 행정 단위인 반모임 같은 것을 기초 교회공동체로 육성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같은 정신으로 모일 수 있는 신자단체들의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몇몇 본당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미사 후 「차 한 잔으로 형제애」를 이란 친교의 시간을 마련,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전 신자들이 미사 후 성당 마당에서 차 한 잔을 나누는 동안 신자들이 서로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적극적인 사목 프로그램 개발도 좋은 예일 것이다 .
인천교구 김병상 신부는 『앞으로 신자들을 기다리는 본당에서 신자들을 찾아 나서는 본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사목실천과 사제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의 사목구조로, 전례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생활현장 중심의 신앙생활로, 중산층으로 편중된 사목실천에서 균형 있는 사목 실천으로 옮아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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