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베트남교회의 미래를 이끌 신학생 양성비로 사용해 주십시요』.
다낭교구의 신학교로 베트남에서 가장 전통있는 후에의 대창빈 신학교를 방문한 12월11일, 베트남교회 방문단의 일원으로 참가한 부산교구 동래본당 이주목(요한ㆍ63세)씨는 6백 달러의 성금을 신학교 학장신부에게 전달했다.
신학생 1명을 양성하는데 연간 2백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학장신부로부터 전해들은 이주목씨는 돌아갈 최소한의 경비만을 제하고 가지고 있던 모든 돈을 베트남교회를 위해 바친 셈이다.
그리고 그는 돌아가서도 주위의 뜻있는 은인들을 모아 대창빈 신학교 신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신학생 양성비를 좀 더 보내주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50년대 말 당시, 우리보다 더 잘 살았던 베트남교회가 가톨릭대학교를 건립할 당시 도움을 주었던 은혜에 보은이라도 하듯 이주목씨는 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것은 곧 아이러니하게도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탈바꿈한 한국교회와 주던 교회에서 받아야 할 교회로 전락한 베트남교회간의 묘한 인연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 은인들을 대신해 베트남을 방문한 대표단 일행은 단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뿐 그안에는 그 어떤 것도 숨기고 있지 않은듯 했다.
나눔이 없는 신앙은 죽은 신앙이며 가진 것을 나누고 매 식사때마다 예수님 몫으로 모아두었던 사랑이기에 그 도움은 내가 베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직접 행한 것이라는 한마음한몸 운동의 성찬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며 그 정신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 운동본부를 통해 이미 베트남의 전역 1백여 곳에서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베트남교회는 과거 공산치하에 있었던 하노이 지역만해도 아직 3백여 개의 성당이 더 수리를 해야 할 형편이고 교리실과 주일학교 교육, 신학교 운영 등을 위해 엄청난 투자가 있어야 한다.
과거 70년간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은 탓인지 우리나라의 개신교 예배당 숫자보다 더 즐비해 있는 성당을 수리하기란 베트남 신자들의 경제력으로는 도저히 엄두낼 수 없는 노릇이다.
공산화되면서 모든 교회시설이 억류당해야 했으나 지난 90년 이후 개혁과 개방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서서히 교회건물을 반환받고 있으나 만 20년간 손도대지 못한채 방치한 성당의 몰골은 수리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폐허가 다 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각 신학교의 경우 신학생들이 사용하는 책들도 20년 전에 사용하던 것들이라 새롭게 구입해야 할 형편이며 책상과 침대 등도 새로 바꾸어야 할 처지이다.
더욱이 전 인구의 10%에 달하는 6백만명이 신자지만 신자들의 공직진출을 반대하는 당국의 정책으로 고위 공직에는 신자 수가 극히 적은 형편이어서 외부의 도움이나 재력가의 도움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월평균 급여 40~50달러에 불과한 일반대중 근로자들의 헌금에 의존해야 할 베트남교회로서는 한국교회의 도움이야 말로 구세주나 다름없는 큰 도움이자 교회재건의 기폭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베트남교회는 신자들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성당을 수리하는 일과 함께 신자들의 영성적인 면에 서서히 관심을 쏟는듯 했다. 그동안 베트남교회는 지나치게 물질적 시설투자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외형적인 복구에 치중했다.
심지어 온 나라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고 교회 자체로서도 정신적인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교회수리나 재건축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이러한 베트남교회의 외형적 성장과 함께 베트남 내에서 새로운 신앙의 기운이 싹트고 자랄수 있도록 종교교육의 목표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를 비롯한 외부에서도 이런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교회는 현재의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간직한채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이루어낼 아시아 제일의 교회로 자리매김할 날이 얼마남지 않은듯 했다.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기자가 받은 첫 인상이 그러했듯이 베트남은 현재 모든 국민들이 전쟁통에 피난을 떠났다가 전쟁이 끝난 뒤 각자 삶의 터로 돌아와 공장 기계를 점검하고 발에 씨앗을 뿌리는 분주함과 활력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모든 베트남 구성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곧 교회는 국가의 발전과 더불어 아시아에서 가장 활력있고 생동감있게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기에 충분했다.
비록 가슴아픈 역사의 흔적이지만 우리의 핏줄이 남겨진 나라, 아직 베트남에는 한국군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출생한 한인 2세인 라이따이한들이 수백명 살고 있다.
그 가족까지 합칠 경우 수천명이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원망하며 완전한 베트남인도 한국인도 아닌, 불완전한 신분으로 고통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베트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그리스도 안의 한 형제로서 나 자신을 돕는 일이며 버려진 핏줄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로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이 될 것이다.
연간 2백달러면 신학생 1명을 양성할 수 있는 베트남, 베트남교회 재건의 주역이 될 사제를 길러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은인들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02-774-3488)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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