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장익 주교에 의해 그동안 추진됐던「제1회 가톨릭 미술상」수상자들이 1월11일 발표됐다.
가톨릭 미술의 예술적 향상과 토착화에 기여하고자 제정된「가톨릭 미술상」은 본상 부분에 최봉자 수녀(조각), 최영심씨(유리화) 그리고 특별상에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장발 선생을 각각 선정하고 오는 2월24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시상식을 갖게 된다.
앞으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게 될「가톨릭 미술상」본상은 5년 이내에 제작된 조형예술 각 분야의 작품 중에서 선정되며 특별상은 광복 이후 한국교회 미술에 크게 공헌한 예술가와 그 작품에 주어지게 된다.
이번 제1회 가톨릭 미술상은 공예와 건축부문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조각과 유리화 부분에 수준 높은 작품이 선정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상자들에게는 가톨릭 미술상을 상징하는 조각물이 수여되고 특별상을 받을 장발 선생에게는 상장이 수여될 예정.
또한 작품에 수여되는 가톨릭 미술상은 앞으로 신자 미술인의 작품이 아니라도 그 성격이 가톨릭적 특성을 갖는다면 일반인들의 작품도 수용할 예정이어서 한국 미술발전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각 부문 : 최봉자 수녀 작,「성가족」
토착화 시각에서 “주목”
서구 교회미술 총체적으로 소화
이 작품은 최 수녀의 여러 작품들 중 특별한 성공작으로 한국교회 미술의 역사에서도 특기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한국교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토착화 문제의 시각에서 특히 주목할만 하고 표현 역량의 훌륭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최 수녀의 작품 속에는 동서양 조형예술의 여러 형식을 두루 배우고 소화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한국의 석조예술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의 바탕위에서 서구의 그리스도교 미술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톨릭 교회 안에서 그 의미에 잘 부합되며 한국적 정서의 표현에 성공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적인 조형감각에 있어서도 그 새롭고 신선함이 인정된다.
최봉자 수녀의「성가족」은 보는 이들에게 사랑과 경건성을 일깨운다. 그리고 예술과 종교, 지역성과 보편성, 신앙생활과 조형예술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심사평 : 한국 미술가협 회장 최종태 회장>
유리화 : 최영심씨 작, 대치 2동성당 유리화
동양적 동ㆍ정의 신비 표현
최영심의 유리화는 회화적인 면에서의 독창성, 기법에 있어서의 정통적인 방법, 거기에 품질 좋은 유리가 돋보인다. 최영심의 유리그림은 그녀의 오랜 종교생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녀의 예술은 그리스도의 부르심, 그 기쁜 소명에 진실하게 응하는 마음의 일치에서 우러나오는 영혼의 소리다.
그의 유리그림의 밑그림이 되는 구상은 성서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 묵상하며 도출해내는 집요하고도 감동적인 영감에 의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독특한 상징성으로 표현되며, 배경의 높은 추상적 구조성은 밀도가 강한 회화공간을 이루고 있다.
어두운 바탕에서 부드러우면서 조화로운 빛의 교차는 동양 특유의 정과 동의 신비를 나타낸다.
또한 전체 화면은 평면적인 구조로 원근법을 쓰지 않고도 면과 면이 서로 스쳐 중첩되면서 유기적인 공간진행을 엮어 나간다.
<심사평 : 성신여대 서양화과 조영동 교수>
특별상 : 우석 장발
초기 교회미술 토착화 선도
우석 장발은 1901년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장면 박사의 실제(實弟)인 우석은 당시 서양미술 도입의 초창기에 동경 우에노 미술대학과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 유학, 1925년 귀국 후 일제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한국화단을 개탄, 휘문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후학양성과 민족미술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던 서화협회전에만 출품하였다.
우석은「김 골롬바와 아녜스 자매」「김대건 신부」 와 「12사도상」등의 격조 높은 성미술을 창작했다. 이 작품들은 현재 절두산성당과 명동성당 등에 수장돼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우석은 가톨릭 미술 뿐 아니라 한국의 현대미술의 장을 여는 데도 그 공로가 지대하다. 우석이 1945년 서울시학무관으로 재직당시 문교부 고문관으로 있던 하라 이순석과 더불어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를 창설하고 1949년 초대학장에 취임, 미술 신세대 교육의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우석은 1949년 제1회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1950년에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으로 선출된다. 1955년에는 한국 미술가협회를 창립하여 향후 5년여 동안 한국 미술 전반에 걸친 선도적 역할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1956년에「성미전(聖美展)」을 창립,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초기 가톨릭 미술의 토착화 운동에 힘을 쏟았다. 1958년에는 이런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예술원 공로상을 수상한 장발은 1984년 대한민국 문화훈장 무궁화장을 받기에 이른다.
<심사평 : 이종상 서울대 교수>
◆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 김종수 신부
교회 문화재 관리ㆍ보존위해 노력
성미술 정착 큰 기대
건축 수상 없어 아쉬움
『성미술의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국교회는 신자 미술인들의 열의보다 교회가 그들을 수용하려는 토대가 그동안 부족해 왔습니다. 이런때에 한국교회 최초로 제정되는「가톨릭 미술상」은 한국교회안에 성미술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총무 김종수 신부는 한국교회 역사상 최초로 미술인들에게 교회가 공식적으로 수여하는「제1회 가톨릭 미술상」제정의 의의를 밝혔다.
김 신부는『93년 서울 가톨릭 미술가회가 시작한 성미술과 관련된 세미나가 올해로 세 번째를 맞고 있고 지난해 전국 조직인 한국 가톨릭 미술가협회가 출범하는 등 신자 미술인들의 노력으로 한국교회안에 성미술이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를 교회가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미술상을 제정하게 됐다』며 가톨릭 미술상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가톨릭 미술상은 원래 공예, 회화, 조각, 건축 등 네 부문에 대해 수상하려고 했으나 이번 수상식에는 공예와 건축부문에서 후보자를 내지 못해 아쉬움을 갖게 했다.
이에 대해 김종수 신부는『수없이 많이 지어졌고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건설중인 교회 건축물이 있지만 상을 줄만한 작품을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면서『이번 기회에 교회 건축물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청이 교회 문화재의 예술성과 관리 보존에 대해 강조하듯 앞으로 문화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이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 교회 문화재를 올바로 관리 보존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의 사업을 밝힌 김종수 신부는『지금까지는 문화위원회가 별 활동을 펼치지 못해왔으나 앞으로는 교회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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