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모ㆍ대자녀 관계를 회복하자
『베드로씨 견진 받았지요. 이번 세례식 때 대부 좀 서줘요』
어느 본당에서 세례식이 있기 불과 이틀 전, 평일 저녁미사 참례를 위해 성당을 찾아갔던 김형진(28세ㆍ베드로)씨는 본당 전례 담당자의 느닷없는 제안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본당 사무실로 불려가 대자 될 사람의 인적사항이 적힌 메모쪽지를 받아든 김형진씨는 이틀 후 그 쪽지를 들고 예정된 시간에 성당에 가서 예비자를 찾았지만 일면식도 없는 둘 사이에는 크게 할 말이 많지 않았다.
성당 성물판매소에서 구입한 성모상을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했고 세례식 후 축하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을 뿐이었다.
새 생명을 얻기 위한 산모가 10개월간에 걸친 긴 고통의 기간을 갖는데 비해 신친(神親)의 관계를 맺는 영신적 아들을 얻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몇 분. 김씨는 그 후 성당에서 대자와 마주칠 때마다 안부를 몇 번 묻긴 했지만 성당을 옮긴 이후 전혀 연락을 하지 못하고 지낸다.
교리교사를 거쳐 청년회 활동 등 본당활동을 비교적 활발히 해 왔던 주연희(26ㆍ데레사)씨의 경우도 얼떨결에 대녀를 10명이나 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주씨는 현재 10명 중 연락이 가능한 대녀는 최근 대녀로 얻은 친구 딸인 갓난아기밖에는 없고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대녀가 4명이나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현재까지 연락을 취하며 서로 안부를 묻는 대녀는 친구 딸 외에는 없는 형편이다.
성세성사와 견진성사를 받는 자와 신친관계를 맺어 신앙생활을 돕는 후견인으로 대자 대녀들이 신앙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 그들이 신앙적으로 의심과 고통중에 있을 때 도와주어야 할 대부 대모.
그러나 많은 경우 대부 대모 관계는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세례성사가 지니는 현실적인 출생의 의미에 대해 간과해 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대형화 된 본당 속에서 신영세자들에 대한 본당 신부나 수녀들의 관심이 점점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신영세자들을 위한 대부 대모들의 역할과 기대는 날로 커지게 마련이다.
새영세자들이 본당생활과 성사생활을 잘 하도록 돌봐줌으로써 기꺼이 신자공동체에 완전히 결합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반모임과 같은 소공동체와 신심 및 활동단체를 소개, 부족한 사목자의 일손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교회는 세례식 때 참석해 축하 선물을 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 대모의 임무가 아니라며 새로운 대부모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회는 한국 천주교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 교리교육의안에서 규정한대로 예비자 교육 중 입교예식 2단계인 선발예식전에 이미 대부 대모를 지정, 예비자 교육 시기부터 대자 대녀가 될 예비자들과 친교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보살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일부 본당에서는 대부모 대자녀의 날 등을 설정, 잊혀져 가는 대부모 대자녀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인식시키기 위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대부모가 된 사람들 중에 대부모의 역할이나 임무에 대해 한번이라도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세례식이나 견진예식이 있기 전에 해당되는 대부 대모들을 한 곳에 불러 단 한두 시간이라도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교회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대부모를 선정할 때 예비자나 견진 예정자들은 자신의 지식수준과 사회적 지위, 직업, 성격, 가정생활 등 여러 가지 형편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예비자들이 직접 대부 대모를 선정할 때는 문제가 덜하지만 교리 담당자 등 본당에 대부모 선정을 요청해 올 때 담당자들은 예비자들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 적절한 대부모를 선정해주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생활에서는 친교가 영적친교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대부모 대자녀 간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며 이러한 끈은 바로 대부모를 선정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비교적 대자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명한(38ㆍ스테파노)씨의 경우 『뭔가 대화 중 통하는 부분이 있고 관심사가 같은 대자와는 함께 만나서 차라도 한잔하며 신앙생활 등 얘기를 나누고 있지만 나이 차이가 많거나 성격이 아주 다른 대자의 경우 더욱 만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토로, 대부모 대자녀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많은 사목자들은 예비자들의 교육은 대부 대모의 협조 없이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례식 이후의 새영세자 관리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한 관계자는 성인 입교자 중 영세 후 수개월 내에 냉담에 빠지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현실은 곧 신영세자의 신앙을 돌봐주기로 약속한 대부 대모들의 역할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따라서 일부 본당의 경우 연중 또는 분기별로 대부 대모의 날을 공식적으로 지정, 잊혀져 가고 있는 대부 대모 관계를 회복시키려 노력하고 있고 신자 개인별로는 대자 대녀 모임을 결성,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는 등 다양한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모 대자녀 관계를 회복하는 지름길은 우선 대부모 대자녀들이 자신들의 관계가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는 그런 관계가 아닌 영적인 자녀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다져 나가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교회도 이들의 관계가 형식적인 면에 치우치지 않도록 세례나 견진 때 대부모 관계를 명확하게 교육하고 가르침으로써 비대해진 교회에서 파생되기 쉬운 냉담자 문제 등을 대부모 대자녀들과의 일대일 만남에서 풀어질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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