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7, 39~43 : 마르 15, 29~32 : 루까 23, 35~37)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은 세상의 그 어느 죽음보다도 위대한 죽음이었다. 첫째 그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순종의 모범을 보여 주는 죽음이었다. 둘째 생시의 당신의 이념을 끝까지 실현하여 맺음하는 죽음이었다.
예수께서는 일생동안 사람들의 반대를 받으면서도 남을 위하여 봉사하고 진리를 가르치는데 온 정력을 쏟아 왔다. 진리를 말하는데 사람들이 몰이해하는 것, 좋은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헐뜯고 모르는 체 하는 것 이것은 참으로 참기 힘든 일이다. 예수께서는 마지막 순간 숨을 거두면서도 모욕을 가하고 당신을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용서의 기도를 올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기도를 올리셨다. 사랑의 극치였다.
십자가에 달리시고 예수께서는 온갖 야유와 모욕을 밑의 사람들에게서 받으셨다. 그 야유와 모독은 신성모독에 가까웠다. 십자가에 달려 꼼짝도 못하는 사람에게 밑에서 자유로이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 제재도 없이 마음대로 입을 놀렸다. 그 폭언 공세는 그칠 줄을 몰랐고 모든 계급의 사람들에게서 가해졌다. 야유와 모독을 쏟아 부은 사람들을 복음사가는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우연히 길가다가 이 광경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예수살해 음모에 이용되었던 이른바 백성들이다. 이들은 십자가에 달려 죽는 죄인을 바라다보며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예수의 추종자들의 반란을 방해하는 일이었다. 그런 낌새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승리감 같은 것에 젖어 들었다.
그리고 패자를 경멸하는 제스처로 머리를 앞뒤로 끄덕거리며 비아냥대는 소리를 했다. 『야 네가 성전을 헐고 사흘 안에 다시 짓는다고 했지(요한2, 19). 네 목숨이나 구해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어디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6, 41)라고 하신 예수의 말씀을 그들은 빈정대고 있다.
성전을 사흘 안에 다시 짓는다는 이야기는 예수께서 당신의 사흘날 부활을 알리는 첫 예언으로 말씀하셨고(대목34 참조)하느님의 아들 대목은 예수님이 직접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적대자들이 뒤집어씌운 죄목이었고 그들의 입을 통하여 예수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세상에 알렸고 부활하심으로 그 진실이 증명되었다.
대제관, 장로들, 율법학자들은 유대아의 지도층 3계급을 이루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은 바로 이들이 음모한 것이었다. 이들은 아마도 십자가 형장에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고 멀리서 이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고 한껏 오만에 차 있었다.
이들도 하수인들이 던진 조롱과 모독의 말을 되풀이 하였다. 『다른 사람은 구원하고 제 자신은 구하지 못하는구나. 이스라엘의 왕 하느님이 뽑은 그리스도이니 십자가에서 지금 내려와 보라. 그래야 우리도 믿지 않겠는가. 하느님을 철석같이 믿었으니 하느님이 그를 아낀다면 지금 그를 살려내지 않겠어.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했으니 말이야.』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대제관들 일당이 양심을 거슬러 무죄한 사람을 십자가에 달고 막 숨을 거두려고 하는 순간까지이다. 이와 같은 야유를 해야만 시원한가. 자기들의 양심가책을 달래려는 심리적인 반응이었던가. 예수는 이렇게 마지막 피 한 방울을 말릴 때까지 육체와 정신적으로 고난을 당하셨다.
졸개들인 병사들도 덩달아 십자가를 쳐다보며 희롱을 즐겼다. 그들도 십자가에 쓰여진 예수의 죄목을 가지고 희롱하였다. 예수의 머리 위에는「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여져 있었고 그들은 유대인의 왕이면 자신이나 살려 보라고 빈정댔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병사들은 십자가상의 예수가 애처로웠던지 자기들이 먹는 식초를 예수께 마시라고 입에 갖다 댔다. 식초라고 하지만 신 포도주로서 병사나 노동일 하는 사람들이 물에 타서 마시던 음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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