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4일 서울대교구 내 한 성당의 중고등부 주일학교 미사시간. 어른들이 대다수의 성당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가운데 듬성듬성 앉은 학생들은 고개를 숙이고 옆사람과 쑤군대며 이야기를 할 뿐 미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였다. 지루할만큼 차분하게(?) 진행된 미사는 50여분 만에 끝이났고 학생들은 썰물처럼 성당을 빠져 나갔다. 이들이 교리에 불참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부모님이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친구가 없어서요』 『교리가 재미 없어요』 『공부하러 가야해요』
이러한 모습은 이제 교회 내 어느 본당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교회에서 청소년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갈수록 이러한 청소년 일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주일학교 교육대상인 7~18세에 이르는 청소년 집단의 천주교인 수는 전국적으로 대략 75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가톨릭 전체 인구의 23.1%). 이 75만명을 교적상의 청소년 인구 전체라고 볼 때 그 중 주일학교(유치부 포함)에 등록한 인원은 약 39만여 명에 불과하다.
서울대학교 문용린(돈보스꼬ㆍ49ㆍ교육학)교수에 의하면 등록된 청소년 중 주일학교에 출석하고 있는 청소년은 그것의 64%인 25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출석인원은 교적상 전체 청소년의 33%에 해당되는 수로 결국 전체 신자 청소년의 70%가까이가 신앙교육 대상에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성세대 신자들의 신앙열기마저 퇴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의 이러한 교회 내 일탈현상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점들의 원인으로 교회 내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우선 청소년의 변화된 가치관과 기성세대 신자들의 신앙생화 퇴조를 말하고 있다. 암기에 의존하는 딱딱한 교리, 엄격하기만 한 군대식 교육, 대화없는 일방통행형의 교육으로 성격지을 수 있는 현행의 교리교육법으로는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을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당에서 개인적으로 기도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곤 하지만 왠지 미사와 교리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교리시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한 학생은 모처럼 맞는 휴일에는 개인적인 여가활용과 공부 때문에 교리에 참석하기가 힘들고 우선 흥미가 당기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주일학교에 학생들이 가기 싫어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일학교가 청소년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유일한 인성교육의 장으로서 교회가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리교사들은 말하고 듣는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에 대한 인식을 버리고 대화식 교리와 청소년 상담제도를 도입,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교회 내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입시의 부담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입시와 교리를 병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모색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부모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계발, 주일학교 봉사활동의 종합생활기록부 기록화와 청소년 전례의 다양한 변화 시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에 대한 교육은 청소년 신앙교육이 성당밖의 신앙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현재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검토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 10회 세계 청소년 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대다수 청소년들의 의견은 전례의 다양화 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대회에 참가했던 한 청소년은 청소년 대회에서의 미사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잔치, 기쁨, 말 그대로 미사가 축제였습니다. 미사시간 내내 허리를 비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미사에 모든 마음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1996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세부지침에서도 『전례상 응용이 가능한 부분에서 청소년의 자발성을 유도해내는 다양한 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청소년을 교회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인식을 함께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의 부재속에서 뿌리없는 외국문화에 휩쓸려 다니는 청소년들의 현실은 이제 교회가 새로운 역할모색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안태환(토마스ㆍ45ㆍ인천시 국제협력실 연구원)박사는 『청소년들이 우리 성인들보다 하느님에 대한 순수한 신앙심과 흠숭의 마음은 더 깊다』고 지적하고 『청소년들에게 지나친 통제와 잔소리 보다는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계속해서 평상시에 주님께 바치는 담담한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문용린 교수는 『신앙과 영성을 교육시켜야 할 기성세대가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회는 즐거운 곳이 되어야 하며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보다 「분위기」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교리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냉담자 문제와 성소자 문제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청소년 신앙교육에 있어서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하는 장미빛 계획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잘못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노력들이 중요한 시점이다.
『교회가 청소년들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그들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장소로서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한 교리교사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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